회색지대의 정치성
멀리 있는 사물은 그윽해야 한다.
돋보이게 하면 풍경이 뒤틀린다.
근사체보다 눈에 띄면 실패다.
가까운 물체들은
밝거나 어두움 중 하나가 된다.
그 사이에서 회색이 태어난다.
흑과 백이 맞닿을 때
경계가 희미해지고,
서로 몸을 섞는다.
섞임이 깊어질수록
극과 극은 제 빛을 잃는 법
모난 돌들이 부딪혀
조용히 둥글어지는 저녁,
상처가 덜 깊게 패이는 자리,
그곳이 회색지대다.
그런 공간이 넓을수록
세상은 한결 합리적으로 숨쉰다.
빛과 어둠이 맞물린 그 틈에서
우리는 균형의 숨결을 본다.
2024. 10. 13. 09:27.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