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의 위로, 진짜 잉여인간은
장인은 자주 말씀하신다.
“나는 잉여인간이다”라고.
인생에서 이룬 게 없으시다며
더는 살 가치가 없다고 하신다.
해방 후 귀국해서 조실부모하신 뒤
아홉 살부터 큰 누님 댁에 얹혀사시며
무엇이든 이루어야 한다며
한시도 헛되이 보내지 않으셨다.
여든이 넘어도 매일 신문 보고 책을 펴신다.
평생 부지런히 살아오셨건만
“세상에 빚만 졌지, 세상 위해 한 게 없다”며
곧잘 한탄하신다.
“장인어른, 양심껏 사신 게
이미 인생의 목적을 이루신 겁니다.”
세속 출세가 다는 아닙니다.
그 뒤의 여생은 하늘이 주신 덤이지요.
정말 몹쓸 잉여인간은 따로 있죠.
온갖 악행으로 세상을 흐리고
늙어서도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는 자들,
그들이야말로 없어도 될 사람들입니다.
장인어른 같은 ‘잉여인간’은 많을수록 좋죠.
장인 같은 분이 오래 사셔야
세상이 맑고, 밝아집니다.
2024. 9. 24. 08:56.
구파발 롯데몰 전시장에서
雲靜 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