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4월, 잔인한 생의 변주

雲靜, 仰天 2024. 5. 8. 03:48

4월, 잔인한 생의 변주



매양 하는 기복의 기도보다  
차라리, 만물의 숨결에 귀 기울여 보자.  
왜 4월이 잔인하다고 하는지,   
4월은 왜 예고 없이 몰래 스며드는지,
내가 왜 잔혹에 마음을 내어주는지,
곡절을 가늠해 보자.  

죽은 땅 위, 라일락 한 송이 돋는다.  
자갈더미 속 가지는 끝내 자라지 못하고,  
봄보다 겨울이 더 따뜻하다면  
세상은 이미 어긋나 있다.  
엘리엇이 비비 꼬았듯이,  
꽃은 피어도 새는 울지 않으며,  
아지랭이는 고꾸라져서 비명도 없다.
바람이 불어도 소리가 잡히지 않는다.

재생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인간은 추억과 욕망을 뒤섞어  
스스로를 벌해야 할까.  
4월이 왜 죄가 되는가?

소릴 잃어 현실감 없는 도시 한 켠에서  
나는 여전히, 잔인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살아 있다는 일,  
그것이 곧 잔인함이라면

2024. 4. 19. 07:07.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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