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절도죄로 영창에 갇힌 아버지에게
다행이라는 듯 말하는 어린 딸
“아빠, 매끼 밥을 먹게 되어 좋겠어요.”
두만강을 몰래 넘다 공안에 잡혀
면도칼로 그은 남자의 손목에 피가 솟구치자
불쑥 손목 내밀면서 소리치는 어린 아들
“아빠, 나도요!”
현관에 놓인 굽 닳은 아내의 신발들,
지난 날 함께 찍은 퇴색된 사진들,
문득 젊은 날의 자신이 낯설어질 때,
정든 사람들이 하나, 하나 먼 길 떠나고,
슬픔을 마디마디 삼켜야 할 때
허공을 응시하며 하늘거리는 잔상에
홀로 뒤돌아서는 병든 어미 개,
서로 귀가 돼 말없이 식사하는 노부부
인간이란 아름답고도 슬픈 존재,
알 듯 말 듯 흘러가는 인생
西山落日에
갈 까마귀 떼가 울며 날아간다.
2024. 5. 7. 11:01.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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