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로소이다
나는 털 색깔만 번지르르한 개다.
어디를 가든 찔끔찔끔,
꼭 영역 표시하고 다니는 개로소이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으슥한 곳만 보이면
볼일부터 봐야 한다는 생각에 쩔어 산다.
드넓은 서울땅 눌 데가 어디인지
훤히 꿰고 있는 한 마리 개일 뿐이다.
일이라곤 똥오줌 가리는 게 전부인 병든 개
잘 들리지도 않고, 이도 성치 않은
한 마리 늙은 불독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올가미 든 개장수 눈에 띄지 않으려
오늘도 같은 처지의 견공들과 함께
뭐 냄새 맡으며 희희낙락 잘도 쏘다닌다.
불편함과 고통이 작지 않건만
세상이 좁을 새라,
하루해가 짧을 새라···.
2024. 5. 5. 21:51.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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