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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한국능멸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 우리의 대러시아 외교자세를 가다듬는 기회다!

雲靜, 仰天 2024. 3. 16. 16:03

러시아의 한국능멸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 우리의 대러시아 외교자세를 가다듬는 기회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냉랭해진 한러관계 그리고 러시아가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러시아의 실체, 한층 밀착된 북러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몇 가지 사건이 있었다.

첫째, 북한 당국이 외화 벌이로 러시아 블리디보스톡에 보낸 북한근로자들을 돕는 활동을 해온 한국인 선교사 백모씨(러시아 언론에선 Пэк Вон Сун 또는 Пэк Кван Сун, 즉 ‘백본순’ 또는 ‘백크반순’으로 표기해 기사화되었음)가 러시아 연방보안국에 체포돼 현재 모스크바의 한 구치소에 구금된 사건이다. 러시아 당국이 백 선교사를 일방적으로 구금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근로자나 탈북민을 돕던 종교인들이 과거에도 러시아에서 추방된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백씨가 신분을 위장해 러시아 정부 기밀을 외국 정보기관에 넘기려 했다”면서 최대 20년형까지 받을 수 있는 “간첩혐의”를 적용한 건 이례적이다.

러시아가 한국을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제재한 서방 국가들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2022년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바 있는데, 아마도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저지른 의도적인 사건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소재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보도에 따르면, 근래 북한노동자들이 심한 노동 강도와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한국으로 탈출하거나 건설 현장을 이탈하는 일이 빈번했는데 러시아가 이 북한 노동자들의 움직임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그들을 돕는 한국인 선교사를 강제 구금했을 것이다.
  
북한 당국이 러시아정부에게 현장의 북한노동자들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필요했을 것이고, 그런 요청을 러시아가 받아들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 당국이 뒤늦게 이 사실을 공개한 것도 이례적인데, 러시아가 이번 사건을 북한과의 우호 협력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러시아가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기 위해서 외교적 압박용으로 이 사건을 활용한 것이라고 추측된다. 곧 봄이 되면 러-우 간에 무력충돌이 재개될 상황에서 러시아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우크라이나의 빈 무기 창고를 한국이 채워주는 일일 것이다. 신속하게 빈 무기 창고를 채워줄 수 있는 나라는 여건상 한국뿐이다. 그래서 러시아가 백 선교사를 인질로 활용해서 한국의 무기지원을 막기 위한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이후에도 러시아체류 한국인들에게 계속 간첩죄를 적용해 무단 구금할 수도 있다. 러시아정부는 한국에게 ‘더러운 게임’을 벌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한국 외교부는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한러 “양국 간의 외교 채널을 통해서 소통하고 있다”고만 했을 뿐이다. 우리 정부가 러시아에게 눈치를 봐야 할 일이라도 있는가? 한국기업들이 러시아에 많은 투자를 한 상태여서 더 이상 양국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외교적 방침 때문에? 아니면 외교부가 당연히 해야 할 업무를 태만한 결과인가? 조용히 지내고 싶어 하는 복지부동 자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북한의 군사력 증강을 위한 지원을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하고 있는 점이다. 북한은 그 동안 포탄과 미사일 등을 러시아에 지원해왔다. 러시아는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미 러시아에 약 6,700개의 컨테이너에 152mm와 122mm 방사포탄 그리고 미사일 등을 보낸 것으로 보도 되고 있다. 한동안 중단됐던 북러간 무기 거래가 또다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북러 무기 거래 현장으로 알려진 북한 나진항에서 또 다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RFA 방송은 보도했다. 러시아는 북한의 이런 무기 제공 대가로 1만 여개의 컨테이너를 북한으로 보낸 것으로 확인됐듯이 그 컨테이너에는 식량 등이 다수 포함됐겠지만 북한의 군사기술 지원도 있을 수 있다.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의 북한 군사 지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런데 우리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이 사안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러시아 정부에 전혀 항의를 하지 않고 있다. 과연 이렇게 침묵만 하고 있어야 되는가?
  
셋째, 푸틴이 얼마 전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발언을 해서 우리에게 충격을 안겨준 점이다. 푸틴은 러시아 현지 시각으로 지난 13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자체 핵우산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핵과 관련해서) 어떤 것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푸틴의 이 발언은 핵 비확산 체제와 관련해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핵우산이라는 말 자체가 핵을 보유하지 않는 나라가 핵보유 국가의 핵전력을 통해서 자국의 안전보장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푸틴은 북한이 “자체 핵우산을 가지고 있다”라고 표현했는데, 북한이 핵을 이미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핵우산을 요청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즉 핵 비확산 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매우 위험하고 도발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에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가 아닌가? 나 같은 일반인들도 충격적 발언으로 들리는데, 외교 전문가들의 집단인 외교부가 어찌 아무런 반응이 없다니 말이나 되는가?
  
넷째, 지난 1월 초에 신임 대사로 서울에 부임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하기도 전에 한국의 매체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임하는 러시아의 입장을 강변했다. 이건 외교의 레드라인을 한참 넘는 행위이다. 러시아가 그만큼 우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인들은 대체로 무례한 짓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는 서방세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러시아가 그렇게 우리에게 허세 부리고 있는 것 자체가 한국에 대해 비우호적 인식을 품고 있다는 소리다. 그들이 우리에게 오만하게 구는 예는 또 있다. 최근 외교적 결례를 넘어 드러내놓고 무시한 게 그런 것이다. 안드레이 콜릭 전임 주한 러시아 대사는 한국정부에다 우크라이나 침공표현을 문제 삼아서 푸틴이 명명한 “군사작전”이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한국 외교부가 이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각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서 따졌어야 되지 않았는가?
  
러시아의 문호 토스토옙스키가 말했듯이 대슬라브 민족의 자긍심이 지나쳐서 타민족, 특히 아시아 민족을 자국의 통치 아래 둬야 한다고 한 러시아의 오만과 그에 대한 한국인의 무신경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예컨대 “푸틴의 발레리나”라고 불리는 스베틀라나 자하로바를 초청한 공연이 버젓이 다음 달 4월 서울에서 열리는데 이 공연의 입장권이 수십만 원이라는 데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푸틴이 있는 통합 러시아당의 당원이다. 무신경의 극치다. 문제가 있다 싶은 국내 기업이나 인물에게 불매운동이나 비토를 놓는 시민정신은 어디로 갔는가? 다른 서방 국가들 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러시아가 한국과 한국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이유가 뭘까? 대국연하는 국민들의 부정할 수 없는 특성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여타 강대국에 대해 비굴하게 보일 정도로 저자세를 보이는 걸 보고 우리를 가볍게 보고 업신여기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러시아를 이끌고 있는 푸틴의 실체를 아직도 모르는가? 1999년에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나 2010년대에 도시 거주 러시아인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 이후에는 더욱 빠르게 러시아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인물이고 인류평화의 공적이다. 실제로 푸틴은 전범재판소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한 “전범”이지 않는가? 최근에도 푸틴의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적 라이벌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월 굴라그에서 살해됐듯이 그가 러시아를 반민주적 불량 국가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세계를 위협해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그에게 굴복하면, 몰도바와 발트해 연안국들이 다음 타켓이 될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그 후 행한 일련의 행동들을 보면 그들의 본성을 바로 알아야 한다. 더군다나 푸틴은 북한 김정은이 추진하는 핵무기와 미사일 고도화를 지원하면서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인물이지 않는가? 러시아는 세계평화를 깨트리는 불량국가이고 김일성의 남침을 승인해주고 무기 장비를 제공해줬을 뿐만 아니라 군사고문단들까지 남침 전선에 보내서 김일성에게 전쟁지도까지 해준 1급 적성 국가였는데 벌써 이 역사적 사실을 잊었단 말인가? 71세의 푸틴 대통령이 앞으로 더 나이를 먹으면 크레믈린 내 권력승계 투쟁이 벌어질 것이다. 나는 세계평화를 위해 혼자서 마음속으로 기대하고 있는 게 있다.
  
지금까지의 사례들에서 봤듯이 이제라도 우리는 러시아라는 국가적 실체 그리고 과거 한국전쟁 시기 러시아가 북한의 남침을 지원한 역사가 정리되지 않고 진정한 선린우호국이기는커녕 오히려 북한을 지지, 지원해오고 있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지구상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독재자 푸틴을 지지하는 국민의 지지율이 8~90%나 되는 나라가 러시아다. 공산주의사상이 완전히 거세되기 전까지는 국민성이 쉽게 바뀌진 않는다.
  
한국은 러시아에게 공대하듯이 잘 대해줬는데 위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우리에게 매우 오만하고 건방진 태도로 일관해왔다. 지금까지 한국은 러시아에 대해서 스스로 강대국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필요 이상의 대우를 해왔다. 여기에는 러시아가 발레, 클래식, 오페라 등등 예술의 강대국이라는 스놉(snob)적 인식도 아직 공산주의 독재체제 색채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이 거대한 북극곰을 강대국으로 인식하고 대우해주는데 한몫 했을 것이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도 공산주의를 신봉한 전력이 있고, 아직도 그 사상과 누습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이런 국가들은 잘 대우해줄수록 상대국을 안하무인으로 아랫것 대하듯이 무시하고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는 습성이 있다. 중공이 그렇듯이 러시아 정치 지도자들도 대부분 공산당 이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다. 아니 공산주의는 중국보다 그들이 스승 격이고, 그들이 마르크스-레닌주의의 본류이다. 공산주의자들은 말로는 노동자, 농민 같은 약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역사의 주체가 된다고 선전한다. 그러면서도 상대가 약할 때는 그 약자를 보호하는 정의를 실현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그 약자를 무자비하게 탄압을 해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의식이 있다. 그것이 공산주의 혁명의 방법론 중 기본적 속성 중 한 가지다.
  
반대로 러시아인이나 중국인들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약자에게는 군림하려 들고 강하지만, 강자에게는 예의를 갖추는 공통성이 존재한다. 그 국가들도 대동소이한 속성을 보인다. 러시아인들은 대국인이라는 의식이나 관념이 매우 강하고, 중국인들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민족이라는 생각에 빠져 사는 민족이다. 여담이지만, 재미있는 건 중국은 사방 주변의 수많은 민족, 그 어떤 국가들도 모두 신하국가로 보고 으스대 왔지만 19세기 중반 러시아가 더 크고 강한 국가라는 사실을 알고선 머리를 숙인 사실이다. 자기보다 센 임자를 만나면 보이는 태도다.  
  
한국외교부가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당당하게 제때에 해야 할 바를 못하면 전범을 감싸고도는 결과가 된다. 우리 외교관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가? 지금이라도 대러시아 저자세와 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다. 이번 기회에 외교부는 러시아에 대한 인식과 대응 태도를 확실하게 재정립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내의 경제대국이고 세계 6위의 군사강국이다. 국격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한다. 언제, 어느 나라에게도 의연하고 당당하게 대해야 한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어떤 나라에게도 한국이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2024. 3. 16. 13:09
북한산 清勝齋에서
雲靜


‘정적’ 나발니가 비명에 간 날, “성공! 새 국경으로!”라며 웃으며 연설한 푸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