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거미

雲靜, 仰天 2021. 8. 12. 12:11

거미


망을 치지 않으면 자신이 굶는다

등산길 빈 거미줄엔 이슬만 맺혀 있다.

투명해서 미물들이 걸려든다
어쩌다 나비도 잠자리도 잡히지만
죄다 걸리는 건 아니어서
애먼 날파리 하루살이들만 걸려든다
눈 밝은 벌레는 피해가고
촉수가 발달한 곤충도 비켜간다

몸집 큰 들쥐는 거미줄을 앗아간다.

인간세상이라고 다를 게 없다

힘없는 무지렁이들만 걸려들고

邪曲한 자들은 이리 튀고 저리 빠져나간다

망을 치는 자 누구며

아예 뭉개버리는 자 누군가?

 

곤궁한 이들만 산 입에 거미줄 친다

빈 거미줄에 맺힌 이슬은 누구의 눈물인가?

2021. 8. 12. 10:57
아침등산 중 북한산 자락에서 
雲靜 초고

 

 

'왜 사는가?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21.08.20
매미  (0) 2021.08.13
시인  (0) 2021.08.12
환선굴 Ⅱ  (0) 2021.08.12
환선굴 Ⅰ  (0) 2021.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