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망을 치지 않으면 자신이 굶는다
등산길 빈 거미줄엔 이슬만 맺혀 있다.
투명해서 미물들이 걸려든다
어쩌다 나비도 잠자리도 잡히지만
죄다 걸리는 건 아니어서
애먼 날파리 하루살이들만 걸려든다
눈 밝은 벌레는 피해가고
촉수가 발달한 곤충도 비켜간다
몸집 큰 들쥐는 거미줄을 앗아간다.
인간세상이라고 다를 게 없다
힘없는 무지렁이들만 걸려들고
邪曲한 자들은 이리 튀고 저리 빠져나간다
망을 치는 자 누구며
아예 뭉개버리는 자 누군가?
곤궁한 이들만 산 입에 거미줄 친다
빈 거미줄에 맺힌 이슬은 누구의 눈물인가?
2021. 8. 12. 10:57
아침등산 중 북한산 자락에서
雲靜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