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의 붉은 마음
모처럼 처가에 갔더니 겹홍매가 반겨주는구나
한 30년을 처가에 다녔어도 활짝 핀 건 처음 보네
팔순의 어르신 기력 쇠하여 붓 놓은 지 오래다
하지만 춘심은 옛날 옛적 그대로구나
고혹적인 홍매는 아름다운 이의 자태 같고
황매도 뒤질세라 노란 꽃봉오리 맺었네
서울은 이제 겨우 녹빛 기운이 감돌텐데
사위의 붉은 마음이 남천에 피었구나!
壻赤心
久尋岳家紅梅迎
卅年初次看滿開
八旬岳父輟筆永
但春心仍如舊常
紅梅恰似佳人樣
黃梅次於結黃朵
恐京今纔放綠意
壻赤心開在南天
2019. 3. 31. 12:11
雲靜於臺北捷運南港站
草稿
※ 위 한글은 2019년 3월 말 내 친구 김대성이 경주 자신의 처가에 갔다가 뜰 안에 핀 홍매화와 나이 들어가시는 빙부님을 뵙고 느낀 소회를 적어 친구들 단톡방에 올린 글을 내가 핵심 내용만 간추려서 시의 형식으로 바꿔 쓴 것이다.
당시 나는 대만에 장기 체류하던 중이어서 친구를 볼 순 없었지만 빙부를 생각하는 친구의 효심어린 마음을 기리는 의미에서 옮긴 한글시를 다시 한시로 바꿔봤다. 1~6행은 대충 한글과 같은 뜻이고, 마지막 7~8구는 내가 한시에 맞게 보탠 것이다.
南天은 붉은 열매를 맺는 관목으로서 당시 친구의 처갓집 뜰에 열매를 맺었다고 했는데, 이 시에선 처갓집을 가리키는 이중어의로 중첩되게 사용했다.
어설픈 시가 되려 친구에게 결례나 누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작시 후 오랫동안 노트북에만 넣어두고 잊고 지내다가 오늘 새벽에 우연히 다시 보게 돼 늦게라도 블로그에 올린다. 혹시라도 결례나 누가 되더라도 친구가 혜량해줄 것으로 믿는다.
2021. 5. 18. 06:05
북한산 清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