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③ 빛의 벙커 : 빛으로 만난 고흐와 고갱
4박 5일의 이번 짧은 제주 여행 중에 최대의 호사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와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을 제주에서 빛으로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세기적인 화가다. 19세기 인상파의 영향을 받아 후기 인상파를 이끌고 결정지은 대표적인 작가들이란 건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이 짧은 지면에서 현대 서양미술의 사조는커녕 두 화가가 남긴 수많은 걸작들만 거론하기에도 벅차다. 해서, 간단히 고흐와 고갱의 작품경향에서 보이는 특징만 언급하기로 한다. 고흐는 나선, 물결선과 원에 의한 형상과 강렬한 색채로, 그리고 고갱은 원색에 가까운 밝고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 상징성과 비(非)자연주의적 표현이 20세기 서양 현대 회화의 출현에 창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 정도만 소개하는 것으로 그친다.
고흐와 고갱은 한 동안 같이 생활하다가 성격 차이로 결별한 바 있는데, 그들이 타계하고 100년도 더 지나 머나먼 이곳 평화의 섬 제주에서 재회한 셈이다. 두 화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과 만나는 만남의 형식도 기존의 화면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세례를 받은 빛이다.
레이저 빔으로 쏘는 강렬한 빛이 기성 작품인 화면에서 보는 것과 완전히 다른 느낌과 이미지를 선사해주고 있다. 치밀한 구도, 강렬한 색채와 동태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인 고흐와 고갱의 작품들이 레이저 빛으로 발산돼 더욱 강렬해진 색채감에다 리듬감이 곁들어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움직이는 빛의 동영상이다 보니 작품의 현장감과 사실감은 캔바스의 화면에서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다. 되레 작품 감상을 방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싶어서다. 현장에서 두 사람의 작품들을 10여분 이상 촬영한 두 동영상으로 대신한다. 설치된 작품을 모두 다 촬영하려면 1시간 가까이나 걸려서 결국 고흐와 고갱의 대표작은 찍지 못했다. 목마른 이가 우물을 파듯이 정말 고흐와 고갱의 작품을 통해 판타지를 맛보고 싶은 이는 주저하지 말고 바로 달려가라. 제주의 전시 현장으로!
암튼, 현장에서 보는 것과 비교할 순 없지만, 기존 고흐와 고갱의 캔바스 작품과 다른 색다른 맛을 느끼기에는 이 동영상만으로도 가능하다. 얼마 안 되는 사진들이지만, 감상하면서 예술적 감수성이 되살아나면 망외의 기쁨이 될 것이다.
2021. 2. 26. 14:06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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