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문의 인연 3

인연 Ⅳ

인연 Ⅳ 인연이란 마음에 새겨진 마음의 도장인 모양이다. 마음속에 인주로 선명하게 찍혀 있기 때문일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인연이 있다. 당사자들이 원하는 바대로 이뤄지는 것만 인연이라고 할 순 없다. 특히 이성 간의 인연은 만남의 지속이나 결혼의 성사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에서 몸은 서로 떨어져도 마음이 끊어지지 않으면 그 또한 인연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인연의 대상이란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강도나 진폭이 다른 주관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나에겐 인연이 있다거나, 인연이 없다거나 할 때 그것은 성사에 초점이 맞춰진 건 아니다. 인과 연 그 자체를 말할 뿐이다. 지금까지 나를 거쳤거나, 아니면 스쳐 지나갔거나 한 수많은 인연들 중에 나는 한 인연을 잊을 수 없다. 지금으로부..

인연 Ⅲ

인연 Ⅲ 삶이란 때론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때가 있다. 작년 여름, 전혀 생각지도 않게 갑자기 대만 중화민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올해 초부터 대만에서 약 1년간 생활하게 됐으니 말이다. 인연 역시 가늠할 수 없는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한 여인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자기 혼자서 나를 마음속 연인으로 생각하다가 여운이 긴 편지 한 통 남겨 놓고 홀연히 사라진 게 마지막이었으니 말이다. 그 여인이란 얼마 전 볼 일이 있어 과거 30대 초반 내가 일본어 강사로 있었던 보습반(학원)이 있던 타이베이역 건너편 충칭난루(重慶南路)에 갔다가 문득 떠오른 20대 중반의 한 “샤오졔”(小姐, 아가씨)였다. 그녀는 내가 약 2년 남짓 이곳 타이베이의 한 보습반에서 일본어 회화를 가르쳤을 때 나의 ..

인연 Ⅱ

인연 Ⅱ 세상만사가 다 그렇지만, 만나고 헤어짐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게 사람의 인연이다. 애틋하게 만나고 싶어도 한 번 보고는 평생 동안 못 보고 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마주치고 싶지 않는데도 자주 얼굴을 맞닥뜨리게 되는 이도 있다. 그야말로 애별리고(愛別離苦)요, 원증회고(怨憎會苦)이다. 생각나는 사람이 많은 계절의 이 가을날 오후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낙엽들을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니 오늘은 약 30년 전 30대 초반의 타이완 유학 시절 타이베이 시내 한국 사찰의 법회에서 인연이 된 한 스님이 몹시 생각난다. 그분은 道山이라는 법명을 가진 젊은 한국인 선승이었다.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게 생긴 비구승으로 파르스름한 깎은 승발이 퍽 인상적이셨던 분이었다. 스님은 출가 전 세속에서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