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은 한국전쟁 발발의 진실을 바로 말해야 한다
서상문(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1950년 5월 15일 마오쩌둥은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화이런탕(懷仁堂)에서 자신을 찾아와 한반도적화를 위한 남침전쟁에 동의해줄 것을 요청한 김일성과 전쟁을 도발하면 미국이 개입할 것인지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회의 후 마오-김 회담에 배석했던 저우언라이(周恩來)와 박헌영은 각기 베이징 주재 소련대사 로신을 통해 스탈린에게 마오-김 쌍방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하면서 이렇게 통보했다.
중국은 “타이완(臺灣)을 해방한 후에 한반도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스탈린이 이미 한반도적화 통일문제에 동의한 이상 준비 중인 타이완해방 작전을 뒤로 미루고 한반도 무력통일을 제1순위로 두기로 했고, 마오쩌둥은 김일성의 3단계 침공방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김일성에게) 몇 가지 전술적 충고까지 했다.”
60년이 지난 2010년 10월 25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중국국가 부주석 시진핑(習近平)은 ‘抗美援朝戰爭 참전 제60주년 좌담회’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군 노병들에게 “위대한 항미원조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으며, “제국주의가 중국인민에게 강요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말하는 이른바 ‘정의의 전쟁’이란 강대국이 패권을 추구하기 위해 정의로운 약소국을 침략했을 때 이에 항거하는 전쟁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마오는 소련의 군사지원을 받은 북한이 중국과 한날한시에 일제의 모진 질곡에서 벗어난 신생국 남한을 침략하겠다고 했을 때 김일성을 적극 만류했어야 했다. 그것이 반제, 반패권의 기치로 떨치고 일어난 중국공산당의 창당정신이 아니었든가! 그렇기는커녕 마오는 남침을 고무시켰고, 미군이 개입하면 군대까지 보내 지원하겠다고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38세에 불과한 김일성의 만용을 부추긴 셈이 됐다.
마오쩌둥이 김일성의 동의요청에 동조하지 않았더라면 한반도의 역사는 달라졌을 수 있다. 김일성의 남침준비를 지원해온 스탈린이 마오쩌둥의 사전 동의를 전쟁승인의 조건부로 내건 것이 마오쩌둥의 동의거부로 성사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일성의 남침 후 마오는 유엔결의에 따라 한반도로 전개해온 미군의 참전목표가 북한침략군을 격퇴해 남침 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 즉 달리 말해 38도선을 넘어 중국을 위협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처음부터 파병의지를 갖고 있었다.
여기에는 참전을 강행함으로써 과거 소련이 획득한 중국내 권익을 환수해주겠다는 스탈린의 약속을 보장 받고, 몇 가지 자신의 국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 동기가 숨겨져 있었다. 결국 유엔군이 북진하면서 중국지도부에 중북 국경지역에서의 중국의 안전과 이익을 보장할 것이라고 통보했음에도 마오는 ‘미국위협론’을 부풀리고 ‘정의의 전쟁’으로 호도하면서 25만 여명의 대군을 북한에 들여보냈다.
중국의 정의롭지 못한 부당한 전쟁개입으로 한반도통일은 성사 일보직전에서 무산됐고, 와해상태의 북한정권은 회생했다. 그 여파로 한민족은 60년간 형언할 수 없는 갈등을 겪었으며, 남북분단의 고착화는 남북한간의 불필요한 소모전의 기원이 됐다. 더욱이 1992년 8월 한중수교시 중국은 중국의 참전에 대해 한 마디도 사과하지 않았다.
시진핑의 발언은 이러한 마오쩌둥의 행적과 역사적 진실을 모르고 한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오로지 중국참전군 노병들을 위로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한 것이었을까? 자국의 군원로들을 위무하는 것은 국가지도자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역사적 진실까지 왜곡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 노병들이 진실, 정의, 평화 등의 범인류적 가치를 생각하는 진정한 무인이 아니라 오로지 자국이익만 생각하는 왜소한 군인이 된다면 그를 감당해야 할 국가적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또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그렇게 발언했다면 그 또한 “대국”의 지도자답지 않은 처사다. 그러한 인식을 가진 지도자가 추구할 향후 중국의 한반도정책과 한중관계가 심히 우려스럽다.
중국이 진정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면 북한과의 관계만 중시하고, 그래서 김정은의 3대 세습까지 드러내놓고 지지하는 행보를 보여서는 안 된다. 역사의 진실을 외면한 발언으로 북한만 감싸고돌고 한국을 중국과의 상보적인 파트너로서 대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해 형성될 한국인의 대중국 이미지도 고려해야 한다. 한반도평화의 안정적 관리를 내세우는 중국의 지도자가 갖춰야 할 정치적 덕목과 식견은 불편부당한 역사지식의 습득에서 갖춰진다.
일국의 최고지도자는 부끄러운 자국의 역사도 사실대로 인식하고, 인정할 수 있는 인류보편적 가치와 정신의 소유자여야 한다. 그래야만 역사를 보는 눈이 아전인수 식이 되지 않는다. 인류보편적 가치와 정신의 소유자가 되지 못하면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 없다.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이 일본군의 중국침략과 난징(南京)대학살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발뺌할 때 중국인민들이 분노를 느끼듯이 중국정치지도들이 남침을 북침이라고 강변하면 한국국민도 분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을 혜찰할 수 있어야 한다.
차기 중국의 최고지도자로 내정돼 있는 시진핑의 이번 발언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였다. 그는 중국이 자랑하는 인류의 스승 공자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스승님, ‘過猶不及’이 무슨 의미입니까?”
2010. 10. 30.
雲靜
위 글은 한국해양전략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된 것입니다.
'앎의 공유 > 한국전쟁' 카테고리의 다른 글
6․25전쟁 피해자의 통한, 겨레의 통한 (0) | 2012.06.28 |
---|---|
중국 국가수뇌부의 6․25전쟁 발발원인 인식에 대한 ‘마르크스사상’적 비판 試論 (0) | 2012.03.31 |
중공군의 4~6차 공세와 서울 재수복 (0) | 2012.03.31 |
중공군의 3차 공세와 1․4후퇴 (0) | 2012.03.31 |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 (0) | 2012.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