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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경향신문! 너마저 비틀거리면 안 된다!

雲靜, 仰天 2019. 3. 20. 10:21

힘내라 경향신문! 너마저 비틀거리면 안 된다!

 

경향신문! 말만 들어도, 지나가다 우연히 기사만 봐도 옛날 30여 년 전 젊은 시절 잠깐 몸담았던 추억이 용솟음치는 친정집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나야 2년 남짓 밖에 근무하지 않았기 때문에 잠시 스쳐 가는 객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이 신문이 지향하는 바가 마음에 들어 늘 애착이 가는 게 사실이다.

 

내가 근무한 당시는 5공의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이 언론인들에게 재갈을 물리느라 일부 세금면제를 비롯해 각종 혜택을 주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보니 보너스가 무려 1100%로나 돼 입사 1년차인 내 손에 들어온 월급봉투엔 매달 평균 7~80만원이 들어있었다. 회사 근처 1인 독방 하숙비가 15만원 하던 시절, 삼성그룹 입사 1년차 신입사원이 월 급여 38만원을 받던 시절이었다. 나는 급여가 업계 최고였던 삼성 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대우를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호시절(?)을 뒤로 하고 경향신문은 신군부의 군사독재 정권시절 권력의 입이 됐던 것에 대한 몇 번의 각성과 반성을 거친 뒤에 오로지 독자만 두려워한다면서 사주로부터 편집권독립을 기치로 독립언론을 표방한지 10년이 더 지났다.

 

그 사이 경향신문의 기자들은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 비해 연봉이 거의 반으로 줄어들었던 것으로 안다. 공채 제26기로 같이 입사한 9명의 동기들 중 다 퇴사하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한 동기에게 미안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경향의 기자들은 정치권과 권력기관, 심지어 거대 재벌기업의 눈치 보지 않고 언론본연의 성역 없는 공정보도, 현장감 있는 발로 뛰는 보도를 하겠다고 선언한 자신들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해오고 있다.

 

 

서울시 중구 정동 22번지에 위치한 경향신문사 

 

그런데 최근 편집국장 등 경영진에서 기자들이 5개월 동안이나 심층 취재한 결과 일감 몰아주기를 여전히 자행해오고 있는 대기업의 비리를 파헤친 기획기사를 못 싣게 하는 사건이 벌어진 모양이다. 편집국장이 광고주인 대기업의 비위를 건드리면 광고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경영진의 우려 섞인 의중에 대해 알아서 기듯이 우려하기 때문에 기사를 무산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향의 기자들은 기업 기사에 내부 견제 심해졌다면서 우리는 부끄럽습니다라고 스스로 자책하고 나섰다. (경향신문』 2019. 3. 20일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06/0000095951

 

한국사회의 문제들은 대부분 언론과 깊이 연계돼 있다. 언론이 바로 서면 해결이 쉽고, 그렇지 못하면 쌓이고 쌓여 이름 그대로 고질적인 적폐가 된다. 최근 70여년 이상 묻혀 있다가 불거져 나온 사법계의 온갖 적폐도 결국 한국 언론에 성역이 있었기에 지속된 것이다. 반대로 언론이 성역을 허물고 그곳의 비리를 하나 둘씩 세상 밖으로 들춰냈기 때문에 그렇게도 견고했던 성채가 금이 가기 시작해 결국 허물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사들, 특히 자본, 광고주와 사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이 되기로 선언한 경향신문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경향의 어깨에 한국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비리와 적폐로 악취가 진동하는 사회로 남아 있느냐를 결정짓는 것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걸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명실상부한 독립언론의 기능과 역할을 지속하는 것만이 신문사도 살고, 사회도 사는 길이다.

 

하루 속히 경향신문의 경영진은 반성하고 게재하지 못하도록 막은 기사를 싣도록 해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경영진은 독립언론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기 위해 더 과감한 도전을 하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힘내라 경향신문! 너마저 비틀거리면 안 된다!

 

2019. 3. 20. 08:35

臺北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