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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의 X파일과 언행의 진정성

雲靜, 仰天 2018. 9. 19. 11:00

북한 김정은의 X파일과 언행의 진정성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지난 4, 전혀 가능한 할 것 같지 않아 보였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북한의 비핵화를 공언했다. 그 뒤 약 5개월이 지난 어제 김정은은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세 번째로 만나서도 비핵화 관련 빠른 진전과 큰 성과를 내고자 하는 의욕을 보였다.

 

한편, 국내외 보수 진영에는 김정은을 믿을 수 없는 인물로 보고 그의 비핵화 약속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이것은 상당 부분 지금까지 북한이 약속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몇 차례나 대남 군사도발까지 일으킨 바 있으니 스스로 자초한 자업자득이라는 측면이 있다.

 

과연 김정은의 발언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을까? 그는 이미 세계 언론에 노출된 부분이 많지만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부분이 더 많다. 그가 한 발언들의 진정성을 가늠함에 참고하기 위해 기록된 그의 과거를 간추려봤다. 과거 10여년 간 평양에 체류하면서 김정일의 일식 요리사로 김정철-김정은 형제와 같이 지내거나 그들의 생활을 지켜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 그리고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공사로 재직하던 중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공사의 증언을 근거로 했다.

 

 

김정은의 어릴 적 사진을 들고 있는 후지모토 겐지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공사로 있다가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그는 김정은, 김여정의 동정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던 관계로 북한 관련 1급 정보통은 아니다.

 

이 두 사람이 남긴 김정은 관련 내용은 상당 부분 일치한다. 이들의 증언에 더해 최근 김정은이 대내외적으로 발언한 내용들을 종합해봤다.

 

먼저 김정은은 술을 잘 못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담배는 병원이든, 유치원이든 어디든지 가리지 않고 광적으로 피워대는 쥐골”(골초라는 북한말)이었다. 그가 술을 못 마시는 것은 조부 김일성과 부친 김정일이 모두 술을 많이 마신 것과 대조된다. 김정일은 특히 일본 술 키쿠마사무네(菊正宗)를 좋아했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김씨 가문의 술 마시는 DNA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 적이 있듯이 윗대는 모두 DNA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했을 정도로 호주가였다.

 

김정은은 음주를 과하게 하지 않아도 건강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그는 성인병을 감추고 살아도 김일성이 심장이 안 좋았었고, 김정일도 심장(후지모토는 김정일이 간도 좋지 않았던 거 같다고 했다)이 좋지 않았듯이 선대의 유전적 영향이 있어 보인다. 가장 먼저 그의 과도한 비만을 변수로 꼽을 수 있다.

 

김정은은 자기 형 김정철과 체형 및 성격이 퍽 대조적이다. 김정은은 부친을 닮아 굵은 체형이고, 정철은 모친 고용희(본명은 고희훈)를 닮았는지 늘씬하면서 근육질 체형이다. 김정은은 격정적인 성격으로, 한 곳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김정은이 어릴 때부터 자기 형 김정철과 농구에 엄청나게 빠져든 것이 좋은 예다. 김정은은 어릴 적엔 혼자서 그림을 그리거나 스노보드도 잘 탔다고 한다.

 

 

친형제이지만 동생 김정은과는 판이하게 다른 김정철. 권력에는 전혀 관심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그 때문에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형제간의 사이를 짚어보면 김정은은 형 김정철과 어린 시절엔 사이가 무척 좋았다. 지금도 표면적인 갈등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대체로 김정철이 음악에 심취해 아무런 정치적인 의견이나 주장을 내세우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철이 현재 자기 동생 김정은에게 썩 만족할만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김정은과는 틈이 벌어질 가능성까지 배제할 순 없다. 반면 김정은은 지근에서 자신을 보좌해오고 있는 여동생 김여정을 전폭적으로 믿고 신뢰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연장자에 대한 존중의 태도를 보여줬지만, 어릴 때는 예의 바르진 않았다. 유소년 시절부터 자기 부모뻘 되는 어른에게도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반말로 대하는 등 안하무인으로 자랐었다. 중학교 시절 그가 자신 보다 30여년이나 연장자인 전속 요리사에게 후지모토 후반은 네가 심판을 볼래?”라고 서슴없이 굴었던 게 한 예다.

 

김정은은 성격이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친 듯이 보인다. 급하고, 즉흥적이고 거칠다는 것은 좋게 말하면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도자로서는 치밀성이 떨어지는 약점이랄 수도 있다. 이 사실을 알게 해주는 몇 가지 일화가 있다. 두 형제들 사이에서 어떤 놀이를 하자고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은 언제나 김정은 쪽이었다. 김정철은 형임에도 불구하고 동생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별로 내세우지 않았다.

 

최근 태영호 전 공사가 밝힌 김정은의 성격도 위 범주 안에 든다. 태영호의 주장에 따르면, 김정은의 특성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판단이 대단히 빠르다. 즉 머리가 좋다는 것이다. 둘째, 우유부단 하지 않다. 셋째, 칼날과 같은 무자비한 성격의 소유자다. 반면 김정철은 예술적인 감성에 우유부단한 성격이다.

 

김정은이 현지지도를 하면서 북한 사회에 제일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은 자신의 구상을 실현시킬 고급인력이 없다는 점이었다. 측근 간부들은 대부분 7080대 고령이었다. 그들 모두 김정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60대 간부들도 세계 사정에 어두웠던 탓에 김정은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했다. 화가 난 김정은은 외국에 외교관의 대학생 자녀를 둘이든 셋이든 많이 내보내라고 지시했다. 그저 유학을 보내라고 했지 유학 자금은 해결해 주지 않았다. 20141월의 일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유학 나간 북한 대학생들을 모조리 다시 불러들였다.

 

김정은은 조부 김일성을 닮아 과단성은 있어 보인다. 김정일은 자신이 북한 정권 내 정적을 제거하면서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 카리스마를 구축하면서 후계자 지위를 쟁취했다. 이에 반해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만큼의 큰 노력 없이 김정일로부터 권력을 거저 넘겨받다시피 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20088월 김정일의 심근경색으로 김정은 승계 작업이 가속화되기 전인 2003년부터 김정일이 자신의 네 번째 처이자 김정은의 생모인 고용희 숭배운동을 벌인 게 주된 것이다. 김정은은 권력 인수과정에서 카리스마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에 최고 권력을 손에 넣었음에도 당 간부들과 북한주민이 자신을 인정해 줄까 하는 불안과 초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는 태생적인 컴플렉스도 있었다. 그는 백두혈통임을 내세우지만 백두혈통 자체가 허구인데다 김일성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갑자기 튀어나온 가짜 백두혈통이다.

 

김정은은 자신의 혈통에 대해서 작지 않은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은 김일성의 장남이자 본처 김정숙 사이에 난 소생이다. 북한은 공산주의와 성리학 개념이 결합된 특수한 사회구조를 지니고 있고 정통성과 명분을 중시하는 사회다. 북한 사회에 남아 있는 유교의식이 김정일에게 후계자로서의 정통성과 명분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김일성은 김정일이 고용희를 좋아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아예 두 사람이 만나는 것 자체를 극구 싫어했다. 고용희는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식민지배 국가인 일본의 재일교포 출신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김일성이 살아 있었을 때 김정은은 조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김정은은 모친 고용희가 김정일의 정식 부인이 아니라 김정일의 애인관계에서 출발한 정실부인이 아닌 첩의 자식으로 태어난 사실에 대해 평심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게다가 김정일이 현지지도 수행 중에 눈이 맞은 무용수였던 사실도 그의 컴플렉스를 심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핵과 ICBM에 집착하고 장성택을 숙청하는 등 공포정치를 휘두르는 성격적 배경 가운데 하나다.

 

김정은은 승부욕이 강함과 동시에 포악한 성격임을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다. 그가 7~8세 무렵 형 김정철이 오델로 게임이라는 구슬놀이를 하던 중 김정은에게 이렇게 해봐!”라고 훈수를 했는데 김정은이 그만 구슬을 놓치고 말았다. 화가 난 김정은은 놓친 구슬을 형의 얼굴에 던져버렸다. 김정은의 포악함은 뒤끝있어 보이는 성격으로서 복수로 나타난 바 있다.

 

20163, 김정은은 고모부인 장성택이 수억 달러를 들여 평양시 대성공원에 축구장 10개 보다 넓게 조성했던 평양민속공원을 철거하라고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해체 지시를 내린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민속공원을 보면 장성택을 죽여 없앤 뒤였음에도 분이 안 풀려 그가 생각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을 다시 찾은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은을 만나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김정은에게 술까지 두 손으로 공손히 따라준 바 있다. (2017년 2월 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근년 들어 일본과의 수교문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김정은을 대신해 "김정은의 유일한 친구"로 일본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후지모토 겐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정은이 솔직한 성격이라는 점은 이미 많이 거론돼 왔다. 여기에다 그는 두뇌 회전도 빠른 편이며, 논리적 사고를 하는 편으로 보인다. 특히 솔직해 보이는 면이 두드러졌다. 그는 심지어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에게선 볼 수 없던 북한상황의 열악함이나 자신의 부족함까지도 시인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김정은이 작년 조선중앙TV로 전국에 중계된 육성 신년사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한 해를 보냈다고 한 것도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극히 이례적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발언이었다.

 

또한 문 대통령이 (북한에)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不備·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음)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면서 평창올림픽 갔다 온 분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라고도 했다.

 

이 발언을 보면 아랫사람들도 솔직하게 김정은에게 보고할 수 있는 분위기이거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3월 방북한 우리 특사단과 4·27정상회담에서 그간 북한의 잦은 무력도발로 인해 문 대통령이 새벽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농담을 건넨 것도 솔직한 그의 성격의 단면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정은이 어제 오후 북한노동당 본부 청사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역사적인 조미(북미) 대화 상봉의 불씨를 문 대통령께서 찾아줬다조미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노력 때문북남관계·조미관계가 좋아졌다문 대통령께서 기울인 노력에 다시 한 번 사의를 표한다고 언급한 것도 단순히 외교적 수사나 가식이 아니라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고마움을 솔직하게 표현한 본심으로 판단된다. 김정은이 어제 문재인 대통령에게 빠른 속도로 더 큰 성과를 내자고 촉구한 것은 성격이 급해서가 아니라 북한이 처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16년 제7기 조선노동당대회 결정문에서의 암시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우리민족의 역사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고, 지난 자유의집 방명록에서도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서명한 것도 갑작스런 임기응변은 아닌 듯하다.

 

어제의 만찬에서 그가 그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쌓은 신뢰가 있다거나 불신과 대결의 늪에서 과감히 벗어나 화해와 평화번영에 접어들도록 하자고 한 발언도 수사적 발언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느껴진다. 이와 상통하는 것으로서 어제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북한 군부 측이 그를 각하라고 호칭했고, 예포도 21발 발사한 것은 문 대통령을 남한의 국가원수로 인정한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김일성이나 김정일보다는 솔직하다는 것이고 솔직해도 되는 데까지만 솔직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김정은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자신이 비핵화를 여러 차례 공언한 것에 대해선 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궁극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엔 그 역시 무한정 양보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 남북한 정상 간에 어떤 극적인 합의가 이뤄져도 결국 문제해결의 열쇠는 미국의 손에 있다. 이미 공은 회담 전부터 트럼프에게 가 있는 형국이다. 다만 김정은은 트럼프를 재촉하기 위해 또 다른 뭔가를 얘기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 평양에서 진행되고 있는 추가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도출될지 눈여겨 볼 일이다.

 

2018. 9. 19. 10:45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