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臺灣 총통 당선자 차이잉원이 누구와 비교가 된다고?

雲靜, 仰天 2016. 2. 2. 22:40

臺灣 총통 당선자 차이잉원이 누구와 비교가 된다고?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얼마 전 제14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후보가 총통으로 당선돼 대만에서도 여성 정치지도자가 탄생됐다. 야당인 민진당이 여당인 국민당의 재집권을 저지하면서 배출한 대만 최초이자 중화권 최초의 여성 정치지도자다.

   

외신에서는 차이잉원을 “동방의 메르켈”이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단에다 결단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그의 리더십 때문일 것이다. 또 미혼여성이 선거로 최고 정치지도자에 올랐다는 점에서 간혹 비교되곤 했지만, 최근엔 국내 SNS이나 일부 언론에서 차이 당선자를 박근혜 대통령과 견주는 일이 눈에 띤다.

   

메르켈과의 비교는 납득이 가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견준다는 건 같은 여성 지도자의 탄생이라는 이유에서라면 몰라도 국가지도자로서의 인품과 자질을 동일한 선상에 놓으려는 의도에서 비교하는 것이라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여성과 미혼이라는 사실 이외에는 더 이상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없다는 점에서 생뚱맞다는 느낌이다.

   

첫째, 우선 차이잉원은 누구의 부인, 누구의 딸, 누구의 미망인처럼 전혀 누구의 후광을 입지 않고 자력으로 총통에 당선된 점이 다르다. 그는 힐러리처럼 대통령의 부인도 아니요, 소냐 간디(Sonia Gandhi)와 박근혜 대통령처럼 대통령을 아버지로 두지도 않았으며, 코라손 아키노처럼 최고 권력자의 미망인도 아니다. 또 아웅산 수치처럼 민족의 영웅을 아버지로 둔 딸도 아니다.

   

이 사실은 그의 당선이 남편이나 아버지의 후광 덕에 된 게 아니라 순전히 자신의 독자적 힘으로 이뤄진 것임을 의미한다. 그가 획득한 대만 전체 유권자의 과반이 넘는 689만4,744표는 온전히 자신에 대한 표인 것이다. 그에게는 이른바 지도자의 가문에 대해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쫓는 “묻지마 지지자들”이나 “콘크리트 지지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이 점은 향후 차이 당선자가 총통으로 취임한 이후 정치역학 관계라는 구조적 측면에서 콘크리트 지지자들을 믿고 국민 다수의 의사와 다른 정책을 펴거나 ‘소신껏’ 국정을 농단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둘째, 정치인이라면 언행과 처신의 신중함과 절제력이 필요한 만큼 차이잉원 역시 성격이 신중하고 절제력을 알지만 그것들은 모두 정직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가 총통선거에 임하기까지 시종 절제된 언행으로 일관한 점이 이를 말해준다. 언행이 너무 이성적이었던 나머지 자신의 당원들과 지지자들마저도 서운해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러한 덕성이 총통선거에도 반영됐는데, 그는 임기 내 지키지 못할 공약은 내걸지 않았던 것이다.

 

차이잉원은 세계경제 전체가 불황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대만 자체적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가 한계가 있는데다 중국대륙과 일정 부분 경제교류를 통하지 않으면 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음을 겸허하게 인정했다. 이성적 판단으로 과욕을 버리고 국민 앞에 양심적으로 선거에 임한 것이다.

 

이는 경제를 성장시키겠다고 공언해놓고 지키지 못해 空約으로 끝나 정권을 내주게 된 현 총통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와 대조된다. 또 재원을 따져보지도 않고 복안도 없이 각종 복지사업을 펼치겠다고 약속해놓고선 당선 후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지도자와도 다르다.

   

셋째, 차이잉원은 평범한 일반인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자라고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보통 사람들과의 평등의식과 동류의식을 지니고 있다. 그는 첩의 딸로 태어났지만 부친의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자랐다.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과 애환을 너끈히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과 감성이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거나 지나치게 호사스럽게 자란 사람은 국가 지도자로는 적당하지 않는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또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 혹은 비극적 경험을 겪은 사람도 피해야 한다. 사회 일반의 상식과 서민들의 처지가 어떤지 전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역지사지 능력과 균형 감각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이잉원은 재벌기업의 입맛에만 맞는 정책을 펴면서도 그것을 모든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라고 강변하는, 논리성을 결여한 정치인과는 차원이 다르다. 또 70% 이상의 국민이 반대하는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전체 국민들이 찬성해서 추진하는 것처럼 사실을 의도적으로 호도하고 왜곡하고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후안무치의 정치인과도 질적으로 다르다.

 

 

여성 특유의 온유함과 함께 지적능력을 갖춘 차이잉원 총통은 1956년생으로 내가 다닌 정치대학 정치학교 교수 출신 정치인이다.

  

째, 차이잉원은 품성이 겸손하지만 그 겸손이 말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위민(爲民)정신에서 행동과 정책으로 그것을 실천하는 정치인이다. 그가 당선 일성으로 당원들에게 “겸손하고,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자신의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반대편에 선 사람들의 눈물까지도 닦아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가식적이고 임기응변적 겸손이 아닌 진정한 겸손은 포용력을 잉태시키는 법이다.

 

겸손과 위민정신이 몸에 밴 지도자는 선거에서 자신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반대자들을 흡사 적을 대하듯이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자들에 대한 포용, 국민통합을 강조한 차이잉원의 의지와 각오 그리고 향후 정치개혁 의지 등을 보면서 대만인들은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지게 됐다.

  

다섯째, 차이잉원은 의회와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할 줄 아는 민주주의적 소양을 갖추고 있는 정치인이다. 국립 대만대학 법과를 졸업한 뒤 미국 코넬대학과 영국 정경대학에 유학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민주주의의 기본 개념인 의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존중, 3권분립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존중하는 습성이 체화돼 있다.

 

그가 의회를 국정의 동반자가 아니라 꾸짖고 질타하는 대통령의 하위 기관 혹은 보조 기관 쯤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의 근거다. 그래서 입법부의 존재와 역할을 무시하고 겁박하는 누구의 전철은 밟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차이잉원은 자신에게 반대한다는 이유로 국민으로서 취할 수 있는 당연한 요구와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을 적으로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여론을 동원해 이들을 사회혼란을 일으키는 불온한 세력으로 몰아 부치면서 탄압하거나 심지어 “친중국 좌파”로 색깔론을 덧씌우는 폭압적, 야만적 정치는 더욱 거리가 멀 것이다.

  

여섯째, 차이잉원이 모국어인 중국어와 대만어인 민난어(閩南語)는 물론이고 영어도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는 건 ‘사실’이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모국어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은 외국어를 잘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모국어도 정확히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말하는 외국어 능력은 의심스럽기 짝이 없고, 그가 말하는 외국어란 해당 외국어를 잘 모르는 국민들에게만 대단하게 보일 뿐이다.

 

모국어로 하는 말조차 국민들이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없어 SNS상에서 지도자의 말을 해석해주는 ‘번역기’가 나돌 정도라면 웃어넘기기엔 문제가 심각하다. 언어능력과 지력이 겸비되지 않으면 기자회견은 차치하고 어떻게 참모회의나 국무회의를 원활하게 주도하고 주재할 수 있겠는가? 차이잉원은 모국어로 정견을 발표하거나 회의를 주재할 때 자신이 무슨 맥락에서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일곱째, 차이잉원은 참모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도 정책을 입안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갖췄다. 국가지도자란 언어 구사능력은 당연하고, 여기에다 자력으로 정국을 읽고 세계 주요 정세를 판단하며, 시대정신에 걸 맞는 정책을 입안할 수 있는 지력과 정책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는 리덩후이(李登輝)와 천수이볜(陳水扁) 두 총통에게 연거푸 발탁돼 중국대륙 정책 관련 실무를 맡아 보면서 정책 능력을 검증 받은 바 있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특수한 국가 대 특수한 국가의 관계”로 중국정부가 받아들인 정책적 틀도 그가 입안한 것이다. 지력과 정책능력은 국내문제와 국제문제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그것이 역내문제로, 나아가 세계문제가 되고 있는 오늘날 ‘Intermestic’(international과 domestic의 합성어) 시대에 국가지도자가 갖춰야 할 필수적인 것이다. 차이잉원은 중국-대만 양안관계를 잘 알고 있어 통일과 같은 민족사적인 중차대한 과제는 임기 내에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과욕은 부리지 않을 것이다.

 

 

제3차 국공합작이 가능할까 하는 점은 양안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항시적인 관심사다. 중국은 대만에게 국가 대 국가 관계가 아니라 중국의 지방정부 자격으로 참여하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반면 대만은 국가 대 국가(즉 중앙정부 대 중앙정부의 대등한 입장)의 관계로 통일을 논의하자는 원칙들이 바뀌지 않는 한 쉽사리 성사되기가 쉽지 않다. 대만정부가 지방정부의 자격으로 일단 북경의 중앙정부에 참여해서 역으로 중앙정부를 장악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건 소설처럼 쓰기는 쉬워도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향후 차이잉원의 정치 행보를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그는 메르켈을 능가하는 정치지도자가 되거나 혹은 동방의 메르켈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나중에 “아시아의 차이잉원” 혹은 “제2의 차이잉원”이라는 수식어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총통 당선 직후 차이잉원이 양안관계 정책에 대해 현상 유지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선거 직전 불거져 나온, ‘저우쯔위(周子瑜)가 대만 국기를 흔든 영상’ 사건과 관련해 “대만의 정체성 수호는 총통으로서 최대의 임무”라고 선언한 이상, 또 일본과의 FTA 체결 방향으로 나아갈 것임이 분명한 이상, 중국과의 갈등과 긴장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만이 처한 내외의 상황이 녹록한 것은 아니지만 그는 적어도 참담하게 실패로 끝나는 총통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차이잉원이 유념해야 할 게 있다. 만약 자신이 성공한 총통으로 평가 받고 싶다면 선배격 여성 국가지도자들의 언행과 정치 행보를 타산지석,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때 2012년 1월 제13대 총통선거에서 낙선한 뒤인 12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여성 지도자의 출현에 대한 대만인들의 기대를 높일 요량으로 “나에게도 일종의 격려와 같은 느낌을 준다”고 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자서전이 대만에서 출판된 중국어 번역판에 추천사를 실은 적도 있지만, 한국의 정치상황을 익히 알고 있는 지금은 그 때와는 생각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위 글은 2016년 2월 2일자『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