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짧은 글, 긴 생각

원풍경(original landscape) 이야기(原風景物語り)

雲靜, 仰天 2015. 11. 23. 16:39
原風景物語り

 

原風景は物語りである。そこには風光があり、人があり、靈魂がある。物語りのない原風景は天王星の地表であり、原風景のない物語りは魂のない人間とおなじ事である。

 

원풍경은 이야기다. 그기에는 풍광이 있고, 사람이 있으며, 영혼이 있다. 이야기가 없는 원풍경은 천왕성의 지표이며, 원풍경이 없는 이야기는 혼이 없는 인간과 같은 것이다.   

 

2015. 11. 16. 09:14
포항에서
雲靜

 

 
인간은 누구에게나 지울 수 없는 원풍경을 안고 산다. 원풍경이 형성돼 있지 않은 이는 삭막한 사막에 버려진 동식물 같다는 느낌을 준다.
내게도 원풍경이 있다. 1980년대 포항시가 약동하던 시기 오거리에 세워진 포항을 상징하는 탑. 이 탑을 꺼꾸로 세워서 보면 포항의 '포'자에 ㅡ가 빠진 형상이다. 아마도 이 구조물을 세운 이는 하늘을 ㅡ자로 보고 형상화했을 수도 있겠다. 지금은 철거된지 오래됐지만 나는 그 시절 죽도시장, 시외버스 터미널(현 죽도시장 외환은행 자리), 남빈동, 포항역 일대를 오가면서 나의 아뢰야식에 차곡차곡 저장시킨 포항에 대한 수많은 추억들 가운데 잊을 수 없는 한 정경이다. 말하자면 내게는 원풍경이다. 원풍경은 내 마음 깊은 곳에 존재하는 과거를 형성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집적된 것이 나라는 존재이듯이...
과거 포항의 행정 컨트롤 타워였던 시청 청사. 일제 시대에 지어진 붉은 벽돌 건물이었다. 나는 큰 길 건너 이 건물 맞은 편의 중앙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이 청사를 매일 보고 나녔다. 때로 초등학교 교내 사생대회에서 이 건물을 그리기도 했고, 돌아 가신 모친이 젊은 시절 이곳 도로 벽돌 놓는 공사에 어린 3~4살 짜리 아들을 잡고 데리고 간 광경도 기억에 남아 있다. 또한 고등학교 시절부터는 여러 번 이 청사 안에도 들어가서 계단으로 2층에까지 올라가 본 적이 있어 내부 광경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청사는 헐린 지가 오래 됐다. 내가 당시 어른이었다면 반대를 했거나 혹은 시장이었다면 이 청사를 헐지 않고 보존하게 했을 것이다. 개발이 다 좋은 건 아니고, 능사도 아니다. 개발만능주의 생각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서울의 중앙청 청사나 서울역 청사를 없앤 것도 못내 아쉽다. 서울, 부산, 인천, 목포, 군산, 포항, 구룡포 등지의 전국에 산재해 있던 일제 시대 건물들은 일제 악랄한 수탈의 상징이긴 해도 뼈 아픈 통한의 역사도 남길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역사물을 왜 보존해야 하는가 하는 이유에 대해선 다른 공간에서 자세하게 언급할 때가 있을 것이다. 또 내가 나고 자란 포항에 대한 나의 원풍경에 대해선 별도로 장을 마련할 생각이다.
내가 나고 자란 포항시 학산동 일대. 사진 속 모습은 대략 1970년대 초로 보인다. 그 보다 더 이전인 1960년대 같은 사진을 보면 곳곳에 초가잡이 많이 보이는데 여기엔 스레트집, 함석집과 벽돌양옥집이 많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왼쪽의 반민둥산은 학이 내려 앉았다는 전설이 있는 학산이고, 그 산 아래 길다란 건물이 있는 곳은 내가 다닌 포항중학교다. 나는 포항중학교 뒷편, 학산의 우측 골짜기에 있던 항도국민학교 교문 앞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멀리 보이는 바다는 영일만의 북부해수욕장이 있는 곳이다. 어슴프레 축항 방파제도 보인다. 엄청나게 많이 놀러가서 자맥질을 하면서 날게, 해삼과 성게 등을 따서 먹던 곳이다. 내가 여남은 살 때는 집앞 길게 바다의 항구에까지 연결된 철길이 있는 곳에 나가면 미군들이 탱크를 실은 열차 위에서 껌을 좍쫙 씹으면서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웃거나 잡으로 오는 시늉을 하곤 했다. 우리는 그들 미군 병사들에게 잡히지 않을 정도로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헤이 할로 초코렛 기브미 찹찹"하면 그들은 웃으면서 정말로 껌이나 초코렛을 던져주곤 했다. 그들은 난생 보도 듣도 못한 과자들을 던져주곤 낄낄 댔다. 우리는 개의치 않고 던져준 과자들을 주워 먹는 게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나중에 기회되면 유년의 기억을 더듬어 잊지 못할 많은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