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인의 그리고 志士
正義는 仁義로운 사람들의 절대 다수가 옳다고 긍정하는 상태다. 仁義는 인간의 얼굴을 한 사람다움의 상태다. 정의는 단박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인의도 단박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한두 번에 이뤄지면 그건 정의가 아니다. 인의도 마찬가지다. 존경 받는 기득권자도 없지 않지만, 사악하고 탐욕스런 기득권자는 부정과 부패와 패악에 젖줄을 대고 산다. 그들이 쳐놓은 그물망이 너무나 넓고, 깊고, 질기기 때문이다. 정의와 인의가 땅에 내동댕이쳐지고 불의와 패악이 최고조에 달할 때 정의와 인의의 절실함이 샛별처럼 떠오른다.
한 사람과 소수만 자유롭고 다수가 고통 받는 가운데 불의와 패악을 일삼는 이가 그들이고, 정의와 인의를 희구하는 이들이 다수로 늘어 날 때, 그 때가 역사의 비등점이다. 역사는 불의와 패악에서 정의와 인의 사이를 끝없이 오가는 순환 과정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불의와 패악이 거리낌 없이 발호하는 때다.
세상에 완벽하게 정의롭고 인의로운 사회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정의와 인의가 사회의 최고 가치가 되고 이를 지향하는 이들이 다수인 사회는 있을 수 있다. 그런 사회는 결코 이상이 아니라 기득권층의 양보와 배려, 그리고 사회구성원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불의와 패악을 제어하고 세상을 정의와 인의의 사회로 견인하려고 한다면, 그 뜻이 넓고 굳세지 않으면 안 된다. 忍苦도 필요하다. 정의롭고 인의로운 세상으로 바꾸기는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거와 같은 일상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세상을 뒤 엎어버리는 혁명이 아니라면 정의롭고 인의로운 사회는 단박에 이뤄지지 않는 법이다.
옛날 曾子는 仁을 선비의 수양 차원에서 얘기했다. 나는 개인영역을 넘어 정의롭고 인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선비가 짊어져야 할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仁을 보고자 한다. 증자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선비는 마음이 넓고 뜻이 굳세지 않으면 안 된다. 책임이 무겁고 길이 멀기 때문이다. 仁을 자신이 이루려는 임무로 삼는다면 그게 무겁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그 임무는 죽은 다음에야 그칠 것이니, 길이 얼마나 멀고 힘들겠는가?”(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 仁以爲己任, 不亦重乎, 死而後已, 不亦遠乎. 論語 泰伯篇)
2015. 7. 8 오후
정치권의 悖惡과 邪道를 목도하면서
雲靜
蛇足 :
최근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한 이유는 한 마디로 국회에서 결의되고 입법 통과된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어렵사리 만들어진 '세월호 특별법'을 원래 법의 취지대로 처리하지 않으려는 의도는 정부에서 만든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즉 '세월호 특별법' 대로 시행하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제원인을 규명하라고 돼 있기 때문에 상당 부분 진상파악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만들어 母法인 '세월호 특별법'의 내용을 일부 개정해 시행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조사업무를 정부에서 파견한 공무원이 맡게 하고, 조사위원의 수를 줄이며, 조사 결과도 그 동안 정부(검찰과 감사원)가 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조사하고 분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유가족들의 의사를 배제한 채 관리 감독을 게을리 하거나, 돈을 받고 업자의 비리를 눈감아 주는 등의 잘못을 저지른 정부의 관련 부처들이 진상규명 특별위원회의 주요 업무를 관장하게 되는 꼴이다. 즉 조사를 받아야 할 잠정적 피의자가 스스로 자기를 조사하도록 하고, 조사의 범위와 안전사회를 위한 대책도 축소하게끔 시행령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런 시행령으로 과연 진상규명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무엇이 두려울까?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은 거짓말이었나?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공언도 그 진정성과 의지가 의심되지 않을 수 없다. 진정 나라가 걱정되면 먼저 부정부패의 혐의가 없는 깨끗한 인물을 국무총리로 앉혀 세월호 참사의 발생 원인부터 제대로 밝혀내는 게 맞지 않는가? 세월호 참사가 지금까지 누적돼온 여러 가지 부패와 적폐로 인해 발생한 측면이 크고, 그 사건은 우리 사회 부패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또 깨끗한 총리가 나서야 권위가 있고 영이 서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지 않고 비리 혐의가 덕지덕지 붙은 인물을 총리로 기용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이들에 대한 사정만 강화하려고 한다면 어떤 국민(콘크리트 지지자들은 제외)이 믿어주겠는가? 깨끗한 척, 부정부패와 싸우고 있는 척 시늉만 하고 있으니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지 않는가?
그런데다 귀기울일만한 정치적 주장을 내는 여당의 원내 대표 마저 '배신자'로 몰아 부쳐 '심판'하라는 지시로 끌어내리지 않았는가? 그는 공당의 의원들이 선출한 대표인데 주권재민과 삼권분립을 근간으로 한 '민주공화국'에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이런 작태를 정의롭고 인의로운 행위라고 볼 수가 있는가?
불의와 패악이 달리 있어 불의와 패악이라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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