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음악 가요

인생은 낙화유수! 흐르는 물 위에 꽃잎은 지고, 남인수의 『낙화유수』를 들으며

雲靜, 仰天 2026. 8. 7. 14:58

인생은 낙화유수! 흐르는 물 위에 꽃잎은 지고, 남인수의 『낙화유수』를 들으며


https://youtube.com/shorts/8F5ZcP-DjC0?si=KuelPP0fQ87OeDUI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아련한 옛 기억의 길목에 서면, 언제나 낮은 음자리표처럼 가슴 한구석을 울리는 노랫가락이 있다. 일제강점기 말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도 단아하고 맑은 미성(美聲)으로 겨레의 서러운 단장을 달래주었던 가수 남인수. 1942년, 조명암 작사·이봉룡 작곡으로 세상에 고개를 내민 노래 『낙화유수(落花流水)』는 그의 차분하면서도 슬픈 육성을 타고 8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금 가슴 깊숙이 밀려든다.

이 노래는 내게 단순한 옛 가요 이상의 의미로 남아 있다. 생전 아버지께서 약주라도 한잔 거나하게 걸치신 날이면, 먼 산을 바라보시며 덧없는 세월을 달래듯 애절하게 부르시던 노래가 바로 이 곡이었기 때문이다. 노래의 첫 마디가 흘러나올 때마다 가슴 한편이 찌릿하게 아려오는 것은, 그 음률 마디마디마다 아련한 아버지의 뒷모습과 그리움이 짙게 배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덧없는 봄날, 한 편의 시(詩)로 흘러가는 가사, 흘러가는 노래는 마치 물같이 흐른 내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스러지는 꽃잎처럼 허무하고도 아름다운 인생의 무상함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가사를 찬찬히 읊조려보면, 서글픔 속에서도 한 편의 다정한 시처럼 따스한 위로가 살포시 깃들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새파란 잔디 얽어 지은 맹세야
세월에 꿈을 실어 마음을 실어
꽃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

이 강산 흘러가는 흰구름 속에
종달새 울어울어 춘삼월이냐
홍도화(紅桃花) 물에 어린 봄 나루에서
행복의 물새 우는 포구로 가자

사랑은 낙화유수 인정은 포구
보내고 가는 것이 풍속이더냐
영춘화(迎春花) 야들야들 피는 들창에
이 강산 봄 소식을 편지로 쓰자

낙화유수(落花流水)란 말,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지는 꽃과 흘러가는 물에 다재다능하셨지만 시대가 아니어서 그랬는지 못이루신 아버지의 꿈과 회한이 지고, 그 아들의 인생도 덧없이 흐르고 있으니 말이다.

'낙화유수'라는 말은 사자성어처럼 쓰이고 있는데 원래는 당나라 시인 고병(高駢)의 시 구절에서 유래한 것이다. 떨어지는 꽃잎과 힘없이 흘러가는 물줄기를 뜻한다. 아름다웠던 봄날의 경치가 덧없이 지나가듯, 인간사의 부귀영화와 세월의 융성함도 언젠가는 쇠락하고 마는 인생의 진리를 담고 있다.

그래 맞다. 그 옛날 봄 나루터 물결 위에 넘실거리던 붉은 홍도화 꽃잎처럼, 우리의 청춘도, 애틋했던 사랑도, 그리고 그리운 아버지의 세월도 모두 낙화유수가 되어 저 멀리 흘러갔는지도 모른다. 보내고 또 떠나보내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요 풍속이라지만, 영춘화 야들야들 피어나는 들창가에서 지나간 봄날을 추억하며 편지를 쓰듯 이 노래를 불러본다.

비록 흘러간 세월과 사라진 것들에 대한 쓸쓸함은 가슴 한구석에 여전히 묵직한 추처럼 남아있지만, 다시금 경쾌하게 흘러가는 가락에 마음을 맡겨본다. 최근 만나고 온 윤동주 시인처럼 암울한 이 시대에 지는 꽃을 서러워하기보다 흐르는 물처럼 담담하게, 남은 삶과 세월을 조금은 가볍고 경쾌하게 끌어안고 걸어가야겠다.

심기일전해서 경쾌한 리듬으로 다시 들어보자. 삶도, 세월도, 인생도 경쾌하게! 남인수여 굿바이!

https://youtu.be/HK94Hv1AGgc?si=8CI6BZNVV2Rr4vEL

낙화유수 - 소리사랑

흘러간 엣노래지만 멋들어지고 흥겹게 부르는 노래와 감미로운 반주는 사랑은 낙화유수요 인정은 포구임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www.youtube.com


2026. 8. 7. 14:58.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