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한 편의 시 : 문주란의 '낙조'
가슴속에 영원토록 잊지 못할 사람이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행복인가, 아니면 고통인가? 가수 문주란이 부르는 가요 '낙조'는 못잊을 님에 대한 고통을 노래한다. 많은 세월이 지나도 가슴 속에 새겨진 그 사람 때문에 이 밤도 목이 메여 눈물 짓는다. '낙조'의 가사를 보면 이 느낌이 실감을 더할 것이다.
노을 지는 강물 위에
물새가 슬피 울면
강바람이 쓸쓸하게
물결따라 불어 오는데
언제까지나 영원토록
잊지 못할 그 사람
슬픈 사연에 슬픈 사연에
이 밤도 목이 메인다.
흘러가는 강물따라
꽃잎은 흘러가고
세월따라 굳은 그 맹세
하늘 멀리 사라졌는가
언제까지나 가슴 속에
새겨놓은 그 사람
잊지 못해서 잊지 못해서
오늘도 흐느껴 운다.
노래라기 보다 한 편의 시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잊지 못하는 옛님이 황혼빛의 낙조에 흐르는 강물따라 꽃잎 되어 흘러가는 장면을 떠올려보라! 시인 윤동주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 했는데, 님이 꽃잎 되어 흐르는 강물 위에 물새가 슬피 울고 강바람이 물결따라 쓸쓸하게 불어 오면 괴로워하지 않을 강심장이 있을까?
가공의 얘기라고 해도 상상 속의 그 분위기에 몰입되게 만드는 가사가 시종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가라앉는 저음의 음색이 심연 깊이 잠들어 있던 지난 일들을 아지랑이처럼 올라오게 한다. '낙조'를 듣고 있노라면 지나간 인연이나 현재 자신의 처지가 뒤엉긴 심사가 노래에 투사되어서 감정이 한껏 이입된다. 와락 눈물이 떨어진다! 길을 가다가도, 저녁밥을 먹다가도 눈물이 난다.
https://youtu.be/lUEUrhEREeY?si=DqOjttyKF2gow5kv
문주란의 저음이 노래에 빠져들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그 자신이 살아오면서 어린 나이에 몇 차례 풍파와 시련을 겪은 당사자라는 사실이 노래 속의 슬픈 사연들을 더욱 실감케 만든다. 슬픈 사연의 대상과 일체화될 때 슬픔은 현실이 된다. 1966년, 18세라는 꽃다운 나이에 '동숙의 노래'로 데뷔한 허스키의 대명사 문주란은 한국 가요계에서 일세를 풍미한 박춘석 사단의 막내로 가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나이 지긋한 박춘석 선생이 부성애로 감싸준 가르침과 사랑도 많이 받았지만 여러 가지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유부남인 줄 모르고 한 남자를 사랑했다가 평생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 火印 같은 상처, 문주란은 어쩌면 '낙조'를 통해 자신의 아픈 과거를 얘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사 “세월따라 굳은 그 맹세 하늘 멀리 사라졌는가? 언제까지나 가슴 속에 새겨놓은 그 사람”이 암시한다.
인생 전반부를 지나온 사람들 대부분은 저마다 아픈 상처, 아픈 기억을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간다. 가사 중, 흘러가는 강물따라 흘러가는 꽃잎은 그이기도 하고, 나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잊지 못해서, 잊지 못해서”, “슬픈 사연에, 슬픈 사연에 이 밤도 목이 메인다!” 나도 그렇다!
2025. 8. 5. 16:46.
연신내 우리들한의원에서 순서 대기 중에
雲静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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