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 선 문제아
고등학생 시절
정학 두세 번 먹고
학교 옮긴 뒤 “문제아”로 찍혔다.
그 뒤로 나는 오래도록
남들 기억 속의 3년 안에 갇혀 살았다.
나이 들면서
천생의 정의감이 고개 들자
또 하나의 가두리가 생겼다.
무지와 맹목이 나를 묶는다.
우파 성향 친구에겐 이 말을 못 한다.
좌파 성향 친구에겐 저 말을 못 한다.
글쎄, 그랬다간
양쪽 다 원수가 되고마는 세상
탐욕의 모래성은 땅 위에 서 있고,
진실의 빛은 저 하늘에 있음에도,
좌우를 뛰어넘어
창공을 훨훨 나는 제비 같은 친구는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
나는 좌파인가, 우파인가?
둘의 싸움터 한가운데서
이성과 합리를 들고 서 있는,
혼자선 설 수 없는 대쪽파다.
오늘도 나는
광야에 홀로 서서
기꺼이 싸늘한 산성비를 맞는다.
2026. 6. 23. 11:19.
서대문 사거리 벤치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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