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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市圖 제목 뜻 해석 관련 답변

雲靜, 仰天 2025. 6. 2. 09:51

歸市圖 제목 뜻 해석 관련 답변


오늘 새벽 Facebook에 올라온 친구가 그린 귀시도의 한글 해석에 관해서 친구가 아는 지인이 서로 댓글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이 한자의 의미를 나에게 물어보면 좋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 나는 아래의 답글을 달았다.

조선시대 풍속화가 김득신의 작품 귀시도, 33.5cm×27.5cm(간송미술관 소장)

조선시대의 수많은 전적들 중 한문과 한자는 크게 중국 어문법에 맞추는 식, 한국식+중국식, 한국식 등 세 가지로 쓰여져 있는데, 단순한 제목이나 몇 자 정도의 한자는 중국 어문법(s+v+o)과 한국어 어문법(s+o+v)이 혼재되어 있는 게 많아 보인다.

한 예로 十牛圖 중 尋牛(소를 찾다), 見跡(소가 남긴 자취를 보고), 見牛(소를 발견하여), 得牛(소를 얻고), 牧牛(소를 길들여), 騎牛歸家(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는 v+o의 한국어식이 아니라 모두 o+v의 전형적인 중국어문법의 예라네.

그런데 중국어에서도 우리가 한국식 한문어법이라는 식의 造語도 적지 않지만 사실 그것도 중국어법식이다. '소를 타고 귀가한다'는 뜻의 騎牛歸家 중 歸家는 '집으로 돌아가다'라는 뜻의 한국어법식 한문이기도 하고 원래 歸於家에서 於가 생략된 중국어법이기도 한데, 한문문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것이 한국식인 것처럼 착각할 뿐이어서 그렇네.

이에 대한 反證(논리학에서 말하는 주요 개념어인 이 단어는 대부분의 식자들이 '증명'과 동의어로 잘못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런 뜻이 아니고 어떤 사실이나 주장이 옳지 아니함을 그에 반대되는 근거를 들어 증명하는 의미임)의 예로 한국어나 중국어에서 공히 집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는 家歸로 쓰지 않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家歸로 쓰면 중국어의 s+v구조로서 '집으로 돌아가다'란 뜻이 아니라 '집이 돌아가다'라는 뜻이 되어 버리니까. 따라서 이른바 한국식 한문어법이라는 것도 실제는 중국어식 한문어법의 생략된 구조로 차용되고 있다는 뜻이네.

위와 같은 맥락에서 歸市圖는 '시장으로 돌아가는 (상인행렬) 그림' 혹은 '시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상인행렬) 그림'으로 다 해석이 가능하다. 전자로 해석하면 歸於市에서 於를 생략한 한문어법이고, 후자는 한국어법이 되고 중국어법도 되지. 과연 김득신이 전자의 의미로 썼는지 후자의 의미를 썼는지는 그가 쓴 다른 한자 어법을 비교해 보면 추론할 수가 있겠지. 아마도 歸牛圖의 歸牛를 '소로 돌아간다'고 해석하지 않고 '돌아가는 소'로 해석하듯이 문법적으로는 歸市圖 역시 '돌아가는 시장'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석했을 경우에는 그 상인들이 원래 시장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는 게 되네. 시장에 살지도 않는데 시장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현실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니까. 또한 그렇지 않고 시장에 살지 않는 상인들이 집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해석할 때는 市歸가 돼야 하겠지만 이런 경우는 어법상 흔한 경우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국어로 그런 의미로 쓰려면 自市歸於家가 돼야 하고 市歸는 이 어구의 생략된 말이 되야 하는데 통상 이런 식으로는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네.

위 歸市圖는 통번역학의 주요 개념인 “단어와 의미의 등가 구현”이라는 측면이나 원어와 번역어의 의미가 등가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을 거 같네. 조선시대 시장이 5일장 10일장, 週市, 年市, 송도의 坊市 같은 정기적인 시장이 있고, 한양의 한양의 육의비전과 종로 피맛골의 육의전처럼 늘 시장에서 상주하는 상인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상인들은 다수가 아니고 또 파시도 있고 하니까 아마도 위 歸市圖는 김득신이 '시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상인행렬) 그림'이라는 의미로  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물론 김득신이 살았던 여타 그 시절의 이런저런 자료들을 더 참고하면 좀 더 확실하게 의미를 알 수가 있겠지. 그런데 내가 그쪽 분야의 전공이 아닌데다 아직도 지방에 머물고 있어 어쩔 수가 없네.

그리고 이참에 한마디 사족을 달면 '시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상인행렬) 그림'이라고 긴 한글 어투로 부르지 않고 간명하게 그냥 한자어로 '귀시도'라고 그대로 부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네. 이 점에서는 한글 전용론자들의 한자 사용 배척론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소 나의 지론이 타당 함을 말해주는 한 사례임과 동시에 그들은 한글 전용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그렇게 한글전용을 주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여 얘기하고 싶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금 잘못된 외국어 표기법도 그렇고 너무나 많은, 엄청난 문제들이 많은데 한글 학자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ㅠㅠ

2025. 6. 2. 05:28
마산 처갓집에서
雲静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