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공유/문학 미술 영화 평론

140년째 짓고 있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雲靜, 仰天 2022. 7. 12. 06:21

140년째 짓고 있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6월 10일 오늘은 6.10만세운동 발발 제96주년이다. 해마다 오는 6월 10일의 역사에서 6.10만세운동 만큼 의미가 있는 사건은 없었다. 6.10만세운동은 우리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6.10만세운동은 제쳐놓고 조금 생뚱맞게 우리나라 건축문화의 저력이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의 역사와 관련이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를 한 명 소개하기로 하겠다. 1926년 6월 10일 오늘 7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i, 1852~1626)가 그 주인공이다. 건축을 잘 모르는 사람도 우리에게 "꿈꾸는 건축가"로 소개된 가우디라는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가보지 않아도 1882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3세기에 걸쳐 지금까지 계속 짓고 있는 건물은 사진으로 본 바 있을 것이다. 2022년 올해로 꼭 140년 째 짓고 있는 거대한 건축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Basílica de la Sagrada Familia=성가족 성당)이다. 완공은 가우디의 서거 100주년이 되는 2026년 예정이다. 140년 째나 짓고 있는 이유는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완공이 되진 않았지만 이 건물을 설계한 이가 바로 안토니오 가우디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의 주거문화와 풍경을 바꿔서 도시다운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을 인정받아 스페인의 자부심이자 국민건축가가 됐다. 지금도 스페인 국민들은 가우디가 지은 100년이 넘은 아파트에 자부심을 갖고 살고 있다고 한다. 가우디의 대표작은 1910년에 완공한 바르셀로나의 관광명소 ‘카사밀라’(Casa Milá)다. 카사는 스페인어로 집, 가옥, 가족, 가정을 뜻하는 단어이고, Milá는 여성의 이름을 뜻하는 고유명사이지만, 카사 밀라는 이 단어 자체가 가우디의 작품을 뜻하는 하나의 미술용어가 돼 버렸다. 1984년에 카사밀라는 ‘구엘 저택’ ‘구엘 공원’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완성품은 아니지만 가우디의 대표작은 또 있다. 앞서 언급한 가우디의 현재 진행형의 기념비적 작품인 파밀리아 성당이다. 내가 파밀리아 성당을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한 까닭은 그냥 무턱대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현대 건축도 예술사적으로 19세기 말에 반짝 유행하기 시작한 아르 누보(Art Nouveau)의 영향에서 단절된 게 아니고 건축예술의 조형적인 면에서 이 교회당이 현대 건축의 대표적인 하나의 경향이 되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가우디는 건축양식의 발전사에서 이른바 "쩨네시온"("분리파"라고 번역되는데, 자연미 그대로의 형식적인 응용이 아니라 과학적 자연성, 즉 지적인 관찰과 사유를 통해서 자연이 짜여지고 있는 통일성 있는 모습을 발견하여 건축에 반영시키는 경향) 운동의 영향 속에서 그때까지 주류가 돼오던 기능주의에서 벗어나 건축 자체의 조형미를 추구하고자 했는데, 바로 이 성당을 지으면서 시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성당이라는 종교적 기능을 만족시키는 것 이상, 즉 건축물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한 것인데, 파밀리아 성당은 전체적으로 식물을 연상시키는 장식이나 모티브 혹은 환상적 곡선과 곡면을 많이 사용한 건축물이다. 자연 속에서 건축 영감을 찾았다는 가우디가 한 말 중에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 곡선은 신의 선이다"라는 말은 많은 것을 함축한다.

지난 세기 타계한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 교수(언어학) 라몬 메넨데스 피달(Ramon Menendez Pidal, 1869~1968)은 이렇게 평가했다. “스페인이 낳은 천재 가우디의 작품은 끈질긴 노력의 산물이다. 고유한 전통에 뿌리를 두고 생명력을 얻으며, 오랜 시간이 지나야 완전히 무르익는 열매와 같다. 이 결실은 매우 낯설고도 신기하기에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실물을 본 것은 아니지만 사진으로만 봐도 정말이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그런 것처럼 가우디의 작품은 피달이 평한 대로 "오랜 시간이 지나야 완전히 무르익는 열매"와 같고, "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로서 현대 건축의 세계적인 거장인 르 꼬르뷔제(Le Corbusier, 본명 Charles-Édouard Jeanneret, 1887~1965)도 가우디를 건축의 천재라고 극찬한 바 있다. 꼬르뷔제는 건축을 "살기 위한 기계"로 파악하고 합리적 기능주의 건축을 주도한 20세기 건축예술의 본보기 같은 인물이다. 

가우디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일흔 넷의 나이로 불행하게도 전차에 치어 사망했는데, 스페인 국민, 특히 바르셀로나의 거의 모든 시민들이 애통해 하면서 울었다고 한다. 지금도 짓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기 위해 오는 관관객이 해마다 300만 명이 넘어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려주고 있다고 하니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거의 다가 울만도 하다. 혹시 찾아가 볼 사람들을 위해 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주소를 아래에 적어둔다. 바르셀로나 Calle de Mallorca, 401다.
 
 
https://youtu.be/we1X40sYSEY



한국도 이제 주거 용도만 만족시킨 기존의 성냥갑 형태의 건축에서 벗어나 제법 미학적 기능을 고려하면서 철학이 있고 사상이 깃든 건축물들이 생겨나고 있어 오랜 매너리즘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셈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고대에 이미 돌이든 나무든 떡주무르듯이 자유자재로 다룬 건축 강국이었다. 돌과 나무를 있는 그대로 써서 성이나 건물을 지었듯이 한국의 전통 건축은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재료사용과 배치 면에서 정원 양식도 그랬고 기본적으로 친환경적이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볼 수 있듯이 건물 기둥 양식에서도 그리스 로마 시대 고전 건축의 외벽면 기둥 양식인 엔타시스(Entasis)와 동일한 배흘림 기법이 고려시대에 나타났다. 석재는 당연하지만 목재도 못을 사용하지 않고 재료를 엇걸어 건축물을 지은 독특한 기술은 이미 고려시대 때부터 성했다. 그러한 건축문화의 저력이 이 시대어 다시 되살아 나면 좋겠다.

고무적인 것은 건축의 미적 가치와 문화 발전과의 시맨틱스와 연관관계를 다루는 건축철학(philosophy of architecture) 분야에서 윤경식, 승효상 등등 괄목할만한 건축철학자들이 나타나 건축에 대한 철학적 해석을 시도하고 있어 미래가 밝아 보인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아직 과거의 매너리즘을 반전시킬 변곡점에 이르지 못한 느낌이다. 건축 예술가들이 더욱 분발할 일이다. 오늘 세계적 거장 가우디를 소개하는 것을 계기로 우리의 전통 건축에 관한 생각도 적어봤다.

2020. 6.10. 10:55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