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이젠, 누가 종이편지를 쓰지?

雲靜, 仰天 2024. 11. 20. 08:56

이젠, 누가 종이편지를 쓰지?


지난 세기 군대 시절,
기다림 끝에 손에 쥔 편지 한 통
가슴 두근거리면서 뜯는데
종이 냄새가 애인의 숨결처럼
은은히 코끝에 스며들었다.

삐뚤빼뚤한 글씨마다
애틋함이 눌려 있었고,
잉크 자욱 퍼진 행간마다
그리움이 번져 있었다.

그런데 이젠 모든 말이
핸드폰 화면을 타고 오간다.
기척도 없고, 손끝 떨림도 없다.
빛으로 쓰고, 빛으로 지워지는 세상

쇠와 무선이
나무와 잉크를 대신하고,
기계 알고리즘이
사람 마음을 계산한다.

그리움도, 기다림도
손끝에서 사라진 지금, 우리는
브레이크 풀린 폭주기관차처럼
종착지를 알 수 없는 어딘가로
어쩔 수 없이 달려가고 있다.

2024. 11. 20. 08:55.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왜 사는가?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 묵시록  (1) 2024.11.30
첫눈의 두 광경  (0) 2024.11.27
후반부 삶은  (0) 2024.11.18
DNA 유전  (0) 2024.10.23
노벨평화상감  (0) 202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