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대나무는 자랄 뿐

雲靜, 仰天 2024. 8. 28. 07:48

대나무는 자랄 뿐


그는 대나무다.
매일, 햇빛 쪽으로 고개를 든다.

누가 말한다.
너무 반듯해 불편하다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가지 하나 비켜서지 않는 자세가 싫다고.

그날 이후
바람이 그의 이름을 헐겁게 묶어 불렀다.
잎이 흔들릴 때마다
어딘가에서 시선이 떨어졌다.

그러나 뿌리는 모른다.
흙 속에서 대지의 숨을 마시고,
아침마다 잎끝에서 빛을 연다.

세상이 언어로 하늘을 재단할 때,
대나무는 말없이 성장할 뿐이다.
바람의 평판이 아니라
물의 진실에 기대어

2024. 8. 29. 07:48.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2025년 1월 하순 세 번째의 인도 여행 중, 인도 서해안 도시 고아(Goa)에서

'왜 사는가?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세기 선남선녀  (0) 2024.09.04
묵행  (0) 2024.09.03
탐욕시대에 부치는 기도  (0) 2024.08.23
"찾아오지 말라!", 칸의 조용한 유언  (0) 2024.08.22
사람 마음  (0) 2024.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