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먹어가는 화가의 독백
평소 유순하고 친절한 단골가게 주인이
점점 목소리를 높이고 짜증을 낸다.
아내조차 간혹 톤이 올라가고 소리친다.
다 귀 어두운 외가 쪽 혈통 탓이다.
청력이 떨어지니 그냥 세상이 웅웅 거릴 뿐
말소리까지 희미해지는 한 해 두 해.
시력도 시원찮지만 아직 사람은 보인다.
들리는 건 온통 가슴앓이 신열들이어서
세상의 파열음도 더는 듣고 싶잖아서 되려 좋지.
먹탕골로 들어선 귀는 어쩔 도리 없다 해도
두 눈만은 아직 거둬가지 마시게.
빛을 그려야 하니, 지금은 그래.
대지가 흰 눈으로 덮이기 전에
눈으로라도 세상소리를 보고 싶으니.
2023. 5. 16. 13:32.
한강을 지나는 전철 안에서
雲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