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지구환경 생태계 문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雲靜, 仰天 2012. 9. 21. 10:09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서상문(세계 한민족미래재단 이사)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휩쓸고 간지 엊그제 같은데 또 다시 제16호 태풍 산바(Sanba)가 지나갔다. 평균 200㎜이상의 '물폭탄'같은 집중호우를 동반한 수마가 할퀸 뒤에도 한가위는 어김없이 다가온다. 이번 추석엔 대통령선거가 주된 얘깃거리가 되겠지만 혹서와 혹한, 가뭄, 태풍과 홍수, 지진과 해일에서 비롯된 자연재해를 화제로 삼으면 의미 있는 추석이 되지 않을까?
  
왕조시대 주기적인 자연재해가 닥치면 백성들은 하늘을 원망했다. 오랜 가뭄 시 국가차원에서 왕이 지내는 기우제는 왕권을 상징하는 주술행위로서 하늘과의 소통을 통한 근본적 대책이었다. 하지만 현대엔 과학이 기우제를 밀어냈다. 자연재해도 주기적이지 않고, 규모도 개별국가 차원을 넘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과학자들은 Co2 등의 온실가스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증가하면 극지의 빙하가 녹아내려 머잖아 미국 뉴욕과 플로리다, 중국 상해, 인도 등 세계 주요 대도시의 40%이상이 물에 잠기고, 네덜란드는 아예 지도에서 사라질 거라고 한다.
 

 
또 10년 후면 한반도에서도 사계절이 없어지고, 1년 12개월 중 여름이 4개월 이상이 되며, 연평균 기온이 1℃ 정도 상승하게 된다고 한다. 과거엔 1℃가 상승하는데 35년이 걸렸지만 앞으론 10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2050년엔 지구생물의 20~30%가 멸종위기를 맞고, 100년 후면 95%가 멸종할 것이라는 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의 전망은 듣기만 해도 오싹하다. 인류를 공멸시키는 건 핵무기만이 아니다. 자연재해는 이보다 몇 갑절이 되는 것이다.
 

  
연평균 기온이 1℃ 올라가면 우리의 삶도 치명적인 위협에 처하게 된다. 국립환경평가연구원에 의하면, 1994년부터 최근 10년 사이 폭염으로 심장질환, 고혈압, 호흡기 질환과 당뇨병이 크게 증가했으며, 2천여 명이나 사망했다. 또 2003년 태풍 매미로 약 4조7천800억원, 2004년 충청지역 폭설로 약 6천700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듯이 동기간 태풍, 홍수, 가뭄 등 기상재해로 인한 재산상의 피해는 총 18조원에 달했다. 연간 피해액이 1천억원대에 머물렀던 1960년대에 비해 2000년대에는 2조7천억원, 즉 27배나 늘어났다.
 
평균기온 상승이 미치는 악영향은 육지생태계의 변화로 인한 농업의 붕괴, 동물생태계의 변화로 인한 축산업의 도산, 해수면과 수온의 상승으로 인한 해양생태계의 변화 등 가히 전방위적이다. 길어진 여름이 냉방수요를 증가시켜 에너지사용 증가와 고유가로 이어지듯이 기후변화는 산업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전문가들은 당장 범지구적 차원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엄청난 대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유엔이 15개 미래 도전과제 중에 기후변화를 첫 번째로 꼽은 것은 그래서 고무적이다(2011년 유엔미래보고서). 아열대로 변하고 있는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대책마련은 정부 몫이지만 개인도 자연재해의 원인을 알고, 생활속에서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자연생태계의 파괴를 초래한 지구온난화로 매년 반복해서 재해를 입는데도 사람들은 무신경하게도 원인과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 자연재해의 근원은 대량소비행태가 만든 지구온난화이며, 주범은 산림남벌 같은 무분별한 자연개발에서 연유한 극심한 기상이변이다. 이는 대량소비를 조장한 현대사회가 빚은 자업자득이다. 이 사실을 깨치는 뜻 있는 한가위가 되면 좋겠다.
 
위 글은 2012년 9월 21일자『경북일보』아침시론에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