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나의 그림

작가의 작업노트

雲靜, 仰天 2023. 4. 23. 15:42

작가의 작업노트


창조적인 것이든, 역사적인 것이든, 아니면 일상적인 것이든, 인간의 모든 행위는 문화적 상징과 언어가 사용된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는 건 없다. 상징의 맨 앞에 있는 것이 미술이다. 형태가 다른 언어인 미술은 시각의 해체와 재구성, 재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의 종합이다.

나는 그 중에서 특히 재현(representation)의 기능과 의미에 주목하고 그것을 이뤄내는데 재미와 의미를 느낀다. 상식이지만 원래 놀이에서 시작한 게 예술이다. 그 놀이에 충일한 시간을 보냄으로써 찰나지만 세상의 훤훤효효(喧喧囂囂)에서 벗어나 자기를 잊는 무념, 무아 상태에 빠진다.

또한 아시다시피 재현은 어떤 대상이나 생각을 기호로 대치해서 그 대상의 의미를 기호가 표현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엔 단순히 구상물에 대한 이미지의 재현 뿐만 아니라 생각, 사상, 신화, 개념 등의 추상적 대상의 재현일 수도 있고, 재현 뿐만 아니라 대표, 표현, 표상 등의 의미들이 섞여 있는 철학적 용어다. 요컨대 여기엔 구상체와 추상체가 다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재현을 통해서 나는 어떤 분위기에 흠뻑 취하고 싶었다. 문인적 고아함, 고즈넉함, 적적한 고독, 사색적 풍광, 자기 성찰 등등, 작금 우리 사회가 언제부턴가 잃어버리거나 시간이 갈수록 사라져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동경이다. 날로 상스러움의 도를 더하고 있는 이러한 시대 말기적 역행에 주체적으로 역행해서 세태에 오염되거나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유지 내지 관조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 그런 분위기에 잠시나마 침잠하고 싶다. 그래서 손에 잡히는 뭔가를 같이 만지작 거려보고,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뭔가를 회복하고자 한다.

2023. 3. 30. 18:56
구룡포 선술집에서
雲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