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공유/인물 및 리더십

공자에게 한 수 가르쳐준 노자의 처세술

雲靜, 仰天 2021. 10. 15. 10:45

공자에게 한 수 가르쳐준 노자의 처세술 

 

나는 일찍부터 처세술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냥 타고난 천성대로, 바탕대로 사는 게 가장 자연에 부합하는 삶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중에 처세술 관련 책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어도 한 줌 티끌로 보고 한 권도 사본 적이 없다.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삼국지도 아주 오래 전에 한 번 읽고는 더 이상 읽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남을 속이거나 해를 입혀서 이득을 취하고 성공하는 것을 능력이라고 칭송하는 중국인들의 처세술이자 인생관이 반영된 것이어서 우리 사회가, 최소한 내가 지향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자에 그냥저냥 살아가는 동네 마실 같은 저자거리를 벗어나 더 넓고 비정한 "江湖"에 몸을 담다보니 처신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때 신중함이란 대의명분이 아무리 근사해도 그것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용속한 자들의 집합체에는 몸을 섞지 않는 게 좋다는 뜻도 포함돼 있어 어떻게 처신해야 뒤통수를 맞지 않을지 한 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라는 직관이 드는 것이다. 평생 남을 돕거나 공익을 위해 일을 하다가 배신을 당하거나 뒤통수만 맞아 온 아픈 이력이 자기보호본능을 발동하게 한 것, 즉 더 이상은 상처 입기 싫다는 방어심리인 셈이다.
 
처세술은 上善若水를 설한 노자와 장자 계열의 無爲를 능가하는 게 없다 싶다. 無爲란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사리에 계합되도록 행하라는 뜻이다. 양 극단의 절충이라고 잘못 알려진 중용의 세계와 통하는 철리다. 이에 비하면 바르게만 살라고 한 윤리론자 공자와 맹자는 한 수 아래다. 어느 날, 노자가 공자에게 충고해준 말이 떠오른다. 사마천의 『史記』 老子韓非列傳에 나오는 얘기다. 

 

君子得其時則駕, 不得其時則蓬累而行, 吾聞之, 良賈深藏若虛, 君子盛德容貌若愚, 去者之驕氣多欲, 態色與淫志, 是皆無益於子之身, 吾所以告子, 若是已而.

“군자는 제때를 만나면 벼슬하여 마차를 타고, 제때를 만나지 못하면 쑥대처럼 바람 부는 대로 떠돌아다닌다. 내가 듣자하니 좋은 상인은 물건을 깊이 감춰 놓고 없는 듯이 하고, 군자는 많은 덕을 지니고 있더라도 용모를 바보처럼 하고 산다고 한다. 그대의 교만과 많은 욕심 그리고 잘난 체하는 태도와 지나친 志向을 버릴 것이니 이러한 것들은 모두 그대 자신에게 무익한 것이다. 내가 그대에게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라네.”
 
위 말에서 “쑥대처럼 바람부는 대로 떠돌아 다닌다”는 것은 천하를 주유해도 자기의 뜻을 알아주는 주군을 만나지 못한, 그래서 “제때”를 만나지 못한 공자를 지칭한 것이리라. 공자의 윤리적 교설을 욕심으로 본 노자가 공자더러 잘난 체하지 말라는 충고다. 이렇게 말하는 노자를 보고 사마천은 “용과 같더라”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아무리 세상에 芳香이 뿜어져 나오는 훌륭한 품행이라도, 아무리 공익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도 자기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자기에게 머리를 굽히지 않으면 그거 다 모난 돌처럼 정 맞는다. 바르고 깨끗하게 살아온 자 일수록 뒤통수 맞고 모함 당하는 첫순위 인물이다. 동서고금의 역사가 그랬다. 인간의 속성이 변하지 않는데 지금 세상이라고 그것이 변하겠는가? 문득 몇몇 말들이 떠오른다. 警戒로 삼는다. 
 
能ある鷹は爪を隠す!
(능력 있는 매는 발톱을 숨긴다!)--일본 경구
 

You can't get a lot of money with a clean business in Korea!
한국에선 깨끗한 장사(거래)로는 큰 돈을 만질 수 없다!--雲靜
 

바위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雜寶欌經』龍王偈緣
 
2021. 10. 15. 09:53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