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어제 못 간 조문 이른 새벽에 간다
오늘 출상인데 친구는 얼마나 가슴이 먹먹할까?
춘부장께서 건강하셨다는데 왠 변고인가!
얼굴은 뵌 적 없어도
생전에 인연이 없었을 리가 없다
인파 속에서 스쳐 지나갔거나
차안 옆자리에 앉았을 수도 있다
부채의식 없이 가는 문상
"한 세월 잘 사셨습니다
다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세요
천국에 가시면 제 선친께도 안부 전해주시고요!
이젠 신이 되셨으니 제 이름도 아실 거잖아요."
가신 이는 여한이 없다 해도
자식은 한이 되듯 한껏 죄스럽다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남은 이들끼리의 위안
잘 살라는 게 가시는 어른의 뜻일세
다음은 우리 차례라네
영안실 나서자 눈앞에 어른거리는 환영들
출근길 사람들 걸음이 분주하다
아버지가 잘 드셨던 막걸리가
몹시도 땡기는 어지러운 아침
2021. 6. 23. 07:34
도봉구 쌍문동 한일병원 영안실에서
친구 조문을 마치고 초고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