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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계 최초로 문제제기한 고려대 초청 강연 완수

雲靜, 仰天 2021. 4. 18. 05:20

한국학계 최초로 문제제기한 고려대 초청 강연 완수

 

어제 강연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왔었다. 코로나 사태로 많이 와야 10명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연사인 나를 포함해 그보다 딱 두 배인 20명이나 됐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지내신 사학계 원로, 고려대에 적을 둔 전쟁사연구 교수들, 국방대 전직 교수, 육군 소속 연구기관의 전직 소장 및 연구원, 평소 내가 잘 알고 지내는 몇몇 중견 연구자들 그리고 여타 외부에서 오신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 주요 참석자들이었다.

 

스무 명이나 됐지만 강의실이 상당히 넓은 곳이어서 참석자들이 요즘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호응해 끝날 때까지 시종 마스크 착용을 한 상태에서 거리를 두고 조금씩 떨어져 앉아서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창밖으로 보슬보슬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강연은 예정대로 오후 2시 정각부터 고려대 한국전쟁아카이브의 민경현 교수(동교 사학과 서양사 전공)의 연사소개와 강연회의 개최 의의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전체 강연은 대략 410분경에 끝났다. 내가 강설한 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였고, 나머지 시간은 청중들과의 질의 응답시간이었다.

 

강연 주제는 사전에 내가 블로그에 소개한대로 한국의 6.25전쟁 公刊史의 문제점과 과제였다. 나는 公刊史란 무엇인지 개념정리에서부터 시작해 말 그대로 정부 연구기관에서 지금까지 공적으로 간행한 6.25전쟁 연구저서들을 논의 및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사전 준비로 나는 총 20권에 가까운 공간사의 거의 만 쪽이 넘는 저서들을 훑어봤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강연내용을 미리 유인물로 배포하지 않고 내가 준비해간 화상 자료만 청중들에게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즉 반공개로 진행한 셈이다. 내용 중 경우에 따라서, 특히 거론의 대상이 되고 비판되는 해당 연구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오늘 이 블로그에서도 어제 행한 강연내용의 구체적인 소개는 생략하기로 했다. 목차만 올리는 것으로 강연내용의 전반을 미뤄 짐작토록 하겠다.

 

어제 강연에서 나는 발언 수위를 많이 조절해서 일파만파로 번질 수 있는 숨겨진 얘기들은 가급적 하지 않았다. 물론 듣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재미가 많이 반감 됐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은 열심히 경청해 주고 관심도 많이 표명해주었다. 질의 응답시 열띤 토론도 있었다.

 

나는 1시간 반 가까이 "열강"했다. 국내에서 공적으로 6.25전쟁을 연구해서 간행한 연구서들 중 어떤 문제들이 있고, 그것이 무슨 연유로 그렇게 됐으며, 또한 그로 인해 6.25전쟁의 역사가 어떻게 왜곡, 가감, 날조돼 있는지 해당 저서들의 쪽수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지적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이의 실현을 위해 몇 가지 구체적인 제안까지도 제시했다.

 

강연을 통해 청중들 중 누구나 공감하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과가 없지 않았다. 참석자들 가운데 국내의 6.25전쟁사 연구가 어느 정도로 왜곡돼 있는지 실상을 알게 됐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이 많았다. 6.25전쟁사를 전면적으로 새로 연구를 다시 해야 한다는 나의 문제제기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성과 중 한 가지다.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도 서로 카르텔을 맺은 듯 침묵해오고 있는 한국학계의 6.25전쟁 공간사에 대한 비판의 첫 포성을 올린 셈이다.

 

비록 20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소수였지만 새로운 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사회적 합의의 출발선이기도 했다. 새로운 연구는 지금부터다. 주최 측인 민경현 교수도 강연 후 마지막 정리로 맥을 잘 짚으면서 이 점을 다시 한 번 재인식시켰다. 강연기회를 주고 준비해주신 민경현 교수와 고려대 측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0. 4. 18. 18:40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강연 시작 직전. 맨 왼쪽에 서 있는 분이 이번 행사를 주관하신 민경현 교수.
인사말씀과 연사소개를 하고 있는 민경현 교수
강연 순서와 주요 주제를 알게 해주는 목차(강연 원고의 본문에서 내가 구체적으로 오류의 사례들을 총 20여 쪽에 걸쳐 제시했지만, 이건 그밖에 지적하지 않은 것들을 더하면 빙산의 일각이고, 여기선 소개를 생략한다.)
연구서에 수록된 이런 각종 사진들에 대한 설명 마저 정확하게 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한 예들이 너무 많다. 위 사진에서 조중연합사령관이 마오쩌둥이라고 했지만, 1950년 12월에 합의하에 만들어진 북한군과 중국군의 이른바 조중연합사령부의 사령관은 마오가 아니라 펑더화이였다.
그런데 같은 저서 다른 장에선 조중연합사령관이라는 이를 "초대 유엔사무총장 트리그브 리"로 둔갑시켜 놓았다. 이런 류의 오류는 실수일 것이라고 나는 얘기해줬지만 이런 실수가 너무 많아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그러나 내용에서는 이 보다 더한 실수들이 훨씬 더 많이 있다. 문장이 되지 않는 非文들이 부지기수라는 사실에서부터 장절편성을 논리적으로 구성하지 못해 결국 내용상 중복되는 장이 많는 것뿐만 아니라, 문장에서도 같은 말을 여러 번 하는 중언부언, 주요 국제관계, 전략이나 전투들에 대한 해석 요인들의 누락, 사실의 곡해, 특정 인물에 대한 의도적 침소봉대의 왜곡 및 혹은 편파적 서술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오류들이 있음을 지적했다.
특정 인물이 서술 내용상 주가 되는 것도 아닌 장에서 위와 같은 류의 사진들을 8컷이나 실었다는 것을 무얼 말할까? 단지 1개 장에다 말이다. 초기 38도선 전투에서 패해 한강 이남으로 뿔뿔이 퇴각해온 한국군 병력들을 수습해 한강선 방어전투를 지휘한 김홍일 장군이나, 춘천지역 방어를 1주일 이상이나 끌어서 한강 남쪽으로 내려와 한강 북쪽의 북한군과 함께 서울을 포위해서 전쟁을 종결지으려고 했던 북한군 지휘부의 작전계획이 틀어지게 만든 제6사단장 김종오 대령 등등, 여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주한 게 거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는 백선엽 대령 보다 훨씬 공로가 컸던 두 사람의 사진은 많아야 한 컷이 실려 있고, 아예 한 컷도 실지 않았다. 이건 여기에 의도하지 않은 미필적 고의에 따른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모종의 작위가 개입돼 있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는가? 동일한 패턴의 실수들이 반복되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조작이다. 이 보다 더한 왜곡 사실도 적지 않다. 자세한 관련 사실은 백선엽 문제를 전문적으로 논할 7월의 세미나에서 집중적으로 밝히기로 하고 이번 강연에서는 "맛보기" 정도로만 언급하는 것으로 그쳤다.
1950년 10월 이전 중국군을 북한 지역에 들여놓기도 전에 모택동이 설정한 "전략적 방어지대"(지도상의 노란 색 지역)가 작전계획이 변경됨에 따라 그 위 지역으로 북상 조정하게 된 원인을 설명하고 있는 멀대. 물론 이 사실은 국내학계에서 멀대가 처음으로 밝혀낸 사실이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는 연구자가 없다. 왜 그런지 이유와 배경도 설명했다. 국내 학계에 처음으로 밝혀낸 이와 유사한 사실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왜 다른 연구자들은 이런 얘기를 밝혀내지 못할까? 그들은 사료의 원문을 볼 수 있는 역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최고 지도부의 전쟁지도 사실을 수록한 많은 電文, 지시 등의 1차 사료의 문건들은 보지 못하고 그 대신 여타 국내 학자들이 인용한 제3차 사료에 해당하는 연구서들의 어떤 부분들을 마치 자신이 중국어 원문을 읽은 것처럼 인용해놓은 경우도 적지 않다. 그들이 보고 인용했다는 해당 중국어 자료들을 보면 전혀 다른 얘기가 실려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이런 양심불량의 사례도 한 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건 좌우의 문제도 아니요, 진보 좌우의 문제도 아니다. 진실과 학자적 양심의 문제다.
강설이 끝나고 질의 응답이 시작됐다.
질문자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는 멀대
청중들에게서 나온 질문에 대해 답하면서 보충 설명을 하고 있는 멀대
국방부 6.25전쟁사 집필자들이 총 연구인원 55명(연 인원 5.5명)이나 투입돼 약 10년에 걸쳐 해온 연구에서 얻은 결론이다. 위 사진 중 붉은 글씨가 그것이고, 그 아래 검은 글씨는 이 결론에 대한 강연자의 주장이다. 그들이 얻은 결론이 6.25전쟁과 크게 관련이 없는 내용이고, 또한 6.25전쟁을 연구하지 않더라도 얻을 수 있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굳이 많은 국민의 세금을 들여 연구를 시킬 필요가 있을까?
질의 응답도 끝나고 마지막으로 본 강연 주관자이자 사회를 맡은 민경현 교수가 강연내용을 정리하면서 이번 강연의 의의를 강조한 뒤 산회를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