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계 최초로 문제제기한 고려대 초청 강연 완수
어제 강연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왔었다. 코로나 사태로 많이 와야 10명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연사인 나를 포함해 그보다 딱 두 배인 20명이나 됐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지내신 사학계 원로, 고려대에 적을 둔 전쟁사연구 교수들, 국방대 전직 교수, 육군 소속 연구기관의 전직 소장 및 연구원, 평소 내가 잘 알고 지내는 몇몇 중견 연구자들 그리고 여타 외부에서 오신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 주요 참석자들이었다.
스무 명이나 됐지만 강의실이 상당히 넓은 곳이어서 참석자들이 요즘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호응해 끝날 때까지 시종 마스크 착용을 한 상태에서 거리를 두고 조금씩 떨어져 앉아서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창밖으로 보슬보슬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강연은 예정대로 오후 2시 정각부터 고려대 한국전쟁아카이브의 민경현 교수(동교 사학과 서양사 전공)의 연사소개와 강연회의 개최 의의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전체 강연은 대략 4시 10분경에 끝났다. 내가 강설한 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였고, 나머지 시간은 청중들과의 질의 응답시간이었다.
강연 주제는 사전에 내가 블로그에 소개한대로 ‘한국의 6.25전쟁 公刊史의 문제점과 과제’였다. 나는 ‘公刊史’란 무엇인지 개념정리에서부터 시작해 말 그대로 정부 연구기관에서 지금까지 공적으로 간행한 6.25전쟁 연구저서들을 논의 및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사전 준비로 나는 총 20권에 가까운 공간사의 거의 만 쪽이 넘는 저서들을 훑어봤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강연내용을 미리 유인물로 배포하지 않고 내가 준비해간 화상 자료만 청중들에게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즉 반공개로 진행한 셈이다. 내용 중 경우에 따라서, 특히 거론의 대상이 되고 비판되는 해당 연구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오늘 이 블로그에서도 어제 행한 강연내용의 구체적인 소개는 생략하기로 했다. 목차만 올리는 것으로 강연내용의 전반을 미뤄 짐작토록 하겠다.
어제 강연에서 나는 발언 수위를 많이 조절해서 일파만파로 번질 수 있는 숨겨진 얘기들은 가급적 하지 않았다. 물론 듣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재미가 많이 반감 됐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은 열심히 경청해 주고 관심도 많이 표명해주었다. 질의 응답시 열띤 토론도 있었다.
나는 1시간 반 가까이 "열강"했다. 국내에서 공적으로 6.25전쟁을 연구해서 간행한 연구서들 중 어떤 문제들이 있고, 그것이 무슨 연유로 그렇게 됐으며, 또한 그로 인해 6.25전쟁의 역사가 어떻게 왜곡, 가감, 날조돼 있는지 해당 저서들의 쪽수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지적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이의 실현을 위해 몇 가지 구체적인 제안까지도 제시했다.
강연을 통해 청중들 중 누구나 공감하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과가 없지 않았다. 참석자들 가운데 국내의 6.25전쟁사 연구가 어느 정도로 왜곡돼 있는지 실상을 알게 됐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이 많았다. 6.25전쟁사를 전면적으로 새로 연구를 다시 해야 한다는 나의 문제제기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성과 중 한 가지다.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도 서로 카르텔을 맺은 듯 침묵해오고 있는 한국학계의 6.25전쟁 공간사에 대한 비판의 첫 포성을 올린 셈이다.
비록 20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소수였지만 새로운 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사회적 합의의 출발선이기도 했다. 새로운 연구는 지금부터다. 주최 측인 민경현 교수도 강연 후 마지막 정리로 맥을 잘 짚으면서 이 점을 다시 한 번 재인식시켰다. 강연기회를 주고 준비해주신 민경현 교수와 고려대 측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0. 4. 18. 18:40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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