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일본해’병기 방침 바꿔 5년 뒤를 대비해야
서상문(세계 한민족미래재단 이사)
제18차 국제수로기구(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 즉 IHO) 총회가 지난 주 폐막됐다. 예상했던 대로 일본이 ‘일본해’ 단독표기를 고수함에 따라 한국 정부가 주장한 ‘동해․ 일본해’ 병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로써 세계 도처의 바다명칭이 새로 수록될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 제4차 개정은 2017년의 차기 총회로 미뤄졌다. 그런데 단언하건대 일본은 5년 뒤에도 ‘일본해’ 단독 표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기존 방침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는 국제사회에서 80년 이상 ‘일본해’로 표기되어온 점 때문에 ‘동해’ 단독표기는 어렵다는 판단 하에 ‘동해-일본해’ 병기를 1차 목표로 삼아왔다. 우선 ‘일본해’에 ‘동해’를 병기시킨 뒤에 국제적으로 병행표기가 많아지면 ‘동해’ 단독표기를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는 동해가 ‘동해’였던 역사적 사실을 스스로 저버리고 현실과 타협하는 패배주의적 발상이다. 또 ‘동해’명칭은 타협하거나 양보해선 안 된다는 정서가 지배적인 국내여론에도 배치된다. ‘동해-일본해 병기’는 차라리 이를 대신할 제3의 명칭(‘평화해’나 ‘청해’)를 제시하기보다 못한 하책이다.
‘동해’가 광개토대왕릉비(411년)와 삼국사기(1145년) 등의 우리 고문헌에 지속적으로 기재돼 왔으며 동서양 고지도를 비롯한 각종 문헌자료에도 대부분 ‘동해’나 ‘한국해’로 표기돼 있듯이 진실은 우리 쪽에 있다. 일본도 19세기 말까지 ‘한국해’ 단독으로 표기했거나 ‘한국해’와 ‘일본해’를 병기해왔지 않는가? 또 이 사실들을 증명하는 고지도도 속속 발견되고 있는데, 우리가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문제는 어떻게 하면 역사적 진실을 세계에 알려 일본의 억지주장을 비난, 압박하도록 세계여론을 증폭시킬 수 있을까 하는데에 있다. 차제에 정부는 ‘동해-일본해 병기’는 과도기적으로 불가피하게 선택한 전략이라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가지고 일제가 지워버린 ‘동해’ 단독표기의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홍보하고, ‘동해’를 세계 각국에 재인식시키는데 외교력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그간 외교통상부가 IHO회원국을 상대로, 또 시민단체와 해외교민들이 세계를 무대로 거둔 성과를 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예컨대 2000년 세계 주요 지도 중 약 3%에 불과하던 병행표기 비율이 30%로 높아졌고, 2005년 이후에는 89%에 이르렀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게다가 유럽대륙 북서쪽 바다가 오랫동안 ‘독일해’로 표기되다가 ‘북해’로 바뀐 전례도 있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홍보는 ‘일본해’가 18세기 말부터 국제적으로 통용돼온 것이라는 일본의 주장에 대한 논박과 함께, 1929년 국제연맹 체제하의 IHO가 ‘일본해’로 표기하기로 결정하고 세계공식해도 초판에 ‘일본해’로 단독 표기한 이래 각국 지도에 일본해가 많이 표기된 것은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화한 제국주의시대의 강권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즉 이 협약은 한국이 일제 식민지배하에 있어 반대의사를 개진할 권리가 봉쇄된 상황에서 일본의 일방적 의사만 받아들여진 탓이며, 한국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으므로 원천무효라는 사실이 확산, 공감돼야 한다. 5년 뒤 ‘동해’의 단독표기 결정이라는 낭보를 접하고 싶다.
위 글은 2012년 5월 1일자『경북일보』에 "동해"병기 5년 뒤를 대비해야"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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