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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미화원 할머니 추모 : 사회적 약자의 죽음에 대한 애도는 정의감의 다른 표현!

雲靜, 仰天 2020. 12. 22. 19:18

강남역 미화원 할머니 추모 : 사회적 약자의 죽음에 대한 애도는 정의감의 다른 표현! 

 

강남역 지하도를 걷던 중이었다. 무심하게 앞만 보고 가다가 지하 상가들이 있는 곳의 작은 계단 주위에 행인들이 여러 명 서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계단에는 어떤 미화원 할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그마한 추모 물건들이 놓여져 있었다. 장갑, 방한모자, 초코렐, 박카스, 바나나 우유 등의 음료수들, 작은 꽃다발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돌아가신 할머니로 보이는 분의 사진을 넣은 영정과 그 가족들이 쓴 편지도 함께 놓여 있었다. 날짜를 보니 사진 속 할머니는 태어나신 연도가 없어 연세는 알 수 없지만 돌아가신 날은 아마도 약 10여 일 전인 지난 12월 8일이었던 모양이다.

 

 

 

사진 속 할머니 모습을 보니 이쪽 지하도에서 청소를 하시던 환경미화원이었던 모양이다. 주름진 얼굴, 허름한 옷차림으로 보아 나이 들어서도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신 것 같다. 그리고 이 곳을 지나던 행인들 중에 평소 이 할머니의 청소하시는 모습을 기억한 분들이 할머니가 돌아가신 사실을 알고서 이렇게 추모를 한 게 아닌가 싶다.

 

"사랑합니다"로 시작된 추모편지와 사진 속 할머니의 모습이 퍽이나 애처롭게 보여서 나도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멈춰 서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할머니 날씨가 추워요. 따뜻한 곳으로 가세요. 또 올게요. 안녕!" 깨알 같이 적혀 있는 추모글 마지막 문구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한 겨울을 떨면서 지낼 할머니와 같은 처지의 환경미화원, 폐지나 폐품을 모아서 힘들게 겨우 연명하는 노인네들의 처지를 생각하니 이들에겐 겨울이 비켜가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게 솟구친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갈 길이 멀다. 조금 부유한 이들이 아니라 정말 많이 가진 사람들은 이런 할머니들을 볼 일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지하철을 탈 일도 없으며, 또 지하보도를 걸을 일도 거의 없고 대부분 승용차로 다니기 때문이다.

 

할머니 같은 저층 근로자들이 겪는 열악한 주거환경, 월 평균 4~50만 원, 아니면 많아봐야 7~80만 원으로 살아가는 경제사정이나 병고의 고충이 어떤지 모르거나 눈을 감고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부유한 경제인들, 나라살림이나 사회의 의제를 결정하고 재정을 분배하는 권력자들이 여러 종류의 밑바닥 사회를 직접 보고 자기 가족이 겪는 고충으로 보는 同體大悲의 마음이 아쉽다. 정부의 복지정책도 극빈층에겐 최소한 떨지 않고, 굶지 않고, 아프면 병원은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사자, 아사자, 치료를 못 받아 죽는 병자는 없도록 우리 사회의 가리워진 음지와 사각지대를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들이 너무 많은 나라다!

 

할머니, 이제는 가슴 시린 고생과 곤고함을 다 내려 놓으시고 편히 영면하시기 기원합니다. 차별, 냉대와 빈곤이 없고 투명인간 취급하지 않는 곳에서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 할머니의 모습이 각인되듯 망막에 길게 투영되는 순간이다.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모습에서 시장에서 평생 죽도록 고생만 하시다가 먼저 가신 나의 어머니의 잔영을 본다.

 

2020. 12. 19. 13:23

강남역 지하도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