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Ⅲ 삶이란 때론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때가 있다. 작년 여름, 전혀 생각지도 않게 갑자기 대만 중화민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올해 초부터 대만에서 약 1년간 생활하게 됐으니 말이다. 인연 역시 가늠할 수 없는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한 여인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자기 혼자서 나를 마음속 연인으로 생각하다가 여운이 긴 편지 한 통 남겨 놓고 홀연히 사라진 게 마지막이었으니 말이다. 그 여인이란 얼마 전 볼 일이 있어 과거 30대 초반 내가 일본어 강사로 있었던 보습반(학원)이 있던 타이베이역 건너편 충칭난루(重慶南路)에 갔다가 문득 떠오른 20대 중반의 한 “샤오졔”(小姐, 아가씨)였다. 그녀는 내가 약 2년 남짓 이곳 타이베이의 한 보습반에서 일본어 회화를 가르쳤을 때 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