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Ⅰ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맑고 푸른 하늘, 곱게 물든 낙엽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초겨울, 문득 고등학교 때 배운 피천득 선생의 수필 ‘인연’이 떠오른다. 피천득 선생이 젊은 시절 일본 체류 때 하숙집 주인 딸과의 만남을 얘기한 수필이다. 내용 중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라는 대목을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나는 가즈미(和美)와 두 번 만났다. 그리고 십여 년 넘게 소식이 끊겼다가 세 번째는 만나지 못하고 아니 들었어야 좋았을 소식만 들었다. 가즈미는 나와 결혼 인연이 될 뻔했던 일본 오사카(大阪)의 재일교포 3세였다. 당시 그는 아름다운 자태의 방령 24세였고, 나는 그보다 세 살이 많은 27세의 더벅머리 청년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