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돌 헛기침 한 번 없다 같이 있어도 있는 둥 없는 둥 다만 단단하고 조금 길고 묵직할 뿐 “둥글둥글 모나지 않게 살아라!” 천고의 부나방 으뜸 처세들 속에 연옥색 살로 무뎌진 날만 세운다 창호지도 베일만큼 예리하게 날이 서야만 서는 세상 세워도 세워도 무뎌지기만 할 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봐주지 않는다고 불평도 없다. 살점이 뜯겨나가도 신음 한 마디 없고 육신이 닳도록 갈려도 결코 헷갑지 않는 숫돌 인간들 보다 낫다 멀대 보다 훨씬 낫다. 2021. 4. 29. 07:47 북한산 淸勝齋에서 숫돌에 칼을 갈던 중 초고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