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에는 깡통, 오른손에는 도끼를 든 ‘주체의 나라’ 서상문(화가 · 시인 · 역사학자)북한만큼 ‘주체’를 많이 외쳐온 나라도 드물다. 북한의 정치사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주체’, ‘자력갱생’, ‘자립적 민족경제’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접하게 된다.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북한이 내세워온 국가적 자존심이자 체제의 정당성이었다.북한은 그것을 단순한 정치구호에 그치지 않고 마치 왕조시대의 연호처럼 시간의 기준에까지 새겨 넣었다.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주체 1년’으로 삼는 이른바 ‘주체연호’를 만들어 1997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2024년을 ‘주체 113년’이라고 표기했으니 현대국가라기보다 옛 왕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