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城의 가을
羅城 들머리부터 뒤덮인 희뿌연 스모그에
숨 막힌 듯 야자수들이 머리만 깨깨 주억댄다.
친구 만나러 가는 풀러톤 길가의 황량함은
소싯적 내고향 항구동 풍경의 재현이다.
다운타운이 틈새 없이 정적을 내뿜을 때
서울인지 미국인지 모를
코리아타운엔 아침이 선다.
비버리힐즈 호화저택들도 스모그에 갇혀
겨울을 알 리 없는 갈맷빛만 할리우드를 감싼다.
길바닥마다 별들이 총총 박힌 철시된 상가로
조깅으로 달려오는 근육질 흑인
“Hi friend!”
“Hi!”
11월 초엽의 로스앤젤레스에는
보이지 않는 균들에게 도시 전체가 점령당한 채
결코 가을일 수 없는 가을만 가뭇없이 서 있다.
그나저나 코로나는 언제나 물러나노?
2020. 11. 4. 11:23
로스엔젤레스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