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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 포스코 · 포항시민

雲靜, 仰天 2012. 4. 17. 22:47

박태준 · 포스코 · 포항시민

 

서상문(사단법인 세계 한민족미래재단 이사)

 

포스코 하면 연쇄적으로 떠오르는 게 작년 말 타계한 고 청암 박태준과 포항이다. 박태준 하면 포스코가 연상되고, 포항은 자동적으로 이에 연동된다. 3자의 관계란 이를 각기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면 각 실체에 대한 인지의 승수효과가 크지 않을 정도로 밀접하다.

 

 

포항과 포스코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포스코는 포항과의 관계가 재정립돼야 한다. 청암이 살아 있었다면 오늘날 처럼 포스코로 인한 포항지역의 오염상황을 그대로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청암은 제철공장 건설시엔 롬멜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사원들에게 엄격했지만 그것은 안전성과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긴장을 놓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그랬던 것이다. 겉보기엔 대단히 엄격해 보였지만 정의감과 가슴이 있고 정이 넘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포스코의 환경오염으로 인해 포항시민들이 고통 받는 것을 결코 가만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4월 1일로 창립 44주년을 맞은 포스코는 청암과 그의 시대사적 비전에 공명한 숱한 산업역군들이 일궈낸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체다. 그들은 “우향우 정신”과 “절대불가능은 없다”는 믿음으로 혼연일체가 돼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포스코는 울산 현대조선소, 경부고속도로와 함께 1970년대 한국경제의 고도성장과 1980년대 1인당 GNP가 2~3,000달러로 성장하는데에 결정적인 사회 인프라기능을 했다. 요컨대 청암은 포스코를 건설함으로써 한국 경제성장에 기초를 닦은 셈이다.

 

그는 또 포스코 건설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 교육재단을 설립해 포항이 교육도시로 발돋움 하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그가 명예포항시민 제1호로 위촉된 이유다. 얼마 전 포스코가 청암 유족들에게 40억 원의 특별공로금을 지급한 것도 그의 희생과 노고를 기리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청암 생전에 주어졌다면 짐작컨대 아마 그는 이 돈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일군 포스코이지만 주식을 단 1주도 보유하지 않았고, 개인명의의 재산도 한 푼 남기지 않았듯이 축재와 거리가 먼 성품이었기 때문이다. 받더라도 자신을 따라 포스코건설에 참여했던 ‘창업동지’들에게 나눠주었을 것이다.

 

이 글을 써놓고 달포가 지난 그저께 청암의 유족이 생전에 자주 "동고동락했던 친구들 생활고로 마음이 아프다"고 한 고인의 뜻을 받들어 특별공로금 중 상당액을 포스코건설 1세대인 그들에게 기부할 계획이라는 보도를 접했다.

 

 

청암의 국가관, 사생관, 인생관 그리고 그의 경영정신을 학술적으로 연구해서 청암사상집을 펴내는 과정에서 그가 겪은 고충과 애환을 자세히 알게 돼서 그런지 그의 눈망울을 보면 왠지 모를 애잔한 눈길에 가슴이 저려온다.

  

포스코는 청암이 장년 시절부터 부국강병과 제철보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불사른 제2의 고향 포항에도 많은 배려를 해왔다. 시민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했고, 거액의 지방세 납부와 장학금 등을 제공함으로써 지역경제에 주춧돌 역할을 해온 것이다. 이는 포항이 포스코를 품는 웅지의 터전이 되어 주었고, 제철소 건설에 많은 노동력을 제공한 것에 대한 보답이자 청암이 추구한 지역사회와의 상생 사상이 반영된 결과인지도 모른다.

  

현재 포스코는 21세기의 도전을 극복할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즉 ‘비전2020’을 설정해 2020년까지 그룹 차원에서 매출 총액 200조원 달성 목표를 세워놓고, 향후 철강생산을 근간으로 한 종합소재기업으로 성장시킴과 동시에 철강산업의 파생업종인 에너지산업과 건설플랜트사업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지난 130여 년간 세계철강업을 지배해오던 근대적 용광로 공법을 대신할 차세대 철강기술인 이른바 FINEX공법으로 친환경적인 자동화로 나아가게 된다. 또 열간 압연 공정을 생략하고 용강에서 직접 박판을 만드는 혁신기술인 Strip Casting도 효율성을 높여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자동화는 포항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포항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생산성이 향상되는 만큼 인력고용은 줄어드는 무고용 투자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본사 기능이 포항을 떠난 지 오래고, 철강생산의 중추기능도 광양공장으로 옮겨갔다. 이는 포스코 자체의 경영방침 영역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게 못 된다.

 

다만 차제에 청암 사상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향을 생각하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의 마음에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 포스코가 ‘비전2020’을 전개하고 있다면 지역공동체의 미래까지 보듬은 청암의 정신을 되새겨 포항시민의 고용 및 포항시의 미래와 연계된 사업도 같이 고민해줄순 없을까?

 

위 글은『경북매일신문』, 2012년 4월 18일자 제18면에 실린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