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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용어에서 온 한자어의 예 : 번뇌, 방편

雲靜, 仰天 2019. 5. 5. 19:06

불교용어에서 온 한자어의 예 : 煩惱, 方便

 

煩惱

세속적 번뇌를 끊지 못하면 수행을 해서 깨쳐도 말짱 도루묵이다와 같이 번뇌는 소설, , 수필 등의 문학작품에서나 나올까 일상생활상의 대화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단어다. 뜻은 마음이 끄달려서 괴로워하는 것또는 그런 괴로움’'을 말한다. 일상 대화에서는 아무리 마음이 괴로워도 나 요즘 번뇌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말을 듣는 이는 그를 스님이 아닐까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요즘은 이 의미로는 고민하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런데 이 고민은 너무 남용해서 고심되는 것까지도 고민한다고 말할 정도다. 한 예를 들면, 먹물 깨나 든 학자들이 모여 벌이는 학술세미나장에서의 토론시에 논문의 장절 제목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세상에 논문의 장절 제목 하나 바꾸는데 고민까지 하다니? 장절 제목을 고치는 게 심적으로 부담이 되거나 스트레스까지 받을 정도인가?

 

이 경우에는 깊이 생각해보겠다는 뜻을 지닌 고심을 사용해 고심해보겠다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다. 즉 요즘은 언제부터인지 고민과 고심의 뜻이 다름에도 분간하지 못하고 혼용해서 쓰는 이들이 너무 많다.

 

아무튼 번뇌는 누가 봐도 불교용어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는 한자어다. 원래 불교에서는 마음이나 몸을 괴롭히는 노여움, 성냄, 집착, 모든 욕망 따위의 망념(妄念)을 뜻한다.

 

方便

방편은 원래 불교용어이지만, 이제는 일반 대화에서도 곧잘 쓰이고 있다. 雲靜이 과거 술만 마시면 꼭 자기 차를 운전해서 귀가하려고 떼를 쓰는 친구에게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자 운전대를 잡으려고 할 때마다 교통경찰을 불러서 운전을 못하게 한 것은 잠시 친구의 악습을 고쳐주고 음주운전 사고를 미연에 막기 위한 방편이었다. 결국 그 친구의 악습은 고쳐졌다. 이건 실화다. 이런 식으로 방편이라는 말은 불교계를 넘어서 일반인들의 대화나 글에서도 자주 쓰인다.

 

한글 사전에서는 방편을 그때그때의 경우에 따라 편하고 쉽게 이용하는 수단과 방법이라고 뜻풀이 해놓았다. 즉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편의상 사용하는 수단이라는 의미다. 이 설명을 보면 불교에서 말하는 방편의 뜻이 그런대로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불교에서 방편은 십바라밀의 하나로서 부처가 설법을 할 때 청중들이 어려운 불교교리를 잘 못 알아들을 때 그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청중들의 근기에 맞춰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게 석가모니가 비유로 든 독 묻은 화살얘기다.

 

방편의 뜻이 조금 더 확대돼 광의로는 중생을 구제하고 바른 가르침으로 인도하기 위해 사용하거나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쓰는 묘한 수단과 방법을 말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처가 설한 불교 교리는 참으로 묘하고 어렵다. 그 수승하고 어려운 교리는 아무나 다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고대로 올라갈수록 지식수준이 떨어지거나 이해력이 떨어지는 신도들, 혹은 글자를 몰라 불교 경전을 읽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석가모니는 이들에게 적당한 비유나 예화를 들어 불교의 교리 내용이나 正法의 이치를 이해시켰다. 또 석가모니는 불경을 어려워하거나 읽을 줄 모르는 이들에게는 일정한 呪文을 염호하게 하거나 혹은 불경을 새겨놓은 도구를 접하게 하면 직접 불경을 읽거나 공부하는 효과와 같다고 하면서 그런 도구를 사용하게 했는데, 이런 것들이 바로 방편인 것이다.

 

지금도 불교가 성한 몽골이나 달라이 라마가 주석하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서북부의 오지 다람살라에 가보면 그쪽 불교도들이 사찰에서 긴 행렬을 지어서 손으로 나무로 된 바퀴 모양의 도구를 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도구인 마니차가 그런 것이다. 또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해보면 흔히 보이는 각종 상점, 병원, 관공서 등의 입구에 붙여놓은 그림 간판의 기능과 같은 이치다. 이 간판들은 글자를 읽을 수 없는 문맹자들을 위해 그림으로 상점이나 각 기관들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알게 해주는 것이다

 

팁으로 같은 한자라도 중국어에서는 方便의 뜻이 우리말의 뜻과 많이 다르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이것도 방편의 뜻을 종합적이고 근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편이다. 중국어에서 방편은 형용사로는 편리하다, 넉넉하다, 푼푼하다, 알맞다 등등의 뜻으로, 동사로는 편의를 꾀하다’, ‘편의를 도모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예컨대 方便讀者라고 하면 독자의 편의를 꾀하다라는 뜻이 된다. 또 유교나 유학에선 方便을 멋대로 행동하는 것, 좋은 대로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2019. 5. 5. 06:14

臺北 寓居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