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人間佛敎’ : 현실과 과제
서상문(경희대학교 중국학연구소 객원연구원)
차 례
Ⅰ. 머리말
Ⅱ. 한국인의 대만불교 인식
Ⅲ. 한국에서의 ‘人間佛敎’포교의 이상과 현실
Ⅳ. 한국에서의 ‘人間佛敎’포교상의 몇 가지 과제
Ⅴ. 결론을 대신하여
Ⅰ. 머리말
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승불교권에 속해 있다. 대승불교를 표방하면서 한국과 대만에서 각기 불교계의 한쪽을 대표한다고 해도 무방한 한국의 ‘대한불교曹溪宗’(이하 ‘조계종’으로 약칭)과 臺灣의 佛光山寺가 상징적이다. 한국불교계와 대만불교계는 같은 대승불교를 표방하고 있어 겉으로 보기엔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두 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불교의 信行형태, 佛事, 布敎, 교육방식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두 종교단체는 공히 부처의 法을 받들고 있지만, 한국불교에서 신행과 불사의 중심이 승가의 종단에 있다면, 대만불교에서는 입세지향의 인간불교를 지향하는 재가불교가 중심이다.
인간불교는 대만 불교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신도도 가장 많아서 어쩌면 대만불교를 대표하는 새로운 불교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불교는 대만뿐만 아니라 인근의 필리핀, 홍콩, 일본, 한국으로도 전도되고 있으며, 멀리 호주와 미국 등지에도 사찰과 신도들이 있다. 한국에는 인간불교가 들어온 지 20여년이 지나는 과정에서 성과도 적지 않고, 과제도 안고 있다.
이글의 목적은 불교의 세계화를 지향해오고 있는 대만 불광산의 포교에 주목하고, 불법의 세계화의 일환으로 성운(星雲)대사가 주창한 ‘인간불교’의 개념을 명료하게 밝힌 토대에서 인간불교가 한국에는 어떻게 들어왔고,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며, 향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인간불교의 이념과 종지가 더 널리 알려질 것인지 현실을 진단하고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는데 있다.
Ⅱ. 한국인의 대만불교 인식
1. 한국인이 인식하는 대만불교의 특성
한국사회에서 인간불교는 어떻게 알려지고, 인식되고 있을까? 이 문제를 자세하게 살펴보면 대만불교가 한국에서 어떤 방향에서, 어떤 방법으로 포교를 해야 할 것인지 약간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불교신도가 아닌 한 대만불교와 성운대사가 주창한 ‘인간불교’에 대해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한국인들이 대만 불교를 인식하게 되는 것은 대략 두 가지 경로를 통해서다. 불교에 관심이 있는 신도들이나 스님들이 직접 대만에 가서 사찰, 불교 관련 유적지, 법회 등을 접하는 게 하나고, 다른 한 가지는 대만 불교를 소개한 신문, 잡지 등의 언론 기사, 전문 불교서적이나 학술지 등에 소개된 학술논문들을 통해서다.
그런데 직접 대만불교를 접하면서도 한국사회에선 대체로 중국불교의 범주 속에서 대만불교를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중국불교는 중국대륙이 공산화됨에 따라 중국불교의 전통이 단절된 데다 과거나 지금이나 중국의 승려들이 포교를 위해 한국에 건너온 바가 없어 불교사찰도 건립된 적이 없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인식 속에 중국불교라고 하면 현실에서의 신행이 중심이 된 실생활 불교가 아니라 단지 불학을 연구하는 일부 불교학자나 학승들 사이에 학문의 대상으로서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한문경전, 중국 불교교리 체계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대만불교는 대략 17세기 중반 명청 교체기 때부터 중국본토에서 대만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가 1945년 일제 패망 뒤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됨에 따라 대만으로 이입돼 대만화된 대승불교의 한 갈래라고 정의해도 될 것이다. 청말민초 난징(南京)에서 시작된 居士불교 운동으로 시작된 불교계의 覺醒운동은 푸졘(福建)성을 거쳐 홍콩과 대만으로 들어갔다. 특히 1949년 이후 중국에서 출중한 출가 인재들이 대만으로 이주하여 대만불교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하였고, 이들 고승대덕으로부터 잘 배양된 대만의 2세대 출가자들이 현대 대만불교의 土臺를 닦았다. 성운대사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대만불교는 최근 30여년 사이에 양적, 질적으로 괄목하게 성장했다. 그 배경은 무엇보다 급속한 경제성장이 밑거름이 되었고, 정치적으로는 계엄이 해제됨에 따라 대만사회가 다원화 된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된 대만경제의 고도성장은 불교단체들이 사회복지사업을 일으키고 불사를 사업화, 기업화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된 토양이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급성장한 대만불교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 불교계에서 모범 사례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대체로 한국불교신도들이 생각하는 현대 대만불교의 특징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첫째, 승려나 재가신도를 막론하고 대만불교인들은 신행에서 계율을 중시하고 비교적 잘 지킨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계율에만 매달리지는 않는다. 연속 7일간을 아미타불을 염호함과 동시에 좌선을 행하는 佛七, 또 7일 연속으로 좌선만 하는 禪七, 팔관재계 등과 같이 개인적으로 용맹 정진하는 새로운 선 수행형태가 생겨난 지 오래다.
둘째, 현대 대만불교의 가장 큰 특징으로 다른 무엇보다 입세지향적이라는 점인데, 사찰불교 중심에서 재가불교로의 이행이 상당히 진전된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즉 탈전통, 탈근대에서 현대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대만불교는 고적한 산중에서 나와 번잡한 인간세속으로 들어가 있다.
과거 출가 승려를 중심으로 산중사찰에 머물렀던 전통적인 불교가 현대사회 변화의 요구에 부응하여 精舍, 念佛會, 禪센터, 불교문화센터, 講堂 등의 각종 다양한 형태로 인간세의 저잣거리로 나와 있다. 도시화, 현대화가 진행 중에 있으며, 神聖性이 世俗性으로 轉化되고, 종교성이 사회성과 서로 교호 融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불교의 도시화, 현대화란 출가자 위주가 아니라 일반신도인 대중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居士佛敎’가 주축이 돼 있다.
셋째, 개방성과 다원성도 대만불교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대만은 대승불교뿐만 아니라, 소승불교와 티베트불교까지도 전도가 가능하고 그들은 서로 상보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한 해외전도와 교류가 왕성한 점이 불교의 세계화시대에 대만불교가 타국과 비교하여 경쟁력을 가지게 되는 비교우위적 장점이다. 현재 그들은 중국대륙을 포함하여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유럽 등지의 전도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불교신도들 가운데는 대체로 위에서 말한 세 가지 대만불교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 성운대사의 인간불교 이념을 실천해오고 있는 사찰로는 대만 남부의 高雄에 소재한 불광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불광사는 개창자인 성운대사의 각고의 발원에 의해 1967년 에 창건된 이래 지금까지 인간불교 이념에 토대를 두고 그가 내세운 불교의 사회화, 생활화, 현대화, 대중화, 人性化에 힘써오고 있다.
이것은 대만 불교지도자가 중국대륙의 공산화 이전 중국대륙의 불교 지도자들과 함께 출가자든 재가자든 사람을 떠난 불교는 절대로 통하지 못한다는 철저한 각성을 공유한 전통에서 태동된, 인간을 위한 인간중심의 새로운 불교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2. ‘人間佛敎’의 한국 인연
현재 한국에 나와 있는 대만 불교사찰은 ‘인간불교’를 전도하는 서울 불광산사 뿐이고, 중국에서 온 사찰도 없어 중화권의 사찰로서는 이것이 유일하다. ‘인간불교’란 불광산사를 창건한 성운 대사의 불교사상을 구성하는 정수이자 그가 내세운 가장 핵심적인 불교이념이다.
성운 대사가 내린 인간불교의 정의는 “불설적이며, 사람에게 필요하며, 정화적, 선미적이며(佛說的, 人要的, 淨化的, 善美的), 모든 것이 이치에 맞아드는(契理契機) 불법으로서 인류의 이익과 복지가 증진만 된다면, 중생에게 능히 풍요롭게 하고 이익이 되고(能饒益眾生), 사회 국가에 공헌만 있는 것이라면 모두가 인간불교”라는 것이다.
그 주요 취지는 한 마디로 잘못 알려진 불타의 원래 모습을 바르게 이해하자는 것이다. 불타는 늘 사회 속에서 생활했고, 托鉢, 乞食, 說法, 중생제도(度化衆生)도 모두 사회 속에서 행했는데도 후대 불자들이 입산해 은둔수행(山隱蔽修行)하기를 주장해 사회와 단절되고, 적극적으로 세간에서 구해야 할 불법을 세상회피라는 소극적 의미로 바꿔 놓았다는 게 성운대사의 주장이다. 그래서 성운대사는 후대 사람들로 인해 신격화 된 불타를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본래 모습을 회복시켜 그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 세상 속에서 진리를 깨닫도록 하고자 원을 세웠다.
이처럼 석가모니가 고행을 하고, 고행을 통해 깨친 법과 진리를 중생들에게 설한 것도 모두 인간을 위한 것이었듯이 인간불교도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사실 인간불교의 기원은 석가모니에게 있고, 성운대사가 이 사실을 새롭게 조명하고 주창한 것이다. 표현을 달리 하면 성운대사의 인간불교는 석가모니의 정신으로 바로 통한다고 볼 수 있다.
포교의 방법 면에서 인간불교는 현묘한 문자보다는 현실을, 개인보다는 대중을, 산속보다는 도심을, 개인의 이로움보다는 타인의 이로움을 더 중시한다. 불교사상적 측면에서 볼 때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인간불교에서는 불법과 생활이 별개의 둘이 아닌 하나다.
인간불교는 죽어서 내세의 불국토에 태어나기보다 살아 있을 동안의 현세에 깨달음을 얻어 불국정토에서 살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초월적이 아니라 현세의 入世指向的이다. 인간불교의 현세지향적, 입세지향적 이념은 불광산사의 4대 종지에도 잘 나타나 있다. 문화로 불법을 널리 알리고(以文化弘揚佛法), 교육으로 인재를 양성하며(以敎育培養人才), 자선사업으로 사회복지를 증진시키며(以慈善福利社會), 수행으로 마음을 정화시킨다(以共修淨化人心)는 것이다.
불광사는 인간불교를 포교이념으로 현대화, 대중화, 국제화, 인간화된 ‘인간정토’를 건설해 佛光을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비추게 하고 法水를 오대주에 항상 흐르게 함으로써 이 사바세계에서 불국토를 건설하겠다는 발원을 실현시키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秉持著人間佛敎的理念弘法, 建設成兼具現代化, 大衆化, 國際化, 人間化的‘人間淨土’, 使佛光普照三天界, 法水長流五大洲)
성운 대사는 불광산사를 개창한 후 줄곧 불교의 세계화라는 願力을 실현시키기 위해 대만을 넘어 세계로 눈을 돌려 인간불교의 이념을 포교해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1991년 로스앤젤레스 근교에 세운 西來寺 사찰과 西來대학(웨스트대학), 오스트레일리아의 南天대학, 대만의 南華대학이 대표적인 인재양성을 위한 불사다. 해외 화교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불경과 중국불교 관련 저서들을 외국어로 번역하여 해외로 내보내는 해외포교 사업도 그 일환이다.
한국도 인간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포교지 가운데 한 곳이다. 이를 위해 성운 대사는 1975년 최초 한국을 방문한 이래 지금까지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한국불교계와 인연을 맺고 교류를 확대 심화시켜 왔다. 불광사가 한국의 대표적인 사찰로서 각기 삼보를 대표하는 通度寺(1982년 11월), 松廣寺(1998년 11월), 海印寺(2003년 9월)와 자매를 맺은 것도 성운 대사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또 曹溪宗 이외 太古宗, 天台宗, 觀音宗, 眞覺宗 등의 종단들과도 상호 방문을 하는 등의 교류도 이끌어냈다. 1999년 성운 대사는 서울에다 ‘한성 불광산사’(나중에 ‘서울불광산사’로 개칭)를 세웠는데, 이것도 대만과 한국간의 불교교류를 증진시키고, 인간불교를 전도하기 위한 원력의 하나였다.
2003년 9월 15일 성운대사의 방한과 함께 발족된 대만 불광산사의 신도조직인 국제불광회의 한국 지사격인 국제불광회 서울협회도 마찬가지였다. 그 뒤 서울협회 외에도 부산협회와 제주협회가 결성됐다. 2014년 한국의 中央僧伽대학, 불광산 산하의 오스트레일리아의 南天대학, 대만의 佛光대학, 南華대학 등 5개 대학이 학술자원의 상호 교환을 내용으로 한 교류협정을 맺었다. 이처럼 성운 대사는 범불교 발전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曹溪宗 종립대학인 동국대학교, 天台宗 종립대학인 金剛대학, 眞覺宗 종립대학인 威德대학교에서 각기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러한 괄목할만한 성과는 부처님의 가피와 성운대사의 위광이 한국불교도에게까지 미쳤다는 실증적인 증거다. 이러한 예는 일반 불교신도들에게까지 파급되고 있다. 부산 소재 대형 사찰 弘法寺 창건의 원을 세운 道明華 여신도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는 2002년 처음으로 대만 불광사를 방문해서 알게 된 佛光寺의 포교, 교육, 사찰운영 방식을 귀감으로 삼아 부산 홍법사를 창건하려는 발원을 내게 됐다. 현 부산 홍법사 주지 深山 스님에 의하면, 그가 2002년 불광산을 방문했을 때 인간불교의 이념에 대해 깊이 공감했고, 그 이듬해에 불광회원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Ⅲ. 한국에서의 ‘人間佛敎'포교의 이상과 현실
1. 人間佛敎의 한국 포교의 주체 : 서울佛光山寺의 포교성과
한국불교와의 교류를 위한 불광산의 한국거점으로서 서울불광산사(住持 依恩 法師)는 한국사회에 인간불교의 가르침이 스며들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도량 역할을 해오고 있다. 依恩 스님이 주관하는 서울불광산사가 실행하는 포교는 크게 세 가지 범주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한국 내 라디오와 TV방송 등 유수의 불교언론 매체를 통한 법문 및 인터뷰 등을 통해서 혹은 인간불교의 이념을 설한 성운대사의 법어집과 저서들을 한국어로 번역 출판해 한국에 소개하는 것이다. 둘째, 불교학자나 인간불교를 포교하는 스님들을 모셔와 학술 세미나를 열거나 법회를 열고 있다.
포교 면에서 서울불광산사의 운영상황을 보면 각종 법회(念佛共修, 光明燈法會, 特殊法會)와 함께 중국어입문, 태극권, 참선 교리반(禪修 敎理班), 어린이 중국어반(兒童中文班), 퀼트반(拼布班) 등의 문화강좌를 개설 운영해오고 있다. 셋째, 한국 내 각종 불교행사와 활동에도 참여할 뿐만 아니라 불광산사 신도 및 가족 혹은 일반인을 데리고 직접 대만 불광사로 가서 성운대사를 친견하거나 탐방을 통해 인간불교 이념의 산실을 직접 현장 체험하는 것이다.
대략 위와 같은 방식으로 서울불광산사는 한국 내 대만불교, 인간불교의 法音을 널리 알리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해오고 있다. 주지 의은 스님은 서울불광산사 운영에 필요한 법회나 각종 종교적 활동 외에 다양한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동국대학교에다 불교를 전공한 학생들을 교환학생 형식으로 불광산사 소속 대학에 유학 보내줄 것을 건의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이처럼 20년 가까이 노력해온 서울불광산사가 한국에서 거둔 불교적 성과는 적지 않다. 먼저 한국불교계에 대만불교의 존재를 각인시켜줄 뿐만 아니라 성운 대사의 각종 법문과 가르침을 담은 저서들을 한국어로 번역 출간함에 따라 한국 불자들에게 석가모니의 인간적인 면모를 새롭게 일깨워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티베트 불교 등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불교사찰들과 함께 한국불교의 다양성 구현에 기여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불광산사는 한국-대만 불교교류의 교량 역할을 하면서 불교신도, 불학에 관심 있는 한국청년들의 대만방문을 주선하는 등 교류를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에게도 불광산 견학 활동을 통해 불교의 훈도를 체득하게 하고 불학을 공부하려는 마음을 내게 함으로써 인간불교가 중국으로 들어가게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2. 서울佛光山寺 포교의 한계
다만, 서울불광산사가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에 능통한 인재가 부족하고, 사회 전체가 전반적으로 무종교 성향이 강해지는데다 한국 불교신도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등의 사회적 환경과 조건이 열악해 인간불교의 포교 성과는 일정한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신도수를 보면 대만 화교가 점점 줄어들어 현재 2만 명도 채 되지 않아 자연히 불교신도도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또 중국에서 건너온 중국인들은 유학생, 상사 주재원, 언론인 등 일시적으로 거주하다 중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대만 화교들처럼 한국에 영구적으로 거주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한국화교들은 향후 지금 보다 훨씬 더 수가 감소할 것이다. 불교신자 수의 감소는 대만불교계만이 아니라 한국불교계도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다.
한국 거주 화교나 중국인 불자들의 감소 외에도 문제가 없지 않아 보인다. 우선 대만사찰과 한국사찰을 다 망라해도 인간불교를 가르치고 전파하는 사찰과 스님이 부족한 점이다. 인간불교를 소개하고 전하는 사찰이라고 해봐야 전국에 몇 개 없다. 승려도 한국인 스님으로서 인간불교를 이해하고 언급하는 승려로는 현 조계종 총무부장 스님, 부산 홍법사 深山스님, 中央僧伽대학 本覺 스님, 九龍寺 頂宇 스님 등 10명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인 불자들에게는 특별히 대만 불광산사 본사를 다녀오지 않는 한 인간불교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이는 인간불교를 전하는 서울불광산사에 등록돼 법회에 나오는 한국인 불교신도가 10명이 될까 말까 한 점에서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서울 이외의 여타 지방에서는 더욱 적을 것이다.
서울불광산사에 한국인 불자들을 위한 한국어법회를 거의 개최하지 않고 있고, 한국어 불교의식 매뉴얼도 보이지 않는 까닭은 한국인 불교신자들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한국어의식 매뉴얼을 만들 인적 구성원도 부족하고, 한국어로 대만불교의 의식을 진행하고 한국어 법문을 할 인적 자원도 태부족이라는 어려움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으로 볼 때 현재 주지스님을 포함해 2명의 승려만으로는 더 이상 포교를 확대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한국인 불자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인간불교에 대해 알려고 하는 노력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당연한 일이다. 한국인이 인간불교의 주창자인 성운대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하거나 새롭게 조명한 글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불교계에서 가장 권위가 있다는 불교전문 잡지의 하나인『佛敎評論』이나 양대 불교신문인『佛敎新聞』과『現代佛敎』의 홈페이지 검색창에 ‘인간불교’, ‘성운대사’, ‘성운법사’를 키워드로 넣으면, 이 검색어를 독립된 주제로 심층적으로 소개한 글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 사실이 이를 실증한다. ‘성운대사’가 검색된 경우가 있어도 그의 저서가 한글로 번역돼 출간된 소식을 전하면서 성운대사와 인간불교를 약간 소개하는 정도일 뿐이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인간불교의 가르침을 알리려는 서울불광산사의 열의는 왕성하지만, 노력에 비해 한국사회에서 인간불교는 널리 소개돼 있지 못한 실정이다. 불교 관련 언론매체에서 문의해오는 일도 많지 않고, 간헐적으로 요청이 있을 때 주지 의은 스님이 인터뷰에 응해 소개하는 정도다.
Ⅳ. 한국에서의 ‘人間佛敎’포교상의 몇 가지 과제
1. 포교전략 재설정 및 한국불교와의 융섭
한국에서 인간불교의 가르침이 더 널리 알려지고 현창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다. 다만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첫째, 대만 불광산사의 비권위적이고 신도를 위한 사찰운영이 알려지게 되면 지금 보다 더 많은 한국인 신도들이 올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서는 신도들이 스님을 위해 존재하지만, 대만 불광사에서는 스님들이 신도들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신행, 불사, 교육 등도 모두 신도들을 위해 이뤄지고 있다. 한 마디로 불광사에선 신도가 주, 스님이 객이라면, 한국의 사찰에선 반대로 주객이 전도돼 있다.
불광사에는 불사나 행사시 스님과 속인을 구분하지 않고 계획에 의해 시스템적으로 다 같이 일하는데, 모든 스님과 신도들이 제각기 주어진 역할을 맡아서 수행한다. 스님이라고 해서 스님으로서의 권위의식은 없고 다 내려놓고 일한다. 신자가 스님 보다 더 상석에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행사든, 법회든 모든 불사는 안정적이고 조직적,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한국불교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둘째, 한국 불교출가자들이 지계가 그다지 엄격하지 않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이에 대해 한국불자들의 거부감이 존재한다. 그래서 출가자들이 비교적 계율을 잘 지키는 것으로 평가되는 대만불교의 장점은 한국사회에서도 충분히 부각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계율은 승려를 승려답게, 불교인을 불교인답게 만들어 부처님 제자임을 표증하는 지표이다.
대만의 출가자들은 상대적으로 한국의 출가자보다는 계율을 잘 지킨다. 대만에서는 스님들이 계를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일반 음식점이나 유흥술집은 스님들의 출입을 거의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예 일반식당과 유흥업소를 드나들려는 스님들도 거의 없지만 순수한 채식만을 공양할 수 있는 이른바 ‘소식’(素食)식당이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이용이 가능할 정도로 일반화되어 있기에 이곳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환경은 승려 개개인의 발심이 주된 이유가 되겠지만, 바람직한 승려상에 대한 일반인들의 보이지 않는 요청도 승려들의 행위를 규제하는 사회적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것은 스님들에 대한 존경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한편으로는 출가자들에 대한 기대치의 반영이자 감시기능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에서는 인구 대비 대만 보다 사찰 이외에 승려들이 사용할 수 있는 채식 식당이 숫자도 적어 일반화 돼 있지도 않다.
셋째, 한국불교는 단점만 있는 게 아니어서 중국불교처럼 다양한 불교 전통을 동시에 연구하고 실천하는 장점도 있다. 종파주의적이어서 어느 특정 전통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하는 경향이 있는 일본불교와 다르다. 그래서 한국불교는 티베트불교도 받아들여 한국불교의 정신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인간불교 역시 한국불교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고, 제대로 소개만 된다면 한국인들에게 지금 보다는 더 많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면 과연 서울불광산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을 갖추고, 어떻게 해야 인간불교를 더 깊이 있고 더 넓게 소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 불교신자들을 더 많이 오게 할 수 있을까?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보자는 소리다. 먼저 대만불교의 한국불교화, 한국불교의 대만불교화의 상호 융섭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상적 근거는 우선 세계 각지의 다양한 형식의 불교종파도 예외 없이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에 근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세계불교가 바람직한 대세다. 그것은 곧 지역 마다 다른 고유한 환경 및 조건과 결합된 지역불교의 특색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부처의 큰 가르침으로 귀일시키는 융섭과 통섭을 지향해야 한다.
한국 스님들의 마음속에 알게 모르게 존재하는 우월의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도 보이지 않는 과제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은 선종을 종지로 내세우면서 대만불교가 교학 위주라고 보고 낮춰 보는 경향이 있어 보이는데, 필자는 오래 전부터 실제 한국스님들이 대만 스님들을 낮춰 대하는 태도를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 스님들의 대만불교에 대한 우월적인 자만에서 비롯된 배타성의 벽을 낮추기 위해선 부단한 접촉, 대화, 교류를 통한 상호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2. 포교대상 및 방법의 다양화와 시공간의 확대
한국 거주 화교들만 포교대상으로 해온 관성에서 벗어나 한국인을 대상으로 포교하는 방향으로 바꿀 것을 제의하고 싶다. 종교교리 측면에서도 굳이 불교를 내세우지 말고 사찰이 소재하고 있는 당지의 지역공동체(community)로 들어가 주민들과의 접촉범위를 넓혀서 포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불광산사가 있는 서울시 중구청 인문학 강좌에 중국 관련 과목을 개설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선 한국인 불교신도들에게 인간불교를 접하게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포교에 성공한 예를 들라면, 미국사회에서 성공을 거둔 崇山 스님이 있다. 崇山 스님은 기독교인이나 유태인에게 개종을 요구하지 않고 자신들의 종교인 기독교나 유태교를 믿으면서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참선 등을 하게 함으로써 불교를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중에는 한국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하거나 신행하게 만들었다.
타종교인들에게 굳이 불교가 아니라도 좋다. 한국의 사찰과 다른 서울불광산사만이 지닌 특성과 장점, 예컨대 지금 서울불광산사에서 시행해오고 있는 중국다도, 중국어반, 채식, 태극권 수련, 중국불교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전문성과 시설 등을 적극적으로 살려 간접적으로 인간불교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어린이를 대상으로 중국어 법회를 열면 아이에게 중국어를 배우도록 하고자 하는 부모들에게는 이에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 다양성과 다원성은 원래 인간불교에 내재돼 있는 가치추구의 한 방향이기도 하지 않는가?
무른 포교란 포교자가 혼자서 행하고 마는 식의 일방적이어서는 안 되고, 비불교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쌍방향이 돼야 한다. 일방적이 될 경우엔 효율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신도들과 같이 해야 하고, 나아가 해당 국가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변화에도 조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한국사회의 변화 가운데 종교계 지도자라면 주목해야 할 것은 두 가지 커다란 변화다. 하나는 남
북한간 긴장이 완화되고 정치정세의 호전에 따른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변화될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진행중에 있는 제4산업혁명이 더욱 진전될 경우 사회구성원들 간의 각종 불평등이 심화돼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양극화 되면서 극빈층이 늘어나 인간이 더욱 소외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좀 더 부연해보고자 한다.
최근 북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표명되고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뒤 북미 정상회담이 일차 무산되긴 했지만 재거론 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등, 남북한 관계가 호전될 것이어서 한반도는 이전과 달리 평화체제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아져 가고 있다.
북한이 개방으로 나아가고 북한과의 교류가 확대 정례화 될 것에 대비해 북한사회에 인간불교의 이념 전파가 가능하도록 준비하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 물론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가능하겠지만, 어쩌면 급격하게 우리 눈앞에 펼쳐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 지금도 중국화교들이 수 만 명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북교류가 시작되면 남한의 많은 종교단체들이 북한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고, 실제 어떤 종교단체들은 이에 대비해 준비를 해오고 있다. 불교라고 해서 남의 일처럼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따라서 다가올 미래의 북한포교에 대비해 북한 내 불교도들, 특히 화교들을 대상으로 인간불교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서 서울불광산사가 대만 불광사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다음으로 미구에 다가올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따른 한국사회의 변화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제4차 산업혁명이란 2016년 초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이끄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서 국제적인 쟁점으로 크게 부각된 것인데, 소위 혁명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기술의 영역은 인공지능 로봇 공학, 생명공학, 사물인터넷,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등으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슈밥은 세상이 다면적이고 서로 깊게 연관된 가운데서 과학기술이 더 새롭고 뛰어난 역량을 갖춘 기술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제4차 산업혁명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전개 중이라고 한다.
따라서 제4차 산업혁명은 개인과 사회, 기업, 경제 등에 전례 없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유도하고, 사회 전체 시스템의 변화를 수반한다고 본다. 그 영향으로 이미 산업현장의 로봇이 생산 업무를 지휘하고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함으로써 노동자의 역할 기회와 소득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사람보다는 로봇과의 상호작용이 더 빈번하게 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도 있고, 첨단기술, 기기들로부터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이 여전히 많을 것이다.
무선네트워크, 사물인테넷으로 대표되는 초연결사회는 인간에서 편리함을 선사하겠지만 그 이면에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제한되고, 소득의 격차와 함께 빈부 격차도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간과 기계의 소통이 늘어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인간들 사이의 소통이 줄어들 것이어서 기계를 통한 소통과 기계와의 소통은 인간의 감성 지능을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제4차 산업혁명은 단지 포교 매체로서 IT나 인터넷 활용이라는 문제를 넘어 빈부격차, 인간소외, 감성지능 약화 등 당대 사회가 안고 있는 새롭고 복잡한 이슈에 대해 종교계가 대비하고 고심해야 할 시점이다. 범불교계 차원의 필요성에 맞춰 대만 불광산사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내는 사이버 공간에 결박되는 삶의 구조적, 의식적 변화가 가져다 줄 사회의 변화에 대응해 인간불교의 포교에 임할 필요가 있겠다.
Ⅴ. 결론을 대신하여
서울불광산사가 정식으로 한국사회에 둥지를 틀게 됨에 따라 인간불교의 가르침이 한국의 불교계 및 불교신도들과 만나게 된지 어느덧 20년이 다 돼 가고 있다. 그 동안 성운대사께서 몸소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함으로써 대만불교 혹은 인간불교의 존재를 한국불교계에 널리 각인시켰다. 동시에 신격화된 석가모니가 아니라 인간 세상 속에서 진리의 정법을 증득하고 정법을 실천한 모습을 재조명하는 새로운 시도도 한국불교계에 신선하게 다가왔다.
인간불교의 한국 포교 거점 역할을 해오고 있는 서울불광산사는 적지 않은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 먼저 외형적인 측면에선 한국에 국제불광회 세계총회 산하 협회가 3~4개 설립돼 대만 불광사를 방문해 견학하면서 인간불교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고, 정신적 측면에서는 한국 거주 화교들이 인간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신행생활의 도량이 되고 있다. 또한 한국불교계에 대만불교의 존재를 각인시켜줄 뿐만 아니라 성운 대사의 각종 법문과 가르침을 담은 저서들을 한국어로 번역 출간함에 따라 한국 불교대중들에게 석가모니의 인간적인 면모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티베트 불교 등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 불교의 승려 및 사찰과 함께 한국불교의 다양성과 정신성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불광산사는 한국-대만 불교교류의 교량 역할을 하면서 불교신도, 불학에 관심 있는 한국청년들의 대만방문을 주선하는 등 교류도 심화시켜왔다. 또한 중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불광산 견학 활동을 통해 그들에게 불교의 훈도를 체득하게 하고 불학을 공부하려는 마음을 내게 함으로써 인간불교가 중국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불광산사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간불교의 포교 성과는 어떤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어에 능통한 인재가 부족하고, 전반적으로 무종교 성향이 강해지는데다 한국불교신도들의 수가 줄어드는 등 사회적 환경과 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불광산사가 본문에서 논한 여러 가지 과제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가장 긴요한 것으로는 무엇 보다 한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는 인재의 충원과 육성문제로 귀결된다.
법회를 열어 불법과 인간불교의 이념을 설하든,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포교를 하든, 문화활동을 하든, 그 중심에 있는 것은 해당 국가의 언어다. 인간은 언어로 의사를 전달하고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 한 종교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외국에서는 그 나라 교포를 대상으로 한 교포도 중요하지만, 해당 국가의 국민을 대상으로 포교를 하려면 현지 언어 구사의 원활함은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적인 요건이다.
대만불교의 장점과 인간불교 이념 나아가 현대 대만과 중국의 역사, 문화, 사상까지도 함께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어로 된 신문을 발행해 대만불교와 인간불교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한국어에 능통한 인재를 지원해줘야 할 이유다.
한국어에 정통하고, 한국역사 및 문화를 이해하고 있는 새로운 인재가 충원되지 않는다면, 인간불교의 세계화 그리고 한국불교와의 融攝은 현 상황에서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충분히 훈련된 언어, 종교, 역사 및 문화 분야의 전문가와 승려만이 미래 한국 내 인간불교의 확장성을 보장할 것이다. 이는 곧 인간불교가 한국통을 길러내는 데에 현재 보다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의미한다.
대북한 포교와 미래 한국사회의 변화에 대한 준비에도 힘을 기울일 필요와 의지가 있음을 전제로 불광산사 본사 차원에서 서울불광산사에 언어문제의 극복과 인력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사회에서 인간불교 이념의 전도가 저변으로 확대되기가 쉽지 않고, 더욱이 북한포교나 미래사회의 변화에도 조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끝)
(English Abstract)
‘Human Buddhism’ in Korea : The Current Status and its Tasks Ahead
Suh, Sangmun
(Institute for Sinology of Kyung Hee University in Korea)
Two decades have been passed since the Seoul Bulgwang Mountain Temple had been starting to root itself in the Korean society in 1999. Meanwhile, several visits made by the Great Master Xingyun(星雲大師) to Korea stamped the excellence of the ‘Human Buddhism’ on the Korean Buddhist Society, by shedding a light on the actual practices of the Dharma of the truth in human world, instead of the deification of Gautama Buddha.
The Seoul Bulgwang Mountain Temple, the key point for spreading the Human Buddhism has gone through a number of changes and improvements, which had been enabled by cooperation between the monks and the members. Externally, 3~4 affiliated associations of the International Buddhist Association(國際佛光會) have been established to foster visiting programs to the temple. Internally, the Chinese ethnic group in Korea take the role as the practitioner of the lessons taught by the religion. Furthermore, it not only imprints the Taiwanese Buddhism in the Korean Buddhist society, it also tells the humanized sides of Gautama Buddha by publishing books that contain the Great Master Xingyun’s writings and lessons. By doing these, it contributes to the diversity in the Korean Buddhist society, along with the Tibetan Buddhism and other foreign Buddhist branches.
Moreover, the Seoul Bulgwang Mountain Temple attributes to strengthening the international relationship between Korea and Taiwan, by fostering visiting programs for Korean youth to visit Taiwan. It also opens a bridge for the Human Buddhism to go into mainland China by providing chances to Chinese students studying in Korea to visit Mt. Bulgwang, and encouraging them to study.
On the other hand, the results of these activities cannot overcome certain challenges, including the lack of manpower with language skills, the strong social tendency to lean toward to the atheism, and the decrease in the number of members in the Korean Buddhist society. In order to overcome these obstacles, the Seoul Bulgwang Mountain Temple needs to expand its contact with local people in Korea, getting involved deeply in local societies. Also, it will take advantages if it uses its strengths, such as providing exotic experiences of learning Chinese language, Tai chi chuan, and tea ceremony, which cannot be experienced any other places. Furthermore, in order to spread the Buddhist teachings, special features of the Taiwanese Buddhism, and the contemporary history of China and culture, manpower with fluency in Korean with sound understanding of Korean history and culture need to be supported. It will not be easy to make progress in globalization of the Human Buddhism and its stronger relationship with the Korean Buddhism. This is the reason why the Human Buddhism needs to take more time and efforts to nurture specialists in Korea.
It also seems like the right thing to do, considering that it needs to get ready for future changes in Korea, including propagating in North Korea.
위 글은 5월 4~5일 이틀간 대만 南華대학이 "星雲大師 文學敍事의 生命實踐과 敎化"를 주제로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자구를 다듬은 것입니다. 원래 발표한 원문은 중국어로 돼 있습니다.
한글요약
1999년 서울불광산사가 정식으로 한국사회에 둥지를 틀고 난 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있다. 그 사이 성운대사께서 몸소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함에 따라 신격화된 석가모니가 아니라 인간 세상 속에서 깨친 진리의 법을 실천한 모습을 재조명하는 ‘인간불교’의 존재와 수승함을 한국불교계에 널리 각인시켰다.
인간불교의 한국 포교의 거점 역할을 해오고 있는 서울불광산사는 스님과 신도들이 일심동체가 돼 적지 않은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 먼저 외형적인 측면에서 한국에 국제불광회 세계총회 산하 협회가 3~4개가 설립돼 대만 불광사를 방문해 견학하면서 인간불교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 측면에서는 한국 거주 화교들이 인간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신행의 도량이 되고 있다. 또한 한국불교계에 대만불교의 존재를 각인시켜줄 뿐만 아니라 성운 대사의 각종 법문과 가르침을 담은 저서들을 한국어로 번역 출간함에 따라 한국 불교대중들에게 석가모니의 인간적인 면모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티베트 불교 등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불교사찰들과 함께 한국불교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불광산사는 한국-대만 불교교류의 교량 역할을 하면서 불교신도, 불학에 관심 있는 한국청년들의 대만방문을 주선하는 등 교류를 심화시키고 있다. 또 중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불광산 견학을 통해 그들에게 불교의 훈도를 체득하게 하고 불학을 공부하려는 마음을 내게 함으로써 인간불교 이념이 중국으로 들어가게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반면, 서울불광산사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어에 능통한 인재가 부족하고, 전반적으로 무종교 성향이 강해지는데다 한국불교신도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등의 사회적 환경과 조건이 열악해 인간불교의 포교 성과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지역공동체로 들어가 한국인들과의 접촉을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다도, 중국어, 태극권 등 다른 한국사찰에서는 접할 수 없는 서울 불광사만의 장점을 살려 포교를 하면 좋을 것이다. 불교교리는 당연하고 인간불교의 특성, 대만과 나아가 현대 중국의 역사, 문화, 사상까지도 함께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는 불법은 물론, 한국어에도 정통하고, 한국역사 및 문화를 이해하고 있는 인재를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그러한 인재가 충원되지 않는다면, 현 상황에서는 인간불교의 세계화 그리고 한국불교와의 融攝은 진전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통을 길러내는 데에 현재 보다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또한 장차 다가올 대북한 포교와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줄 미래 한국사회의 변화에 대한 준비에도 힘을 기울일 필요성과 의지가 있다면, 그에 조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게 마땅하다.
2018. 4. 28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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