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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해균 선장 ‧ 天命 ‧ 대한민국 해군

雲靜, 仰天 2012. 3. 31. 06:56

석해균 선장 天命 대한민국 해군

 

서상문(해군발전자문위원)

 

세계가 경탄한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작전이 지난 주로 1주년을 맞았다.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승전을 기념하여 기념비 제막, 해군 특수요원들의 작전 재연, 작전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 세미나가 열렸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된 21명의 선원 전원을 구출한 여명작전의 의의는 심대하다. 전광석화와 같은 신속한 작전을 통해 우리 해군의 작전능력을 만방에 과시함으로써 베트남전쟁 이후 우리 군이 근접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하는 일각의 의구심을 말끔히 해소했던 것이다. 동시에 일련의 북한의 도발로 저하된 국민의 사기도 일거에 반전시켰다.

  

이날 세미나에서 석 선장은 소회를 얘기하면서 생사의 고빗사위에서도 "마음을 비우니 침착해지고 두려울 게 없는 용기가 생기더라"고 했다. 그래서 극한 상황이 제대로 보였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지혜가 생겼다고 한다. 평심한 말이었지만 여명작전 승리의 비결이 여기에 있었다. 삶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비웠다는 것은 생사에 초연하고, 목숨은 하늘에 있음을 직각하고 대응했다는 의미다. 이는 하늘의 뜻, 즉 천명의 승리였다.

 

 

석해균 선장과 그의 부인

  

천명이란 공자가 말한 "하늘의 뜻을 안다"(知天命)에서 유래한다. 주관적 해석이 가능한 다의적 의미를 지닌 말로서, 맹자가 설했듯이 백성의 뜻이 곧 하늘의 뜻임을 안다는 것이 천명이기도 하다. 하늘은 거짓이 없다. 그래서 하늘은 결코 인간의 노력을 헛되지 않게 한다는 의미로 확대해석 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듯이 뿌린 대로 걷히게 하는 게 자연의 섭리라는 거다. 마음을 비워야 하늘의 뜻을 제대로 알게 된다는 의미다.

  

천명은 우리 해군의 유구한 전통이다. 이순신 제독이 전쟁에서 살려고 발버둥 치면 죽게 마련이고,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반드시 살게 된다고 했지 않던가! 조선수군이 13척으로 왜선 133척을 수장시킨 명량대첩의 원동력이었다. 대한민국 해군 창설자 손원일 제독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삼가 이 몸을 바치나이다" 라고 하면서 청빈한 성자처럼 몸과 마음을 비웠지 않았던가! 6.25전쟁 초 결사적으로 북한군의 해상 침공을 격파한 해군장병들의 투혼이 어디서 나왔겠는가? 석 선장 역시 해군간부 출신이다.

  

아덴만 여명작전의 승리는 작전에 투입된 해군 특수대원 모두가 마음 비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자세로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그들은 해상작전에 필수불가결한 헬기(SH-60, 미제 MH-60 혹은 유럽제 MH-101 등) 한 대 없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적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하늘은 인간을 기망하지 않는다. 죽기로 임전하는 자에게 승리를 허여한다. 비대칭적인 안보환경 하에 우리 민족의 명운이 달려있는 오대양 바닷길은 해무가 걷히지 않고, 파도는 더욱 거세질 터다. 해군은 미래의 안보불확실성에 대비해 상시 '출항준비'를 위한 훈련은 물론, 적의 완전제압 가능성을 담보할 무기 장비까지 제대로 갖춰야 한다. 천명은 어느 날 도둑처럼 그냥 오지 않는다. 그것은 준비된 자에게만 하늘이 부여한다. 아덴만 여명작전의 영웅들인 석해균 선장과 대한민국 해군전사들이여, 천명 속에 영원하라!

 

위 글은 같은 제목으로 『국방일보』, 2012년 1월 27일자에 실리기 전의 초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