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한시 하얼빈의 안중근 모자(哈爾賓 安重根母子)

雲靜, 仰天 2017. 12. 28. 10:20

한시 하얼빈의 안중근 모자(哈爾賓 安重根母子)


난세일수록 義人이 湧出하는 법이련만...
세상 돌아가는 게 어찌 이다지도 혼탁한가! 의인은커녕, 탈법, 위법, 범법, 꼼수, 책임전가, 눈앞의 정파적 이해득실만 따지는 인간들로 넘쳐나니 참으로 답답하구나. 부른 배 더 불려보려고 자신의 허물은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남탓만 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정치꾼들의 진흙탕 싸움의 악순환은 언제나 종식되려나? 정치꾼이란 꼭 정치인들만 가리키는 게 아니다. 일반 시민들 중에도 평생을 각종 선거로 살아가는 이들도 정치꾼이다.

당대만 탓할 게 아니라 광복 후 지금까지 누대에 걸친 결과이긴 하지만,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어렵고, 서민들은 입에 풀칠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상을 살기 어렵게 만들어놨기 때문일까? 요즘엔 젊은이들에게서든, 나이든 이들에게서든 눈앞에 있는 작은 이익만 추구하는 소아를 버리고 정의를 바탕으로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며 행동하는 호연지기는 아주 드물어 보인다.

정말이지 자신의 영달은 물론, 부모와 처자식의 안위까지 돌보지 않고 국가와 민족을 넘어 아시아의 평화와 인간의 정의를 먼저 생각한 도마 안중근 의사가 새삼 萬古 絶世의 義人으로서 평소 보다 더 위대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탁류를 밀어내고 청류가 주가 될 역사의 전환기가 돼야 할 시기에 호연지기가 우뚝 선 大人이 절실히 그리운 난세다. 108년 전, 안 의사께서 의거하신 현장을 찾아보니 그리움이 더욱 절절해져서 감회를 쓰지 않을 수 없다.

거사 후 체포된 뒤의 모습인듯하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와락 눈물이 쏟아진다.

哈爾賓 安重根母子

生不成功死不還
豈肯埋骨祖墳下
崇高雄志留千秋
身影何處亦不殘

懷遠志投身如草
國無爲公設廟堂
賣國賊三代奢華
烈士三代惟苟且

何母願子往黃泉
慈母鐵漢一條心
爲大義敢死則孝
母咐不乞求饒命

生肉身留於陋巷
屍骨隨飛雪飄泊
母子豈能安眠乎
又誰肯獻身於邦

知否斷腸之哀痛
暮色至哈爾濱站
兆麟公園止客步
只雪飛霽虹橋上


하얼빈의 안중근 모자

살아서 성공하지 못하면 죽어 돌아오지 않을지니
어찌 뼈를 조상 묘소에 묻을손가
숭고한 그 정신 천추에 남겠지만
자취는 지상 그 어디에도 없구려

큰 뜻을 품고 한 목숨 초개 같이 버렸어도
나라에서 묘당 하나 지어준 바 없으니
순국선열들이 3대가 망해 연명할 때
매국노들은 3대가 흥해 부귀영화 대물림되네

어느 모친인들 자식을 황천에 떠나보내고 싶겠는가?
장한 그 아들에 그 자당이라
대의 위해 의롭게 죽는 게 효도하는 것이라며
목숨 구걸하지 말라 일렀네

살아생전 누항에 머물다가
죽어 혈육마저 눈발처럼 뿔뿔이 흩어졌으니
모자는 눈이나 제대로 감았겠는가?
또 어느 누가 나라 위해 몸 바치려 할까?

단장의 애통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거를 이룬 하얼빈역에 어둠이 내리니
공이 자주 찾은 조린공원마저 길손을 막고
거사 전 실사한 제홍교엔 눈발만 흩날리는구나!

2017. 12. 25. 19:21
눈발 흩날리는 하얼빈역에서
雲靜 草稿

멀리서 바라본 하얼빈 역사를 줌으로 당겨 찍은 전경. 멀리서 바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하얼빈역 플랫폼. 안 의사께서 거사하신 지점은 오른쪽 편(11번 플랫폼)에 있는데, 내가 찾아간 시기(2017. 12. 12~26)에는 하얼빈역 측에서 접근을 못하게 막아 놓고 있어 멀리서 사진조차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
하얼빈 역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안의사 기념관 내 안의사 흉상. 누가 바쳤는지 알 수 없는 국화 두 다발이 숙연함을 더해준다.
안 의사께서 의거 전에 하얼빈 역 내의 구조를 살폈던 제홍교의 당시 모습. 내가 갔을 때는 이 일대가 공사중에 통행금지가 돼 있어서 찾아가볼 수가 없었다. 아쉽고도 아쉬웠다.
안 의사께서 거사 전 잠시 머물렀던 동포 김성백(당시 하얼빈한민회 회장) 선생 댁에서 자주 산보 삼아 들렀다던 조린공원 마저 이날 따라 마침 개보수 공사중이어서 출입이 금지됐다.
겨울왕국이여! 겨울왕국이여! 내 이제 언제 다시 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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