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중국관광객에 ‘구애’, 반응은 싸늘
서상문(고려대학교 연구교수)
롯데그룹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 가운데 대표적인 기업이다. 중국 사업을 본격화한 2009년 이래 중국에 진출한 계열사가 19개로 늘어나 있고, 2014년까지 누적 매출이 14조원이었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한국정부의 사드 배치결정을 철회시킬 압박의 수단으로 ‘한국여행 금지령’ 실시에 이어 시행한 제재의 직격탄을 맞아 롯데백화점과 면세점의 매출이 수직 하락해 지금은 영업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롯데의 신음소리가 지속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대응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롯데 그룹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이번에 눈길을 끄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롯데의 신동빈(62) 회장이 지난 3월 24일 발간된 미국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의 사업 의지와 소회를 밝혔다. 동시에 임시 대응책의 하나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여행객에게 ‘구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신 회장은 “나는 중국을 사랑한다. 중국은 내 조상의 고토이기도 하다.
롯데는 앞으로도 중국에서 계속 사업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중국은 롯데가 지금까지 50억 달러(한화 약 6조원)를 투자하고 2만5,000명의 직원을 고용하며, 그룹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취한 중국내 롯데마트 매장에 대한 영업정지에 대해서는 “일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정부가 민간 기업에 땅을 포기하라고 했는데, 롯데는 민간 기업 신분으로 정부의 토지교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중국을 방문해 갈등을 풀려고 했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출국금지를 당해 (해결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장은 이 난관을 헤쳐 나갈 방법이 없다고 시인한 신동빈 회장은 5월 9일 당선될 차기 한국 대통령이 한중 간 긴장 국면을 풀어주고, 롯데의 중국 사업에 걸림돌인 장애물을 제거해줄 수 있기를 희망할 뿐이다. 이외에 롯데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는 비록 비상 상황이지만, 향후 롯데는 중국에 계속해서 투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롯데 그룹의 동선 가운데 눈에 띄는 두 가지가 이뤄졌다. 하나는 ‘원 롯데 원 리더’ 시대를 맞은 롯데가 그룹차원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롯데 창업주인 신격호(96세) 총괄회장의 퇴임 결의를 통과시켜 신동빈 회장 체제로 가는듯한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롯데 백화점이 서울 명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세븐일레븐 편의점 등 중국 여행객들이 비교적 많이 찾는 상권의 도처에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리겠습니다”(因爲理解 所以等待)라는 중국어로 된 포스터를 붙인 것이다. 명동 일대뿐만이 아니라 잠실의 롯데백화점 정문 입구, 고객 휴게실, 실내복도, 에스컬레이터 등지에도 같은 중국어 포스터가 나붙었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한중 양국 간 대립이 빨리 없어지고, 과거의 우호적인 관계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것”이었다. “롯데가 이번 조치를 중국과 중국 여행객들에게 보여줘 한중관계가 속히 회복되는 동시에 중국 여행객들이 롯데를 외면하지 말아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는 것”이었다.
롯데의 이러한 조치는 즉각『환구닷컴』등 중국의 언론에 “롯데가 한국에 간 중국 여행객들에게 ‘구애’ :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리겠습니다”(樂天向赴韓中國游客“求愛”: 因爲理解 所以等待)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롯데그룹의 이러한 조치에 아직까지는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반응은 없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가 있었던 점을 의식해 원론적인 입장으로 일관해오고 있다. “우리는 중국 측의 이익을 무시한 한국 측의 (미국과의) 일방적인 사드배치 추진에 대해 결연한 반대와 깊은 유감을 나타내는 바”라면서 “중국은 외국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사업이 번창하기를 바라며, 외국기업의 중국내 합법적 권익을 존중하고 보호”함과 동시에 “관련 기업의 중국내 경영활동은 반드시 관련 법규를 지켜야 한다. 외국기업의 중국내 성공 여부는 중국시장과 중국 소비자로부터 결정 된다”고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 언론매체의 보도는 3월 26일 한국의『아주경제』가 벼랑 끝에 몰린 한국 롯데그룹이 최근 중국에 ‘구애’의 손짓을 하면서 중국 여행객들의 마음을 돌리려 한다는 논조로 보도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계속해서 “한국 언론은 또 중국 롯데마트의 매장 중 절반 이상이 ‘강제 영업정지’를 당해 자본 사정이 좋지 않다고 보도했다”고 소개하면서 “3월 24일, 한국 롯데그룹은 현재 중국 롯데의 전면적 영업마비 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이에 대한 긴급 자금으로 한화 3,600억원(인민폐 약 22.19억 위안)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롯데마트는 현지 법인대표를 모두 중국인으로 교체해 현지화 전략을 펼 것”이라고 했다.
또 “중국의 ‘반한, 반롯데’ 정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이 번번이 막혀,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도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접 나서기로 했다”고 한국 언론이 보도한 것을 소개했다.
이 보도를 접한 중국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지 않았다. 중국내 네티즌의 반응도 시큰둥하거나 비아냥거림이 대부분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이번 중국어 포스터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리겠습니다”라는 롯데 그룹의 ‘구애’ 문구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은 비아냥과 조롱 일색이었다. 이들이 보인 일부 반응들이 일반 중국인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정서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예컨대 “아주 귀싸대기 한 대 맞을 걸, 두 대 맞을 짓을 하는구나! 우리를 무슨 바보로 아나?! 아주 병 주고 약주고 하네! 교활한 것들!”, “롯데는 그냥 한국 기업인 줄 알았는데, 신동빈 롯데일가의 내력을 보니 반왜놈(半個日寇)이더구만! 일본에서는 일본인 흉내 내고, 한국에서는 한국인 흉내 내고, 이제는 자기들 조상이 중국에서 왔다(23일 WSJ과의 인터뷰에서)고 중국인 코스프레 하네! 역시 간교한 일본인 피는 못 속여!”라는 비난 댓글이 올라왔다.
또한 “한국 민간기업인 롯데가 한국정부의 입장을 이해해 사드부지를 제공한 것처럼, 우리도 중국인으로서 중국의 국가이익을 중시해서 당신네(롯데) 제품이 싫어 불매할 뿐이다. 우리도 우리의 입장이 있다. 만약 한국 내 사드배치가 철회되면 롯데에 돌아갈지 말지를 고려해 보겠지만, 그 전에는 어림도 없다, 꿈 깨라!”라는 식으로 사드배치의 철회를 조건으로 롯데에 대한 제재철회를 주장하는 반응도 있었다.
롯데그룹이 과연 중국의 이러한 제재와 반응에 직면해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은 국내여론에 따라 움직이는 권력이 아니라 막후에서 중공과 언론을 움직여 중국인을 움직이는 체제인 이상, 민간인 네티즌들의 반응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까지는 없다. 또 중국정부가 사드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롯데에 대한 제재를 당분간 풀지 않을 것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위 글은 2017년 3월 29일자『오마이뉴스』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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