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무는 황혼녘에 올리는 기도
해마다 한 해의 마지막 해가 지는 걸 볼 때마다 경건함과 성스러움을 느낍니다. 인간존재의 나약함과 자연이 지닌 초월적 포용력의 대비도 갈마들듯 다가옵니다.
이 해도 경건함과 성스러운 아우라(aura)에 쌓여 그대와 함께 꿈을 꾸고 희망을 풀무질하면서 태양을 향해 두 팔을 벌릴 수 있어 기뻤습니다.
꿈과 희망이 바라는대로 이뤄지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삶이란 끝이나 결과가 아니라 시작과 과정과 함(doing, 作爲)에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살이에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기 마련입니다. 잃는 게 있는가하면 얻는 것도 있는 게 인생입니다. 낙담도 있었고, 좌절도 있었지만 고빗사위 때마다 늘 그대가 함께 해줘 원초적 에너지가 됐습니다.
부족한 나를 그대의 친구나 지인이 되게 해줘 고마웠습니다. 여물지 못한 나의 덕성을 감싸 안아준 그대가 있었기에 이 해도 따뜻했습니다.
사람 사는 온기와 함께 格物致知의 정서를 그대와 함께 공유할 수 있어 언제나처럼 삶과 존재의 의미를 되새김질 하게 해준 한 해였습니다.
말 없이 지켜봐준 그대의 따스한 눈길과 온유함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내 마음에 스며든 그 따스함과 온유함은 새해에도 기억할 겁니다.
장엄하게 솟아 오를 丙申年 새해에도 변함 없이 그대와 함께 하겠습니다. 가없이 소중한 인연의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그대에게 신의 가호가 멈추지 않기를 두 손 모아 축원합니다.
건강하소서!
自足하소서!
明察하소서!
평안하소서!
행복하소서!
2015. 12. 25. 17:11
구파발 寓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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