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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와 포항시의 相生的 협력발전 방향 연구

雲靜, 仰天 2015. 1. 13. 15:13

해병대와 포항시의 相生的 협력발전 방향 연구

 

서상문(해군 발전자문위원)

 

차 례

       

  시작하는 말

  Ⅰ. 주인의식의 공유와 지역발전의 주체자로

      1. 인식의 전환과 주인의식의 공유 : ‘손님’에서 ‘주인’으로

      2. 해병대, 지역발전의 조력자에서 주체자로

   Ⅱ. 민군협력관계의 相補的, 相生的 강화

      1. 군의 역할과 ‘민군협력관계’

      2. 민군협력관계의 쌍방성과 갈등해소 방식 

    Ⅲ. ‘21세기형 도시’를 향한 共進

      1. ‘21세기형 도시’의 정의

      2. 해병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마치는 말 : 결론에 대신해서

 

 

시작하는 말

 

해병대와 포항의 관계는 비유컨대 새와 둥지의 관계와 유사하다. 새와 둥지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듯이 해병대와 포항도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그런데 해병대는 포항이라는 둥지에 언제까지 있을까? 또 유사시 둥지를 한 번 날아가면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까? 지금까지 평시 해병대는 포항과 어떤 관계였으며, 향후 어떤 관계여야만 바람직할까?

 

이러한 의문들이 본 연구를 착수하게 된 동기다. 이 같은 취지에서 본고의 목적은 향후 해병대와 포항지역 간의 상생적 관계의 대체적인 ‘방향’과 몇 가지 방안들을 제시하는데 있다. 이에 관한 상세한 논의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의식을 축으로 전개될 것이다.

  

첫째, 해병대가 포항에 주둔한 이래 반세기 이상 국방, 군사, 안보는 물론, 경제, 교육, 문화 및 대민봉사에서 남 다른 공헌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해병대 구성원은 물론, 포항인들에게도 포항의 ‘손님’이나 ‘친구’ 그리고 지역발전의 ‘조력자’나 ‘협력자’로 인식돼 왔다. 요컨대 언젠가는 포항을 떠날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해병대를 ‘떠날 존재’에서 ‘남을 존재’로 만들고, 포항의 ‘손님’이나 ‘친구’에서 ‘주인’ 혹은 ‘가족’이 돼 포항이 해병대에게 삶의 둥지이자 삶의 터전이 되게 할 수 있을까? 또 지역발전의 ‘조력자’, ‘협력자’에서 ‘당사자’, ‘주체자’가 되게 할 수 없을까? 이것이 첫 번째 문제의식이다.

  

둘째, 향후 민군협력의 당위성이라는 면에서 해병대가 포항시민의 구성원, 즉 ‘가족’으로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지역발전을 위해 공헌할 부분을 다 같이 생각해보고자 한다. 여기에는 여러 의문들이 내포돼 있다. 포항시민, 포항시와 해병대가 다 같이 국가의 구성원, 즉 국민의 일원인 민․관․군으로서 국가안보는 물론, 지역안보와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그리고 협력 방식 면에서 어떻게 하면 협력관계의 쌍방성을 강화할 수 있을까? 또 민군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미래 해병대와 포항시의 쌍방 관계는 어떠해야 하며, 두 주체가 협력해서 만들어갈 일은 어떤 게 있을까? 이것이 본고의 두 번째 문제의식이다.

  

셋째, 지금 우리가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야 할 포항은 어떤 도시가 돼야 하는가? 이 물음은 본고의 주제가 ‘해병대와 포항시의 相生的 협력발전 방향 연구’인 이상 먼저 무엇을 위해 두 주체가 ‘相生的 협력’을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선결 명제를 명징하게 하는 의미를 지닌다. 답은 ‘시민이 행복한 도시’로 나아가게 하는 것인데, 필자는 이런 도시를 ‘인간과 자연의 공존’, ‘인간과 인간의 공존’, ‘자연과 자연의 공존’ 그리고 다수의 시민이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도시로 비전화 했다.

 

본 연구에서 이러한 도시를 포항의 미래상인 ‘21세기형 도시’로 개념화 했다. ‘21세기형 도시’로 나아가게 하려면 해병대와 포항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해병대가 예전 포스코 건설 이전 시기처럼 경제적 공헌도를 높이고, 지금까지 해오는 대민 봉사를 통한 사회문화적 기여도가 포항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지역사회가 해병대에게 지원을 활성화함으로써 상호인식과 상생의존도를 좀 더 농밀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것이 본고의 세 번째 문제의식이다.

  

위 세 가지 문제의식을 서술의 축으로 본론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소개될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해병대와 포항시의 협력방향, 문제 환기 그리고 원론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하는데 치중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주어진 시간과 자료의 제한으로 원론적인 비전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사회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데다가 각론으로 제시한 구체적인 실현 방안들에 대해서도 해병대와 포항지역사회의 현실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 검증을 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흠결은 차후 관련 참고자료들의 다변화, 개념의 정합성과 그 적용의 精緻性, 현장검증(Field work) 등의 보완 과제를 남기게 됨을 의미한다.  

 

Ⅰ. 주인의식의 공유와 지역발전의 주체자로

 

1. 인식의 전환과 주인의식의 공유 : ‘손님’에서 ‘주인’으로

 

어느 지역이든 토박이들만 살고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객지인만 모여 사는 곳도 드물다. 현지인과 외지인들이 뒤섞여 살아가는 게 보통이다. 전자에게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토박이 관념이 남아 있고, 후자에게는 오랫동안 객이라는 의식이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토박이는 주인의식이 강하고, 외지인은 타향의식, 객지의식이 없지 않을 것이다. 외지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지역민에 동화되거나 지역민이 돼가는 과정을 밟는다. 포항지역 역시 예외일 수 없고,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를 포항과 해병대의 관계에도 적용해불 수 있다. 1970년 4월 포스코가 착공되기 전 포항은 인구 10만 명도 되지 않은 작고 한산한 어항에 불과했다. 그리고 주민들도 대부분 이 지역에서 나고 자라난 토박이들이었다. 외지인이라고 해봐야 포항 인근지역에서 왔거나 혹은 6․25전쟁 뒤 멀리 북쪽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었다.

  

그러나 포스코가 건설되면서 인근의 외지가 아닌 먼 외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포항으로 유입돼오기 전에는 유일한 외지인 집단이 해병대였다. 실제로 선주민인 포항 ‘토박이’들에게 해병대 군인들은 분명 ‘외지인’이었다. 즉 해병 제1사단이 1959년 2월 28일 경기도 금촌에서 육군 제1사단에게 전방 임무를 넘겨주고 3월 12일 포항으로 이전해와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포스코 직원들도 대다수가 외지인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주역 가운데 하나인 포스코는 국가적 차원의 발전은 물론, 포항지역 발전에 미친 영향이 중추적이고 워낙 거대해서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인구 증가, 산업화, 경제성장, 세수증대, 교육, 문화, 주거시설 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반면, 부정적인 면에서는 환경오염, 해양생태계 교란, 교통 및 도시발전 저해 등이 꼽힐 수 있다.

  

어쨌든 한국인들에게 ‘포스코’하면 제철산업과 포항이 연상될 정도다. 반면 해병대는 이에 대비되는 면이 없지 않는데, 포스코와 포항지역사회 동화의 정체성과 밀접성의 정도가 차이나는 것이다. 겉으로 형성돼 있는 포항 관련 정체성만큼 두 존재는 실제로 지역사회에 밀착돼 있는 착근성이 비대칭적인 것이다. 포스코로 발령돼 온 직원들은 오랫동안 포항지역의 인구면에서, 경제면에서 공히 비중이 높아 정체성은 온전히 포항시민이거나 거의 포항시민이 된 상태다. 그러나 광양제철이 건설된 이래 포스코의 기구 일부가 광양과 서울로 분산되면서부터는 포스코=포항이라는 등식의 이미지는 약화돼가고 있다.

  

이에 반해 포항주둔 해병대는 포스코처럼 포항지역 사회에서 차지하는 인구수 및 경제의 비중, 그리고 포항인으로서의 정체성은 높지 않은 듯이 보인다. 그들은 얼마만큼이나 자신이 포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필자는 평소 기회가 될 때 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포항 주둔 해병대 병사들에게 포항에 대한 정체성과 관련된 질문(“포항을 고향으로 생각하는가?”, “전역 후 포항에서 살고 싶지 않느냐?” 등등)을 해본 바 있는데, 아쉽게도 수십 명 중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모두 전역하면 포항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물론 포항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포항시민으로 사는 약 1,900명(가족들까지 더하면 대략 4,000명) 정도의 영외 거주 간부들은 사정이 많이 다를 것이다. 이와 관련해 차제에 해병대 구성원들의 정체성에 대해 전문적으로 조사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어쨌든 해병대가 포항에 주둔하고 이미 반세기 이상이 지났지만 지역민들에게나, 해병대원 자신들에게나 모두 해병대는 언젠가는 ‘포항을 떠날 존재’라는 생각이 잠재돼 있는 듯하다. 군대의 이미지는 사회구성원들의 군대에 대한 총체적, 추상적, 개괄적 인식과 평가인데, 그것은 세 가지 차원에서 형성된다.

 

즉 가장 아래 차원은 군인 개인 차원이고, 중간은 부대이미지이며, 가장 높은 차원은 군대이미지다. 해병대가 포항을 떠날 것이라는 인식 혹은 단정은 맨 아래와 중간의 생각과 임무에 대한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실제로 포항 주둔 해병대가 평시에 훈련 차 1년 중 수개월을 외지로 나갔다가 돌아오며, 전시에는 이곳을 떠나 적진에 투입될 뿐만 아니라 병사들도 전역 후에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당 부분 현실에 근거한다.

  

요컨대 해병대 병사들에게 포항은 이 지역에 주둔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곳을 떠날 존재이기 때문에 온전히 뿌리박은 삶의 터전이 아닌 ‘타향’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국외여행 중 어떤 지역사회의 사교모임에 초대돼 가서 현지인들과 담소하고 대화를 나누지만 자신은 그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관계망에 들어가지 못할 때 느끼게 되는 기분과 유사하다. 외양적 이미지와 달리 착근성이 떨어지고 포항이 해병대의 母基地 역할 그 이상이 아니기 때문에 반 쯤 허공에 떠 있는 셈이다.

  

포항시민들에게 의식적이든, 잠재의식에서든 해병대가 ‘외지인’집단이고 그 구성원들에 대해 ‘포항사람’이 아니라 ‘손님’으로 생각해왔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단적으로 오랫동안『浦項市史』에 해병대가 전혀 언급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포항시 승격 50주년을 기념해 포항시가 1999년 12월에 간행한『浦項市史』에 지역 군사라는 장을 마련해 해병대의 주둔 역사와 현황을 언급할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건만 해병대에 대한 언급이 전무했다. 이로부터 또 다시 10년이 지나 시 승격 60주년을 기념해 2010년에 권수를 늘려 발간된『浦項市史』에도 해병대의 존재는 여전히 누락돼 있다.

  

이러한 의식의 연장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해병대를 ‘포항의 영원한 친구’로 묘사한 전임 포항시장도 있다. 그는 해병대의 포항주둔이 포항을 해병대도시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게 만듦과 동시에 지역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해병대를 “포스코가 설립되기 이전까지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포항 근대사의 주역”으로 평가하면서도 해병대를 포항사람이 아니라 ‘친구’로 인식하는데 그쳤던 것이다.

 

그렇다. 해병대는 분명 대외적으로 포항의 지명도를 높이고 지역경제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앞의 묘사대로 해병대는 지금까지 포항에 대해 스스로 친구, 즉 他者의 입장에 머물러 왔을 뿐만 아니라 포항시민들에게도 ‘포항사람’이 아닌 ‘객’이나 ‘친구’로 인식돼왔던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손님이나 친구는 아무리 가까워도 자신이 아닌 他者다. 손님과 친구는 인간관계에서 친밀한 사이를 나타내는 긍정적인 것이긴 하지만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고향의식과 정체성은 상대적으로 엷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해병대 구성원들에게 내재돼 있는 ‘他者’의식은 포항을 전향적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추진력이 담보되지 못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고, 고향에 대한 뿌리의식과 애향심도 포항시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게 만들 수 있다. 인간의 인식 속에 언어적 魔性에 의해 ‘객’은 떠나는 존재로 각인돼 있는데, 남지 않고 떠나간다는 이미지다. ‘주인’은 떠나지 않고 남는 존재로 이미지화 돼 있다.

  

그런데 크게 보면 사람의 일생에서 떠나지 않는 존재가 어디 있는가? 만물이 조건의 假合으로 모양을 이루고 생명으로 나투고 있지만 그것은 모두 일시적인 것이다. 고정불변의 영원한 실체가 없이 成住壞空, 生住異滅을 반복하듯이 영원한 주인도 없고, 영원한 손님도 없다. 이 점에서 우리는 포항시민과 해병대 구성원의 정체성이 일치될 가능성과 근거를 찾게 된다. 따라서 해병대 구성원들은 포항을 잠시 머물다 갈 ‘객지’로 생각해온 기존의 인식과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포항지역 구성원으로서의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또한 후술하겠지만, 포항시민도 ‘민군협력관계’의 중요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지금부터는 해병대를 손님이 아니라 주인으로, 친구에서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 마음가짐을 달리 하고 이들이 지역공동체의 가족이라는 인식을 새로이 해야 한다. 즉 해병대와 포항이 각각 다른 게 아니라 하나이면서 그 기능과 역할 면에서만 다른 관계임을 인식하고 이를 발전, 심화시켜 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두 존재는 서로가 서로를 자신 안에 포섭되게 하면서 전체를 이루는 相補的, 相生的 통일체인 것이다. 해병대가 포항의 가족이 되면 포항의 발전에 더 많은 힘이 실릴 수 있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동력이 약화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해병대=포항이라는 등위성을 높일 수 있을까? 이를 실현시킬 구체적인 방안들을 고안해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인적 측면에서 포항시와 해병대 측이 MOU를 맺어 제대군인들에게 포항거주를 조건으로 재취업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부사관 채용 시 일정 부분의 할당량을 정해 포항거주 해병대 출신에게 재복무 기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할만 하다. 즉 제대군인의 포항 정착 요인들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현재 포항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 해병대원들은 약 1,900명에 이르는데, 포특사(포항특정경비지역사령부=사단+교육단+제6항공전단+군수단) 전체 병력수의 약 6분의 1에 해당한다. 부대별로는 사단본부와 예하 부대원이 1,170여명이고, 제1사단 이외 교육단, 제6항공전단, 군수단 소속 간부들 중 약 600여 명의 영외 거주자들이 있다. 앞으로 포항시 주민등록자가 더 증가되기를 기대해본다.

 

또 멀지 않아 해병대에 헬기부대가 배치된다면 이에 필요한 해병대 전체 병력이 더 증강되기를 희망하는데, 이로 인해 포항지역에도 일자리가 더 늘어나기를 기대해본다.

  

2. 해병대, 지역발전의 조력자에서 주체자로

 

해병 제1사단은 국가의 안위,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핵심 임무로 한 군대의 국방임무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록 포항이라는 후방지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국가전략기동부대’로서 다른 타군이 하지 못하는 특수한 임무를 띠고 전방 부대 못지않게 막중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여기에는 크게 해병 제1사단이 대북 군사력에 대한 전략적 억제력의 한 축을 이루면서 고도의 전투력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교육훈련을 통한 강군 육성, 군 인재배양이 있다. 해병대가 포항지역에 주둔하면서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은 포항지역과 시민들의 안전도 보장 받고 있다는 의미와 같다.

  

안전에는 군사적 안전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위험에 대한 예방, 제어, 보호, 사후 수습 등도 포함된다. 따라서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면 지역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 현대사회에서 안전은 사회발전의 기초이자 최후의 가치다. 그런 점에서 포항의 해병대는 지역발전의 가장 중요한 주체가 돼 왔다고 볼 수 있다. 지역의 발전은 역내 어떤 단독 혹은 소수의 구성원들에 의해서만 이뤄지지는 않는 법이다. 발전은 해당 지역내 다종다양한 단체와 주체들이 행하는 계획적 노력과 호응 및 지지, 성원이 결합돼 나타나는 노력들의 총합이다. 시정기관의 지역발전을 위한 행정적, 재정적 노력이 아무리 짜임새 있고 합리성을 띤 것이라고 해도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뒷받침이 따르지 않으면 성공이 보장되기 쉽지 않다.

  

또한 현실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단체와 개인의 영향력이 다르듯이 단체와 주체들 간에도 직능별, 규모, 영향 등 면에서 주와 종이 존재한다. 포항지역의 구성원들 가운데 지역발전을 이끌 주체로서 맨 앞자리에 있는 것은 포항시민이라는 사실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이외에 주요 주체로서는 시정기관, 군으로서의 해병대 그리고 대기업으로서 지역사회의 경제적 근간이 돼온 포스코를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해병대는 전체 포항지역 경제에 대한 재정적 기여도와 그 규모 면에서 주요 구성원이기는 하지만, 기여도의 상대적 크기가 작다는 점에서, 그리고 시정 행위의 개입 정도 면에서 조력자의 위치에 있어왔다.

  

혹자는 상기 주장에 대해 반박할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포스코가 포항에 건설되기 전까지 사실상 이 지역은 수산업과 농업이 주된 수입원이었는데, 사단 규모의 해병대가 포항에 주둔하게 됨에 따라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된 병사와 간부들의 급료가 시중에 풀려 현금이 돌기 시작함으로써 지역경제의 주역이 되지 않았냐고 할 것이다.

 

그렇다.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상 1만2,000명의 해병대 및 해군(포항 주둔) 구성원들은 매달 급료를 받고 이 중에 상당부분이 조세(직접세, 간접세, 지방소득세 등)납부, 용역, 거주, 외출, 외박 등의 형태로 소비되고 있는데, 그 액수가 상당하다. 이것이 기초가 돼 지역에서 직접효과 뿐만 아니라 생산유발효과, 부가가치유발효과 및 취업유발효과 등 간접효과까지 유발시킨 사실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해병대 구성원들의 소비는 지방자체단체로 유입되는 세수를 일정 부분 확보해줬다고 볼 수 있다. 정확한 통계수치는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포스코 건설 이전까지는 해병대가 포항지역의 경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지금도 해병대는 여전히 경제적으로 일정 부분 공헌해오고 있지만 포항지역의 경제규모가 외형적으로 워낙 커지다 보니 예전 포스코가 건설되기 이전 시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게 보일 뿐이다. 어찌 됐든 포항 주둔 해병대가 한 때 종합제철공장이 포항에 착공되기 시작한 1970년 이전까지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사실은 역사적으로 주목 받아야 마땅하다.

  

게다가 1959년 3월 포항에 정착한 이래 이곳을 작전과 훈련의 모기지로 삼아 지금까지 해병대는 경제 분야 못지않게 교육, 문화 분야에서도 지역사회 발전에 상당 부분 공헌해오면서 지역사회에 여러 가지 면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떤 사물과 사안이든 음양의 통일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좋은 점이 있으면 좋지 않는 점도 있듯이 해병대가 포항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에도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있을 것이다.

 

이 양면은 엄밀한 학술적 검증을 거쳐야만 구체적인 성분비가 나올 것이다. 이러한 검증 작업을 거치지 않은 현재로선 단정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직관력에 의지하면 긍정의 무게가 부정의 무게를 압도할 것이며, 공헌과 폐해에 대한 손익계산에서 전자가 후자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즉 주둔지인 오천, 청림 등지 주민들이 훈련으로 인해 겪은 생활상의 불편, 재산상의 피해 그리고 기지가 오천지역의 중간에 위치해 있음으로써 초래된 도시발전의 지체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은 국가안보와 지역의 안전보장, 경제적 공헌, 지속적으로 행해오고 있는 대민봉사라는 긍정적인 면을 앞지를 수 없으리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병대는 시종일관 포항지역 발전의 주체자가 아니라 조력자로 비춰지고 인식돼 왔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물론 포스코가 들어오고 난 뒤로 정부와 포항지역의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해병대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저하됐기 때문에 결국 조력자의 위치에 그대로 머물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해병대가 명실상부한 지역발전의 조력자에서 주체자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한 선결조건으로서 먼저 행위자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즉 앞 장에서 언급했듯이 ‘객’이 아닌 ‘주인’, ‘친구’가 아닌 ‘가족’임을 자각하고, 동시에 포항시도 그렇게 인식되도록 행정적 지원을 할 때에 비로소 그들이 조력자에서 주체자로 바뀌는 것이다. 포항의 주인이자 이 지역발전의 주체자가 되면 해병대가 해야 할 임무와 역할은 다양하다. 여기서는 우선 민․관․군의 한 축으로서 공적 임무에 대해 거론하고 사적 영역에 걸친 비전 차원의 역할에 관한 논의는 제3장에서 할 것이다.

  

해병대는 크게 정부운영에도 보조를 맞추는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정부의 시정목표와 공통되는 과제들을 수행해야 한다. 요즘은 주지하다시피 정부운영에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고 있다. 그래서 정부의 운영방향이 ‘정부중심’에서 ‘국민중심’(정부2.0)으로, 또 ‘국민중심’에서 ‘국민 개개인중심’(정부3.0)으로 전이하고 있다. ‘국민중심’ 운영이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정책목표였다면, ‘정부 3.0’의 ‘국민 개개인중심’은 국민 개개인의 필요에 대한 맞춤형 운영으로서 내용이 구체적이다.

 

즉 공공정보를 국민에 적극적으로 개방, 공유하며 정부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 상호간에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핵심가치는 공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인데, 그 방식은 시민들의 민주적 참여, 관 주도 동원방식 탈피, 각종 정보의 능동적 공개와 참여, 개방, 공유, 협력 등이다.

  

상기 가치와 목표는 하부 지방행정 차원에서도 부합되는 것이다. 예컨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창조도시’ 건설을 내세운 포항시의 시정 목표와 일치한다. 이를 위해 민관의 상호 협력과 융합, 네트워킹을 통한 현안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시너지효과를 내겠다고 한다. 또한 포항시가 중시하는 ‘유기적인 협력’은 시청 각 부처 간 뿐만이 아니라 지역 국회의원과 경상북도 도청, 중앙부처, 시의회, 도의회 등과도 긴밀한 협조를 통해 지역발전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포항시의 중점과제는 3개 분야 35개 과제가 선정돼 있다.

 

이 가운데 현 상황에서 비전 차원이 아니라 그 하부 차원의 수행지표 면에서 해병대의 목표와 일치하면서 포항시와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대략 관내 남․북구 보건소가 시행해오고 있는 보건사업 자원봉사단 운영, 주민복지과의 민ㆍ관협력 주택 고쳐주기, 건강위생과의 민ㆍ관협력 고품질 심폐소생술 보급 등이다. 두 주체가 상호 보완적으로 공동 추진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고 궁극적으로 시민에게 돌아가는 수혜의 폭과 질이 좋아지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해병대가 바로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하고 주체자가 되는 표증인 것이다.

  

이러한 민군협력은 근년 세계적으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민과 군이 상호 협력을 강화해가는 시대적 추세에 부합하는 일이다. 여기서 우리는 민군협력의 개념과 그 필요성에 관한 자세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장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Ⅱ. 민군협력관계의 相補的, 相生的 강화

 

1. 군의 역할과 ‘민군협력관계’

 

국가는 영토와 그 내부 구성원들의 행위를 체계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물리력의 강압을 행사하고,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군사력을 독점한 정치공동체다. 근대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가 내린 고전적인 정의다. 정치공동체인 국가를 지탱해주는 것은 국가로부터 무력행사권이 합법적으로 부여된 군인이다. 그리고 군인의 궁극적인 역할과 책임은 국가의 방위에 있다. 국가가 군대에 막대한 인력, 예산과 물자를 제공하는 이유도 외부의 침략이나 간섭 또는 강제나 강압으로부터 군이 영토, 국민의 재산과 기본적 가치 그리고 고유한 생활방식을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 개념으로부터 군인과 군인의 직업적 책임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성의 정의가 도출되며, 군대와 군인들의 역할, 책임, 특성, 고유성, 임무, 의무, 가치 및 규범이 생겨난다. 군대는 군의 존재이유, 군에 대한 사회의 기대와 특별한 신뢰 등을 바탕으로 강력하면서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으며, 합당한 목표를 지향하고 도덕적인 동기를 갖고 있는 전문 직업으로서 정치공동체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조직이다.

 

평이하게 정의해서 한 마디로 군인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국가방위는 물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이다. 국민의 생명과 밀접하게 관련된 군인이기에 먼저 자신의 삶, 목숨에 대한 태도를 결정짓는 이른바 사생관이 전제돼 있으며, 현역으로 근무하는 한 私的 이익이나 영역을 최소화 하고, 公的 이익이나 영역을 최대화 하는 삶을 살도록 유도되고 제도화 돼 있다.

  

육․해․공 3군과 함께 한국군의 전력을 구성하는 주요 군사력 가운데 하나인 해병대도 국가방위,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및 안전을 책임지는 임무를 공유하고 있다. 국가방위의 첨병으로서 해병대는 상륙작전이 주 임무이며, 임무수행에 필요한 교육 훈련을 행하면서 전시와 평시를 포함해 전쟁억제 기여, 적의 전략적, 작전적 중심타격, 전구의 작전적 예비임무 수행, 책임지역 및 전략도서 방어, 기타 국익증진 및 국가정책 지원, 건전한 민주시민 육성 등의 주요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

  

해병대는 소수 정예의 국가전략기동부대로서 평시에는 위기관리 신속대응부대로 기능하고, 전시에는 결정적 임무수행부대로 운용하게 돼 있다. 포항에 제1상륙사단을 주둔시킨 이유도 이곳이 지닌 교통의 편리성이 뛰어나서 ‘국가전략기동부대’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전시 적지 상륙작전을 수행하는데 가장 적합한 입지조건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병 제1사단의 임무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한반도 어디에서나 조국수호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며, 지역 안보 차원에서 포항지역의 방어도 이에 포함된다.

  

국가방위 임무는 군이 주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군대의 역할만으로 충분한 건 아니다. 시민들의 범국민적 협조, 지지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국가방위란 군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을 포함한 국민 모두의 동참과 협조가 있어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재삼 강조하고자 한다.

 

지역 수준의 지역방위도 해당 부대의 주둔 지역주민을 포함한 군․관․민 모두가 동참해야만 효과가 극대화 된다. 민군관계를 포함해 군대 역할 분야의 선구적 연구자인 사무엘 헌팅턴(S. P. Huntington)은 “민군관계는 현대국가에서 국가안보와 국가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민군 협력관계는 국가안보와 한반도 유사시 전쟁 승리에 절대적으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시대적 요청에도 부응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군과 민간조직의 관계가 밀접해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군과 민이 다양한 형태로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추세에 있다.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군은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국민지지를 담보하기 위해 군은 전시엔 적과 싸워서 이기는 데에 전력을 기울이고, 군사적 역할(military role)을 강조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의 준전시 혹은 평시엔 국방경비, 지역치안과 안전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

 

게다가 늘어나는 민군협력의 수요에 부응해 기존에 행해오고 있는 민생, 구급의료지원, 구조 등의 대민지원, 자연보호 및 생태 환경관리, 도시미화, 산불, 홍수, 화재 등의 방재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일본 자위대처럼 기존 대민활동의 범위를 넘어 흉악범 검거, 독거노인 방문 및 보살핌과 의료도 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해 가동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군과 군 주둔지역 민의 관계로 주제를 옮기면 양자의 관계는 간명하게 물과 물고기와 같은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양자의 관계가 어떤가에 따라 해당 지역이 소생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한다. 그 예들 가운데 국내에는 포항, 동두천, 의정부 등지를 들 수 있으며, 국외로는 미국의 샌디에이고(San Diego), 독일의 헤센(Hessen), 필리핀의 수빅만(Subic bay) 등 다양한 경우를 살펴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성공과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서 각기 샌디에이고와 독일 에센을 살펴본 뒤에 포항지역 해병대의 민군협력관계에 대해 거론하겠다.

  

먼저 군과 지역 도시들이 긴밀하게 협력한 모범 사례로 꼽히는 미국의 샌디에이고는 ‘미국에서 군사력이 가장 집중돼 있는 지역’으로서 태평양을 끼고 있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주로 해군과 해병대가 주를 이룬다. ‘태평양함대’의 모항으로 두 척의 항공모함(니미츠호와 로널드 레이건호)을 비롯해 50여 척의 각종 전함, 400여대의 전투기와 항공기 그리고 7척의 최첨단 잠수함이 배치돼 있다.

 

이곳에는 북으로 오션사이드(Oceanside)에서부터 남으로 임페리얼 비치(Imperial beach)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군사기지와 군사 시설물들이 운영되고 있다. 군항으로서 천혜의 요건을 갖춘 샌디에고 만을 중심으로 샌디에이고 카운티에 둥지를 틀고 있는 군사기지는 관광과 IT, 생명공학 산업과 더불어 전통적으로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3개의 축 중 하나다.

   

2008년 N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샌디에이고 카운티의 군사기지와 시설에 근무하는 현역군인의 수는 9만5,000여명에 달했다. 여기에 그들의 부양가족을 더하면 17만5,000명을 훌쩍 넘어선다. 카운티 인구 300만(미 연방 센서스국의 2008년 추산치는 297만4,859명) 명 가운데 5.8% 정도의 인구가 군사부문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군사기지나 시설에서 근무하는 민간인 군속의 수까지 더하면 훨씬 많은 인구가 군사부문에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대로 군이 다른 곳으로 주둔지를 옮기거나 폐쇄됨에 따라 지역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을 초래한 사례도 있는데, 독일 헤센이 이에 속한다. 헤센에서는 1990년~1995년 3만 명이던 병력이 1만 명 규모로 대폭 축소됨에 따라 군속은 5,000명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여기에 미군과 벨기에 부대의 축소도 있었다. 2012년 7월 독일은 징집제에서 모병제로 바뀜에 따라 105개의 군주둔지가 폐쇄되고, 30개 기지가 확연히 축소될 예정이며, 45개 주둔지가 재편되며, 한 개 주둔지가 새로이 만들어졌다. 부대 해체 및 축소로 인한 손실은 광범위 했다.

  

예컨대 크게 병력과 군무원의 고용 상실, 시와 부대 간의 효율적인 지역거래 변화, 대중 인프라 영향, 아파트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영향, 지방정부의 재정에 대한 영향 등을 들 수 있다. 주둔지와 군인 가족이 거주하는 아파트 지역이 없어졌으며, 아파트 수요 감소는 아파트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 주민 인구수의 감소로 지방정부의 재정상황이 나빠졌으며, 세금과 공공 서비스 부분의 요금도 축소됐다.

 

부대재편은 도시의 부가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쳤다. 월급 총액 비율은 도시 전체 보수 비율에서 1.24~3.4% 비율이었다. 특히 헤센에서 853명의 군무원 일자리가 없어졌는데, 이는 직업 창출 면에서 큰 타격이었다. 단기 군인과 직업 군인의 경우는 타도시 출신이었기 때문에 부대 폐쇄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덜했다. 사병들도 지역을 초월해서 근무했기 때문에 영향이 덜했다.

 

부대 해체 및 축소는 그 지역의 소매상들에게 악영향을 미쳤는데, 물자수요가 잠재적으로 감소됐으며, 구매가 감소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교통, 여가시설, 학교, 성인교육기관 등 제반시설이 영향을 받았다.

  

우리는 위 독일의 사례를 통해 군부대의 감소 혹은 폐쇄가 주둔 도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문제의 도시들과 같은 생활권을 유지하고 있는 주변 도시들과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 그리고 군 주둔의 영향을 크게 받는 도시의 경우 군부대의 축소 혹은 이전은 지역민들에게 중차대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경우, 군의 소비와 납세(지방세, 간접세)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혹은 효과에 대해 살펴보면 군이 주둔지역에 미치는 경제 파급효과는 대략 세 가지로 정리된다. 1. 부대건설을 위한 지역건설업체의 부대건설 수주효과, 2. 주둔 부대원과 부대의 소비효과, 3. 부대원과 가족 등 인구유입에 따른 지방재정 수입효과 등의 직접효과(direct effect or direct impact)부분과 이에 따른 2차적인 생산유발, 부가가치유발, 취업유발 등의 간접효과(indirect effect or direct impact) 부분을 꼽을 수 있다.

  

첫 번째의 부대건설 수주효과에 따른 지역경제에 미치는 군대의 직접적인 기여는 다음과 같다. 부대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사령부급의 부대가 이전될 경우 보통 수천억 원대 이상의 공사가 이루어지게 된다. 또한 지역건설업체의 의무참여비율이 정해져 있어서 지역건설업체의 수주액은 상당한 규모가 되는데 그 부가적인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두 번째의 주둔 부대원과 부대의 소비효과는 면회객을 포함한 부대원의 소비효과 부분과 주둔부대가 물자나 서비스를 지역에서 조달함에 따라 발생하는 부대의 소비효과가 대부분이다. 이 역시 부대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2,500명 정도의 간부로 구성된 부대의 경우 부대원과 부대의 연간 소비액만도 24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번째의 지방재정 수입효과는 부대원과 가족들이 군이 주둔하는 해당지역으로 유입해옴에 따라 그들이 납부하는 주민세, 지방교부세, 자동차세 및 부동산 관련 세금 등으로 인해 지방세수를 증가시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처럼 민군협력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한 우리 군도 일찍부터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양한 형태로 민과 협력해오고 있다. 해병대도 한국군의 주요 축의 하나인 이상 예외가 아니고, 지휘부 차원에서 인식을 같이 해오고 있다. 포항특정경비지역사령부의 마크 속의 황, 청, 홍 3색은 군․관․민 통합방위태세를 상징하는 것인데, 이는 해병대가 처음부터 민군협력을 중요시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국내의 예로서 포항은 군이 주둔함에 따라 지역이 변화와 발전이 수반하게 된 대표적 사례다. 즉 해병대가 포항에 주둔하고 있었기 때문에 포스코가 여러 후보지를 제치고 포항에 건설될 수 있었던 것을 말한다.

  

해병 제1사단장을 역임(사단장 재임기간 1962~64년)하고 해병대 사령관을 지낸 공정식 이사장의 회고에 따르면, 해병대가 포항으로 오게 됨에 따라 훗날 포항이 종합제철공장의 부지로 선정되는데 커다란 고려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즉 제철공장 부지로 선정되는 단계인 1960년대에는 북한 무장간첩들이 빈번하게 강원도, 경북 울진지역에까지 남파돼 왔는데 국가 기간산업인 종합제철공장이 무장공비의 공격을 받아 폭파될 것을 우려해 산업시설 보호 차원에서 해병대가 주둔하고 있는 포항이 적격이었다는 설명이다.

 

2. 민군협력관계의 쌍방성과 갈등해소 방식

 

현 정부가 신성장 동력 창출로 일자리를 만들고자 민관 협치의 강화, 협력 및 협업 지원을 위한 정부운영시스템 개선을 국정지표로 내걸고 있는 사실이 말해주듯이 요즘은 국민 중심의 서비스 정부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그런 취지에서 지자체들은 협력 가능한 모든 단체와 협력을 다각화하고 심화하는 게 정부정책에 부응하는 것이다. 협력 대상에는 민뿐만 아니라 군도 포함된다. 이 경우 민군협력의 형식이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민군협력은 군이 민에 대해 행하거나, 혹은 민이 군에 대해 행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고 쌍방이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민이 군에 협조하는 게 주된 형식이었다. 어느 일방의 일방적 협력이나 협조로는 효과가 극대화되기가 쉽지 않고,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기 힘 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민이 군의 지원이나 협력을 받을 일이 빈번해졌다. 특히 지자체의 경우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 주둔군의 협조와 지원을 받을 필요성이 많아지고 있다. 이 점은 시정을 펼치는 관과 지역민들이 새삼스레 다시 인식해야 할 사실이다.

  

그런데 군의 지역 주둔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에서건 대체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공존하는 게 사실이다. 이 땅에 국군이 창설되기 시작한 1945~46년으로부터 반세기가 훨씬 더 지나오면서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군의 지역 주둔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흘러온 경향이 있다. 향후에는 부정적 평가 일변도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균형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해병대의 포항주둔은 반영구적이다. 즉 만약 나중에 전쟁이 발발하고 그 전쟁이 끝나더라도 계속 이곳에 주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안보환경이 변화하지 않는 한 포항이 해병대가 임무를 수행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의 민군협력관계는 일시적인 게 아니다. 이 점에서 해병대와 포항시는 장기적인 협력 계획을 세워 공동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다. 민군 쌍방 간에 친밀하고 우호적인 협력이 지속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동시에 포항지역에서 지역주민과 해병대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 요컨대 민군협력도 중요하지만 갈등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갈등해소도 민군협력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포항시 전역에 환경오염, 사건사고로 인한 분쟁과 민원이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듯이 군 지휘관은 민군 관계에 갈등이 없을 수 없다는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한다. 현재 포항주둔 해병대의 경우, 훈련으로 인한 소음에 대한 민원들이 발생하고 있다. 민원은 대부분이 장기면 지역에 집중돼 있는데, 해병대는 개별 사안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선 경제적 피해를 입은 인근 주민이 민원을 제기하면 그들에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설명해주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해당 부대가 직접 할 수는 없고, 국가가 하게 돼 있기 때문에 해당 부대는 국가보상법에 따라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음을 알려주면서 청구 절차까지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향후 민군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易地思之, 즉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제를 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는 전향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오늘날 대체로 각지 지역주민들은 지역이기주의의 범람에 편승해 안보 보다 실생활의 편의를 더 우선시한다. 하지만 안보도 중요하고, 주민의 권리도 다 같이 중요하다.

 

그런데 갈등이 일어나고 조정이 쉽지 않은 이유는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 자신의 권리만이 중요하다는 이기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금씩 양보를 함으로써 다 같이 공생, 공존할 수 있는 입장, 즉 쌍방의 입장을 떠나 더 높은 차원에서 사안을 내려다 볼 필요가 있다. 지역주민들은 군이 지역안보의 범위를 넘어 국가안보의 임무와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군은 철저하게 국가 안보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다. 지역에 주둔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부대의 창설과 이전은 국가 전략의 차원에서 계획되고 추진된다.

 

해당부대의 이익과 편의 추구 혹은 국민공동의 권익에 부합하지 않는 지자체 단체장의 특정 이익과 편의를 위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군에 대한 시정 기관과 시민들의 지나친 요구는 자제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역경제에 대한 군의 기여도가 높다는 사실만으로 군이 주둔해야 한다는 이유가 담보되는 것이 아니듯이 군도 군사제한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지역발전과 주민의 주권에 대해 필요 이상의 제한을 지속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둘째, 지역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되,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정부차원에서도 군시설 통제-보호구역을 대폭 축소하고, 보호구역 지정으로 인해 토지를 본래 용도로 사용할 수 없을 경우, 토지 소유자가 국가를 상대로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정부안을 확정한 바 있다. 이러한 방안들이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강구돼야 할 것이다.

  

셋째, 특히 군 관련 사고나 사건이 발생해 지역주민이 피해를 봤을 때 보안에 저촉되지 않는 한 사건발생의 초동단계에서부터 사건, 사고를 은폐하거나 축소하지 말고 시종일관 사실대로 바로 알려 군에 대한 폐쇄성과 불신을 제거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 지원이나 보상 및 처우문제를 처리할 때 군과 정부에서도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민원이 발생했을 때 문제가 더 커지고 논란이 확산되기 십상이다. 예컨대 군부대 이전 시에 지역별로 또는 사안별로 정부 대응책이 차이가 난다면 심각한 혼란이 초래되기 때문에 상부 차원에서 통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넷째, 군이 지역사회의 일원이라는 주인의식을 갖고 국방과 안보의 첨병 및 전투력 유지라는 원래의 기본 임무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대민 접촉을 확대해야 한다. 대민접촉을 할 수 있는 매개는 군의 대외 개방과 지진, 태풍, 홍수, 해일 등의 천재와 각종 사고시의 재난이다. 평소 군 시설을 개방해서 지역주민과의 공동으로 사용함으로써 주민과의 스킨십을 상시화 하고 대민지원이나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군이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다.

  

한 마디로 민군 쌍방 간의 협력은 상호 신뢰가 매개가 돼야 한다. 현재 해병 제1사단의 지휘 방침처럼 해병대가 ‘국민에게 신뢰 받는 부대’가 돼야 하듯이 포항시정 당국도 시민들에게는 물론, 군의 신뢰를 잃어선 안 된다. 상호 신뢰와 당사자 의식을 바탕으로 해병대와 포항시가 추구해야 할 공동 임무를 추출하면 한 마디로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데 모아진다. 이를 도표로 나타내면【표1】과 같다.                        

  

상기 공동임무는 그 하위의 다양한 조건 혹은 가치들이 해결되거나 충족돼야 달성된다. 예를 들어 군사적 안보와 함께 각종 자연재해, 해상, 육상, 공중 등에서 발생하는 사고에서 발생하는 위험들을 예방, 제어하는 광의의 안전문제, 일자리 창출을 위시한 경제회생문제, 환경과 생태계의 개선 및 보호문제, 사회적 공평성의 정착, 교육 및 문화예술의 진작, 주거, 교통, 의료설비의 현대화 등이다. 포항은 앞으로 이러한 조건과 가치들이 충족된 도시로 나아가야 하는데, 나는 이런 도시를 ‘21세기형 도시’로 개념화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병대와 포항시는 사안별 단발성으로 끝나는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이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제 다음 장에서 ‘21세기형 도시’의 조건들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를 심화할 차례가 됐다.

 

【표1】 해병 제1사단과 포항시의 공동임무                      

 

Ⅲ. ‘21세기형 도시’를 향한 共進

 

1. ‘21세기형 도시’의 정의

 

‘21세기형 도시’는 어떤 기능과 조건을 갖춰야 바람직할까? 미구에 다가올 미래의 이상적인 도시형에는 여러 모델이 있을 수 있다. ‘미래도시’(future city)에 대한 담론의 역사는 한 세기가 넘었지만 여전히 하나의 통일된 개념으로 정립되기에는 다양한 유사어가 교차적으로 이용되면서 일치된 개념화를 방해하고 있다.

 

예컨대 ‘스마트 시티’(smart city), ‘에코 시티’(eco city), ‘지속가능한 도시’(sustainable city), ‘지식 도시’(intelligent city), ‘생기발랄한 도시’(liveable city) 등의 개념과 ‘미래도시’라는 용어가 혼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본질적으로는 해당 개념의 의미가 상당히 중첩되어 있다는 뜻으로서 각각의 용어가 해당분야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따라 다르게 활용되었기에 하나의 단어로 정착되지 못했음을 암시한다. 대신, 미래도시는 이러한 개념들이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거버넌스적으로 융합되어 개념화(hybrid conception)가 이뤄지고 있다. 지능을 가져(intelligent) 똑똑한 디지털(digital)로 연결되어(network) 있어 매우 매력적이며 재생 가능한 도시라는 다양한 요소를 갖게 된 것이다.

 

도시화와 도시의 거대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그 세부적인 요소들을 한 단어에 담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융합적 개념이 ‘미래도시’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미래도시의 개념은 ‘혁신도시’(innovative city)에서 찾을 수 있다. 혁신도시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과 산․학․연․관이 서로 협력하여 최적의 혁신여건과 수준 높은 생활환경을 갖춘 새로운 차원의 미래형 도시’로 정의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이를 네 가지로 나눠 ‘혁신거점도시’, ‘개성 있는 특성화도시’, ‘친환경 녹색도시’, ‘교육․문화도시’로 범주화시키고 있다. 또 교통전문가들 사이에는 공간의 입체적 활용과 교통과의 연계에 방점을 찍은 ‘압축도시’라는 개념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따라서 ‘혁신도시’ 또한 다양한 개념을 화합, 포괄시키지 못하는 용어가 된 것이다. 즉, 미래도시는 모든 미래지향적(future-oriented) 가치를 융합하는 하나의 상징성을 가진 개념으로서의 양태가 돼야 한다.

  

위 내용을 응용하면, 현재 미래도시에 대한 개념이 일치돼 있지 않기 때문에 미래도시에 대한 필자 개인의 생각이 임의적이어도 무방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포항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장을 살리고 현존 혹은 잠재적 조건에 부합 가능한 모델은 어떤 것이 돼야 할까하는 점을 포함해 기존에 제시돼 있는 모델을 적용할 수도 있고, 그러한 모델을 부분적으로 변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소리다.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려면 행정학, 도시학, 경제학, 환경, 복지학, 교통학, 교육학 등 사회과학의 여러 관련 학문들을 학제적으로 융합해야 한다. 기존의 관련 학문에서 논의되고 있는 각종 이론들을 토대로 지금까지 필자가 평소 포항에 적합한 도시모델을 상상해온 것들을 종합한 형태를 미래도시의 ‘이상형’으로 제시하겠다. 이것은 모든 ‘미래지향적 가치를 융합한 의미가 있으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된다.

  

먼저 철학적 비전이라는 큰 틀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 ‘자연과 자연의 공존’, ‘인간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 그리고 누구든 ‘꿈을 꿀 수 있는 도시’여야 한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고 주민이 꿈을 꿀 수 있게 하려면 그 하부 차원에서 물질적 조건들, 예컨대 안전, 경제, 복지, 환경, 에너지, 주거, 교육, 교통, 의료, 상업 등등 삶에서의 행복지수를 높여 주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조화롭게 유기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지면관계상 이 모든 항목을 다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에 1차적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서 1. 안전, 2. 경제 및 사회복지, 3. 환경, 4. 사회적 공평성에 대해서만 논급하겠다.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의 도시 모델이 되려면 이 네 가지가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첫째, 도시의 안전성이 높아야 한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도시에서의 행복추구는 緣木求魚다. 안전은 개인의 안전에서부터 사회, 국가, 인류의 안전까지 실로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다. 본고에서 논의하는 국가안보도 그 가운데 하나임은 물론이다. 근대 이래 모든 지역은 전통시대까지 발생한 위험 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 규모와 파장은 전지구적이며, 자신의 불행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대를 이어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현대사회를 지구적이고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의 사고들이 곳곳에 다양한 위험의 형태로 잠복돼 있는 불안전한 사회, 위험한 사회로 진단한 바 있다. 지난 4월의 세월호침몰사건은 울리히 벡의 진단을 실증하는 초대형 사건이었다. 일자리, 주거, 교육, 교통, 의료 등 도시 구성의 여타 조건에서 아무리 만족도가 높아도 안전이 취약하면 도시의 가치가 급락할 것이다. 안전문제가 중요시되고 있는 화두 가운데 하나인 이유인 것이다.

  

둘째, 경제와 사회복지 측면에서 경제성장이 지속 가능해야 하며, 사회복지가 제대로 작동돼 최저생활권이 보장되도록 사회안전망이 확충돼야 한다. 최근 한국사회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마저 무너져 내려 자살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면의 여러 이유는 경제문제만이 아니겠지만 경제적 빈곤이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인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경제회복이 시급하다.

 

여기에는 먼저 지금까지의 경제 패러다임과 인식의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오늘날 성장의 한계에 봉착해 근본적인 사회변혁을 추구해야 할 시점에서 새로운 축의 전환이 시급한 때다. 그래서 경제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 개념을 확산시켜야 한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자본주의 경제와 대비되어 사용되고 있는 ‘공유경제’란 2008년 하버드대 법대의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가 처음 사용한 말로서 기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적 소비형태의 경제다. 아래【표2】에서 볼 수 있듯이 전통경제에서 공유경제로의 전환은 소유의 개념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경쟁체제에서 신뢰체제로, 과잉소비에서 협력적 소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표2】전통경제와 공유경제 개념의 비교

자료출처 : 김형균, 오재환,『도시재생 소프트전략으로서 공유경제 적용방안』( 부산 : 부산발전연구원, 2013년)

 

공유경제는 크게 장소공유, 물건공유, 교통공유, 지식공유의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대표적 성공사례는 빈집(방) 공유서비스인 ‘에어 비앤비(Air BnB)’와 카쉐어링 서비스인 ‘집카(Zipcar)’가 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도 자신의 저서『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소유 중심의 교환 가치에서 접속 중심의 공유 가치로 옮겨 가는 이른바 ‘공유경제’라는 대전환이 새로운 경제시대를 이끌 기술적, 사회적 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음으로 새로운 형태의 기술개발력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앞으로 근대형 경제를 이끌어 온 반환경적인 이른바 ‘굴뚝산업’은 점차 도태되거나 규모가 축소될 전망인데, 이를 대체할 기술개발력을 갖추고, 국제적 협력 체제를 구축해 국내규모에서 벗어나 국제적 경제체제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포항의 경우, 국제적 경제체제 구축은 포스텍의 기술력과 산학협동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포항이 천혜의 양항을 갖추고 있는 영일만의 조건을 살려 국내 지역간 협력과 국제적 협력을 이뤄 월드시티, 국제도시를 만들어 갈 때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포항은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환동해권 국가들의 여러 도시들과 미국, 호주, 뉴질랜드, 대만, 필리핀 등의 환태평양권 국가들의 여러 도시들과 국제적 네트워킹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이는 국가의 과제이기도 하지만 지역 기업의 지역투자 확대, 지역 인재의 채용 확대와 같이 맞물려가야 성과가 날 수 있는 분야다. 요컨대 경제를 살려 인구유입 요인을 높여야 한다.

  

셋째, 환경 친화적 조건이 구비돼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개발시대에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해 훼손된 자연과 생태계를 회복, 복원하거나 재정비, 재생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교통과 도시는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인간과 환경이 중심이 되는 녹색교통체계 중심 도시, 기존 평면적인 토지이용의 한계를 극복해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 한 도시가 돼야 한다.

  

넷째, 사회적 공평성(social equity)이 담보된 도시여야 한다. 한국은 남북분단을 비롯해 계층, 지역, 세대 등 다양한 층차의 갈등들이 존재한다. 6․25전쟁에서 파생된 정치, 군사적 갈등에서부터 개발독재 시대의 산물인 각종 사회적 불평등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바람직한 국가발전을 위해선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할 사회통합이 우선돼야 하고, 계층간 격차, 지역간 격차, 세대간 격차 등 각종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 또한 소득과 분배와 같은 불평등뿐만 아니라 공공재로서의 행정시책의 불균등, 남녀 성차별과 같은 사회적 기회불균등도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지 못하면 부담은 결국 시민에게 돌아가는 등 사회적 비용이 늘어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상기 조건들이 유기적으로 갖춰져 있는 이러한 형태의 도시를 나는 ‘21세기형 도시’로 규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 조건들이 유기적으로 구비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어떤 전략으로 이를 달성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과제는 포항시민들만의 것이 아니라 국가적이자 시대적인 것이기도 하다. 먼저 이를 추진할 주체인 포항시민의 의식들이 성숙돼야 하는데, 이는 평균적 한국인의 의식 성숙과 연동돼 있는 것이어서 개인이기주의, 지역이기주의, 공공개념의 결여 등과 같은 병폐들이 극복되고 협력적 공생 파트너십, 즉 약자와 강자가 서로 돕고 단점을 보강하는 조직간의 협력과 배려가 있어야 가능해진다. 즉 전체 국민의식의 진작과 지역민의 의식 개선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21세기형 도시’의 철학적 비전과 그 필요성 그리고 환경 및 생태계 개선과 보존의 당위성에 대해 거대 담론을 위주로 논해보았다. 남은 것은 포항이 ‘21세기형 도시’로 나아가는데 해병 제1상륙사단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다음 절에서 이를 미세하게 논해보기로 하자.

 

2. 해병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지역 주둔군으로서 해병대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분야는 적지 않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군이라는 조건과 한정된 규모의 병력과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분야도 있다. 가능한 일과 가능하지 않은 일을 구분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겠다.

 

예를 들면, 핵폐기물과 같은 문제는 해병대가 대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해병대가 핵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핵폐기물 문제해결에 나설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군사훈련은 평시에 군대가 전투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원론적으로 군사훈련시 발생되는 에너지 소모와 집체적 행위로 지질, 해양, 공기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포항 주둔 해병 제1사단 지역에서는 토지나 바다의 오염 사례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불가피하게 군대가 실행하는 군사훈련, 핵무기 시험, 전쟁 등등의 군사활동은 인류의 생활환경과 생태환경에 대한 오염과 파괴를 쉽게 일으키며, 인류의 생활환경과 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다는 사실은 항시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포항이 바다에 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해병대는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생태환경을 개선, 보호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를 간략하게 짚고 가면, 한 마디로 인간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서 자연적인 상태의 생태 보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생태계의 보존은 인류가 환경위기 문제를 넘어 자연계와 인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나가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모든 생물은 다른 생물들과 비생물적인 외부세계와의 모든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는데, 부분들이 모여 전체를 이루는 분할적 전체가 아니라 부분들이 제각기 전체이면서 각 부분들이 모여 변증법적으로 전체를 이루고 있다. 육지, 대기, 해양이 서로 순환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생태계 가운데 특히 해양생태는 바다의 절대적인 면적과 중요성 때문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만약 해양생태가 제대로 개선 보호되지 않는다면 인류가 부담하게 될 비용은 막대하다. 이를 위해 우리가 지속해야 할 노력의 방향은 다음과 같다.

  

1. 선진국들이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책 및 의무법안을 강제하면서까지 생태계를 보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듯이 우리도 법적제도를 강제해야 한다. 환경오염을 규제하는 의무적인 법안 없이는 생태계 교란 및 오염을 사전에 예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기업들은 본질적으로 무한팽창의 속성을 지닌 자본의 논리를 방임하거나 그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 대부분이어서 환경의 사회적 효과는 단기간에 드러나지 않고, 많은 기업들은 본능적으로 환경예방책에 대한 비용부담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2. 모든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즉 인간의 경제 및 산업 활동으로부터 생태계를 안전하게 보전하고 생태계의 교란을 막는 것이다.

  

3. 해양 모니터링의 체계화와 지속화다. 생태계 파괴의 원인에는 매우 많은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원유 같은 특정 오염물질이 급격하게 유출되었을 때 생태계가 파괴되기도 한다. 또 엘니뇨와 라니뇨같은 기후변화처럼 수십 년의 해수온도 변화가 장기적으로 축적돼 생태계가 크게 교란되기도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감시와 개선 노력을 항속화해 할 필요가 있다.

  

이 세 가지 실천 방안 중 해병대가 할 수 있는 건 2번과 3번이다. 1번은 조건과 능력을 넘어서는 문제다.

  

해병대가 능히 할 수 있는 일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가 있다.

  

첫째, 안전 도시의 구축에 일조하는 일이다. 해병대의 포항주둔이 지역경제에 미친 기여도 보다 군 본연의 사명인 국가안보와 국가 주요 산업시설의 보호가 주된 공헌이다. 지역의 군사적 안전 보장은 물론, 지금까지 지속해오고 있는, 각종 사고와 재해로 인해 야기되는 불안전성을 사전에 제어하고, 관내 경찰, 소방방재 기관 등과 협력해 사후의 다양한 대응활동을 지속하고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해병대가 매년 산불, 적조, 폭설, 방제시 힘껏 지원해오고 있는 것은 퍽 고무적이다. 그렇지만 포항이 항구도시로서 여객선과 화물선, 함정 등의 선박왕래가 잦은 점을 감안해 해양경찰과 ‘해상안전구조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둘째, 군 본연의 임무 외에도 해병대는 지역 발전을 위한 당사자로서의 주체자가 돼야 한다면 환경, 생태계 개선 및 보호의 견인차 역할로서 포항시와 시민들과 함께 지역의 환경 생태계 보호와 개선에도 앞장 서야 한다. 환경생태 개선 및 보호는 안전문제와 서로 통하는 개념이다. 환경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구환경과 생태계 문제는 불과 한 세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다지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지만 21세기에 들어온 지금은 지구상의 절박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심각해지는 환경오염, 생태계교란, 핵폐기물 관리 부실로 인한 공포가 일상화 돼가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 생태계 회복은 이제 어느 한 나라,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공동의 과제가 됐을 정도다. 이것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예컨대 얼마 전에도 국회 환경위원회 감사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공사가 자사 홈페이지에 기록한 것 보다 훨씬 많은 양의 방사능핵폐기물을 동해바다에 내다 버려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셋째, 날로 악화돼 가는 지역경제의 회생을 위한 주체자로서의 역할에도 앞장 서야 한다. 사실, 지역경제의 회복에서 군의 역할은 작지 않다. 과거 해병대 주둔이 포항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선 이미 앞에서 발표된 다른 논문에서 소상히 제시됐다. 포항시에서도 해병대의 주둔으로 생겨난 경제 총 효과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산출해볼 필요가 있다. 선행 연구 결과 국내 몇몇 도시의 총효과가 나와 있는데, 총효과가 큰 도시로는 포천시가 1,569억 원, 평택시 1,414억 원, 고양시 1,311억 원, 파주시 1,089억 원, 연천군 679억 원, 성남시645억 원, 가평군이 562억 원으로 산출된 바 있다.

  

포항지역의 경제회생 방안과 관련해 해병대와의 상호 협력에 대해서는 세 가지 정도를 떠올려 볼 수 있다. 1. 포항경제에 대한 해병대의 개방을 더 넓힐 수 없을까 하는 점이다. 먼저 인적 측면인데, 현지인의 해병대 군무원 채용을 더 확대시킬 수 았는 방안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군무원 고용효과의 경우, 지역 내 수요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대체로 현지 지역민을 고용하는데, 하와이 같은 경우는 군무원이 하와이 전체 인구의 약 10%에 육박한다고 한다. 현재 해병 제1사단이 고용하고 있는 포항시 현지인 고용인 수는 총 37명으로 평균 연봉 1,165만2,800원이다. 그리고 포항지역 주둔 해군부대에서 고용하고 있는 인원은 33명이며, 이들의 평균 연봉은 대략 2,000만 원 정도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군무원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볼 것을 건의한다.

  

2. 물적 방면에서 각종 용역 사업과 자재구입을 증대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군이 예산을 투자해 군시설을 설비함으로써 부대적으로 산업유발효과를 거둘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건에 대해서도 해병대에서 검토해주면 좋겠다. 건설자재 구입비, 인건비가 지불되는 돈들이 지역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인데, 군이 지자체를 회복시킨 사례는 앞서 논급한 바 있는 미국의 샌디에이고, 호주, 캐나다, 일본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샌디에이고의 경우 미 국방부가 향후 수년간 이 카운티 전역에 흩어져 있는 16개의 주요 군사기지 및 시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현 시설물을 개선하는 대대적인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3. 해병대의 이미지를 살려 재화를 창출하는 방안, 즉 해병대를 활용한 관광산업의 활성화다. 한국인들에게 ‘포항’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포스코와 해병대의 본산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포스코’하면 제철과 포항이 연상되고, ‘해병대’하면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표어가 말해주듯이 용맹스런 군인과 포항이 연상 될 것이다. 포항은 이러한 존재로 상징되고 이미지화 돼 있다. 이 이미지는 진실하다. 사실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대개 과거가 아름답고, 젊은 날을 아름답게 그리는 경향이 있다. 해병대 전역자들에게 포항은 추억의 대상이다. 과거 자신이 훈련을 받았던 해병훈련소 등은 해병의 정신적 고향이다. 젊은 날 해병대원으로서 청춘의 한 때를 보낸 포항에 대한 향수를 지닌 해병대 노병에 그치지 않고, 청소년 그리고 훈련차 거쳐 간 미군과 외국인들도 포항을 찾을 수 있는 유인 예상 층이다. 이를 관광자원화 할 필요가 있으며, 잠재된 가능성은 충분히 내재돼 있다.

 

현재 해병대가 병영에 입소해 훈련을 받고자 하는 이들을 받아들여 병영체험을 하게 하는데 여기서 그 가능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실제로 해병대는 2013년 한 해에만 총 13차례 4,347명이 부대견학 및 병영생활을 체험케 한 바 있다. 이미 포항시민들 가운데는 일찍부터 포항시가 시를 관광자원화 하는데 ‘해병대 도시’의 옛 명성을 되찾고 해병대캠프를 활용하는 지혜를 찾아주기를 주문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따라서 포항시와 해병대가 그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함께 고안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해병대가 할 수 있는 역할의 네 번째는 교육, 문화 창달의 협력자가 아니라 주역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 분야는 민과 군의 공통분모이며, 공유 가치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해병대가 민과 협력한 바람직한 사례로는 최근 해병 제1사단이 포항시와 지역의 유관기관(포항교육지원청, 영남일보)과 공동으로 인성교육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학생, 군 장병 등을 대상으로 인성교육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을 들 수 있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포항시민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공감하는 과제다. 우리 사회의 미래 주축이 될 학생, 군장병 등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올바른 인성교육은 사실 국가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현 해병 제1사단장은 “지역 유관기관들이 군 장병들에게도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데 감사하다”며 “해병대는 포항시와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가지고 열린 병영이 되도록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열린 병영’은 해병대사령부의 정책 차원에서 전개하고 있는 병영문화 혁신의 일환이다. 인성교육은 해병대가 협조만하고 수혜를 입는 일방적인 게 아니라 해병대 사병 교육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쌍방형 상생 협력의 좋은 본보기다.

  

해병대도 포항지역 교육기관들의 도움을 받을 게 없지 않다. 즉 해병대가 추진하고 있는 ‘열린 병영’ 가운데 지식전사 양성을 포항시 관내 대학교육기관에 교육의 일부를 의뢰하는 것이다. 현재 해병대사령부는 병들과 초급 간부들의 교육을 ‘전투전사 과정’, ‘전투지휘자 과정’, ‘지식전사 과정’ 등 세 단계로 정해놓고 있다. 전투전사 과정은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최정예 전투원 육성, 전투지휘자 과정은 먼저 알고 지휘하는 초급간부 육성, 지식전사 과정은 자기 계발을 통한 군복무 의욕 고취 및 국가인적 자원 양성에 목적을 두고 있다.

 

병은 전입 후 전투전사→지식전사의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친 후에야 전역하게 된다. 초급간부는 전투지휘자→지식전사의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게 한다.

 

요컨대 병사들과 간부들을 모두 ‘지식전사’ 과정을 공통적으로 거치게 함으로써 전투 승리에 필요한 ‘지적 능력’을 길러주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인재로 사회에 환원’시키는 것이 목표다. 즉 사단 규모의 상륙작전 수행이 가능한 전투능력을 확보하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보화 시대에 기술교육을 시켜 전역 후 창업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자는 다목적 취지다.

  

군마다, 부대마다, 군종에 따라 편차가 존재하지만 총체적으로 보면 아직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병사들은 군대생활 중 자기실현 기대감을 가지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가가 병사들에게 첨단화, 과학화된 학습시설의 확보, 제공으로 보상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면, 복무 기간 중 가능하면 병사들의 학습목표를 달성하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장려돼야 한다. 따라서 해병대가 중시하는 ‘지식전사’ 교육을 지역 내 전문 교육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마치는 말 : 결론에 대신해서

 

본 연구를 통해 얻은 몇 가지 의견 혹은 주장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해병대가 포항에 반세기 이상 주둔하면서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이 역사적으로 평가될 필요가 있다. 해병대의 포항 주둔은 한산한 항구도시에 불과했던 포항이 상전벽해로 가는 첫걸음으로서 지역사회에 작지 않은 변화를 가져다줬기 때문이다.

 

예컨대 종합제철소의 포항 유치의 한 조건인 군사 방위적 안전을 보장함으로써 포스코의 유인자 역할을 한 숨은 공로, 포항과 포스코는 물론, 감포, 경주에 이르는 지역의 안전 확보, 인구유입에 따른 산업화의 핵심 동력 제공, 항만시설 확장, 지역경제에 활력소로 기능한 경제의 직․간접적 효과와 유발효과를 일으킨 사실들은 엄밀한 학술적 검증을 거치지 않더라도 정당하게 평가 받을만한 것이다.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은 과거에 그치지 않고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데, 해병대는 국민의 군대로서, 또 한국군의 주요 축으로서 국가방위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본연의 임무에 매진해오고 있다. 포항을 모기지로 국방, 국가안보와 지역안보, 교육훈련은 물론, 각종 대민봉사까지 훌륭하게 수행해오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여건의 불충분으로 긍정, 부정의 양면이 동시에 있을 수 있다. 또한 부족하거나 대처에 미흡한 분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래의 문제, 즉 향후 어떻게 하면 해병대가 포항시와의 협력 하에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포항지역사회의 발전을 견인하는 당사자, 주체자로서 해병대가 정당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의 정체성부터 재정립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병대 구성원들이 제대하면 포항을 떠나는 ‘객’이 아니라 포항시민의 일원으로 많이 남게 함으로써 포항이 새로운 고향이 되게 해야 하는데, 그것은 단지 말로만 포항의 ‘친구’라고 할 게 아니라 해병대와 포항시 차원에서 포항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화되도록 실제적인 방안들이 강구돼야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이는 줄어드는 지방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구 유입책이기도 하다. 해병대 스스로도 포항지역 발전의 당사자이자 주체자가 돼야 하는데,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지역사회로 더 깊이 들어가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해병대와 포항시는 공히 민군협력과 협력 쌍방성의 중요성을 재인식함과 동시에 민군 간의 갈등해소도 중요하다는 점을 늘 유념해야 한다. 국가적 책무이행이라는 공통성과 상호 신뢰를 끈으로 쌍방협력과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궁극적 도달점은 결국 포항을 시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21세기형 도시’로 나아가게 하기 위함에 있다. ‘21세기형 도시’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 ‘자연과 자연의 공존’, ‘인간과 인간의 공존’과 도시거주인들이 제각기 자신의 꿈을 꿀 수 있는 도시다.

 

해병대와 포항시는 이 공동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포항시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그 차하위 차원에서 사안별로 수행해오는 단기적, 단발적인 협력 보다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협력목표를 세워 추진할 필요가 있다. ‘행복지수’는 일자리와 복지(경제), 환경, 교육, 교통, 주거 등등 도시거주에 필요한 여러 가지 다양한 구비조건을 갖춰놓지 않으면 상승되지 않는다.

  

해병대는 포항을 ‘21세기형 도시’로 발전시키는 중추적 역할을 맡아야 하고, 또 그것이 정부기관의 하나로서 민에 대한 관과 군의 임무인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역할로는 안전의 수호자, 환경과 생태계 보호의 파수꾼, 경제회생, 교육 문화창달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특히, 해병대는 포항을 떠나는 게 아니고 남북통일 후에도 포항에 계속 주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포항시와 함께 두 조직이 할 수 있는 역할 중 최대 공동분모인 광의의 안전보장, 일자리 창출, 환경과 생태계의 개선 및 보존에 대한 비전을 공동으로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 하에 더 많은 공헌을 할 것을 권하고 싶다.

  

차차하위 수준에서는 해병대는 개방체제의 병영관리, 국민친화도 제고, 정보통신 수단을 활용해 포항지역민들에게 국방뿐만 아니라 해병대에 대한 열린 홍보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해병대는 주어진 여건에서 국방, 교육훈련, 대민봉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도 훈련 시에 발생되는 소음, 공해, 지질 훼손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또한 민군 갈등 해소 방식과 관련해 국민이 주인이며, 민군갈등이 없을 수 없다는 열린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동시에 포항시와 지역민들에게도 민군관계 및 그 하위개념인 민사작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만들 방안을 고심해야 할 것이다. 선배 해병대들이 세워놓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고 “누구나 될 수 있다면 해병이 되지 않는다”라는 자긍심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 각고의 노력 없이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지 않는가?

 

위 논문은『전략논단』, 통권 제20호(2014년 가을겨울호)에 실려 있습니다. 원문에는 각주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