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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선물인가, 정당 간 거래인가? 쩡리원-시진핑 회담과 중국의 對대만 10대 조치

雲靜, 仰天 2026. 4. 16. 14:58

평화의 선물인가, 정당 간 거래인가? 쩡리원-시진핑 회담과 중국의 對대만 10대 조치


                           서상문(군사평론가협회 회장)

2026년 4월 10일, 뻬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공산당(CCP) 총서기 시진핑(習近平)과 중국국민당(KMT) 주석 쩡리원(鄭麗文)이 만났다. 중국공산당과 국민당의 최고 지도자가 공식적으로 대면한 것은 2015년 시진핑과 당시 국민당 주석 주리룬(朱立倫)의 회담 이후 10여 년 만이었다. 쩡리원은 4월 7일부터 12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이른바 ‘평화의 여정’을 통해 양안관계에서 국민당의 중재자 역할을 복원하려 했다.

이번 회담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회담 당사자들의 실제 발언과 회담 후 언론에 등장한 학자들의 해석을 구분해야 한다. 일부 번역 기사에서는 시진핑이 쩡리원에게 쑨원(孫文)의 “평화·분투·중국 구원”을 기억하고 이를 오늘날 “평화·분투·중화 진흥”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직접 말한 것처럼 소개했다. 그러나 이는 시진핑의 회담 발언이 아니다. 대만의 양안관계 전문가 양카이황(楊開煌)이 시진핑의 메시지를 해석하며 덧붙인 표현이다. 또한 시진핑이 미국과의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먼저 쩡리원과 대만 문제를 논의했다는 주장 역시 대만 국립 쩡쩌(政治)대학교 연구원 옌쩐성(嚴震生)의 분석이지, 중국이나 국민당이 공식적으로 밝힌 회담 목적은 아니다.

중국 측 공식 발표에 따르면, 시진핑은 양안관계 발전에 관한 네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첫째, ‘올바른 정체성’을 확립해 양안 주민의 마음을 결합할 것, 둘째, 평화적 발전을 통해 공동의 터전을 지킬 것, 셋째, 교류와 융합을 통해 민생의 복지를 증진할 것, 넷째, 단결과 분투를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할 것이었다.

시진핑이 말한 ‘올바른 정체성’이란 양안 주민이 모두 중화민족에 속하며, 대만과 중국대륙이 하나의 중국을 구성한다는 정치적·민족적 인식을 뜻한다. 시진핑은 사회제도의 차이가 국가 분열의 근거가 될 수 없으며, ‘92공식(九二共識)’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과 외부세력의 개입에 반대하는 것이 양안 평화를 위한 공동의 정치적 기초라고 강조했다.

‘92공식’은 1992년 중국대륙의 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가 홍콩에서 협상한 결과를 가리킨다. 핵심은 양안이 모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그 ‘중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각자가 다르게 해석한다는 이른바 ‘하나의 중국, 각자 해석(一個中國, 各自表述)’이다. 다만 중국공산당은 ‘하나의 중국’만을 강조하고 ‘각자 해석’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반면, 국민당은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 각자의 입장에서 하나의 중국을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진당은 이러한 합의가 공식 문서로 체결된 적이 없고 대만의 주권을 ‘하나의 중국’ 틀에 가둘 위험이 있다며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네 가지 의견은 표면적으로는 평화·교류·민생·민족부흥을 내세우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대만을 대상으로 한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전술이라고 보아야 한다.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전술은 대만 전체를 일시에 굴복시키기보다 국민당을 비롯한 친중국 성향의 정당, 지방정부, 기업인, 농어민, 청년, 종교계와 문화계 인사들을 선별적으로 접촉하고 포섭해 대만 내부를 분화, 분열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즉 중국에 협력하는 세력에는 교류와 경제적 혜택을 제
공하는 한편, 대만 독립을 주장하거나 중국의 통일정책에 반대하는 민진당 정부와 그 지지 세력은 고립시키려는 것이다.

시진핑이 제시한 ‘정체성의 확립’은 대만인의 독자적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양안 주민은 모두 중국인’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려는 사상적 통일전선에 해당한다. ‘교류와 융합’은 경제·사회·문화적 접촉을 확대해 대만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려는 사회경제적 통일전선이며, ‘민생 복지’는 중국과의 협력에서 직접적인 이익을 얻는 계층과 지역을 만들어내기 위한 이익 유도형 통일전선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대만 통일을 중국 민족 전체의 역사적 사명으로 규정함으로써 중국의 통일정책에 도덕적·민족적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정치적 담론이다.

따라서 상기 시진핑의 네 가지 의견은 단순한 양안관계 개선 방안이라기보다 ‘하나의 중국’과 통일이라는 최종 목표 아래 정체성, 경제적 이익, 민간교류와 민족주의를 결합한 포괄적 통일전선 구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특히 중국이 대만의 민선정부와 직접 대화하기보다 국민당과 지방정부, 민간단체를 우선적인 협력 대상으로 삼은 것은 대만 정부를 우회하면서 내부의 우호세력을 확대하려는 전형적인 통일전선 방식이다.

시진핑의 표현은 과거의 강경한 통일 담론과 비교하면 비교적 온건하게 들린다. 그는 양안의 장기간 단절과 제도적 차이를 인정하면서, “할 말은 잘하고 일이 있으면 많이 상의한다면 해결하지 못할 갈등은 없다”는 취지로 대화를 강조했다. 쩡리원의 전언에 따르면, 시진핑은 양안관계가 “석 자 얼음이 하루아침에 언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우공이산(愚公移山)과 정위전해(精衛填海)의 고사를 들어 인내심을 가지고 양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공이산은 중국 고전 『열자(列子)』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공이라는 노인이 집 앞을 가로막은 두 산을 옮기기로 결심하자 사람들이 모두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우공은 자신이 죽더라도 자손들이 대를 이어 산을 파내면 언젠가는 산을 모두 옮길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감동한 하늘이 산을 옮겨주었다는 내용이다. 이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굳은 의지로 세대에 걸쳐 계속하면 마침내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정위전해는 고대 중국의 신화집인 『산해경(山海經)』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민족의 조상이라는 신화적 존재인 염제(炎帝)의 어린 딸 여와(女媧)가 동해 바다에서 놀다가 물에 빠져 죽은 뒤 그의 영혼이 ‘정위(精衛)’라는 새로 변했는데, 자신을 삼킨 바다를 메우기 위해 날마다 산에서 작은 나뭇가지와 돌을 물어다 바다에 던졌다고 한다. 아무리 거대한 바다라도 끝까지 메우겠다는 정위의 행동은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추진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시진핑이 이 두 고사를 함께 인용한 것은 양안 통일이 단기간에 달성될 문제가 아니며, 현재의 정치적·제도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중국공산당이 세대를 이어 지속적으로 추진할 역사적 과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겉으로는 인내와 대화를 강조한 표현이지만, 그 이면에는 대만 통일이라는 목표 자체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들어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은 당장 무력통일을 서두르기보다 경제교류, 사회적 융합, 정치적 포섭과 심리전을 장기간 병행하면서 대만 내부의 환경이 중국에 유리하게 변화하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공이산과 정위전해의 비유를 단순히 양안 사이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선의의 표현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평화적 교류와 설득을 우선하면서도, 필요하다면 오랜 세월을 들여서라도 통일이라는 최종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중국공산당의 장기 전략을 상징한다. 중국의 기본 목표는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이 말하는 대화와 교류는 어디까지나 ‘92공식’, 하나의 중국, 대만 독립 반대라는 정치적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쩡리원은 이에 맞서 양안의 차이를 현실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전쟁을 피하고 교류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당 발표에 따르면, 그녀는 양안이 서로 다른 사회제도와 생활방식을 발전시켜 왔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 차이를 평화적으로 관리할 장기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만이 미·중 대결의 수동적인 말이나 거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양안 문제에서 스스로 발언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쩡리원이 내세운 핵심 명분은 통일의 촉진보다는 전쟁 회피와 양안관계의 안정이었다. 시진핑과는 방점이 다르다.

그렇지만 쩡리원의 발언에는 국민당이 앞으로 피하기 어려운 정치적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그가 “양안의 운명을 중국인 스스로의 손에 쥐어야 한다”거나 외부세력의 개입을 반대한다고 말한 것은 중국공산당의 담론과 상당 부분 겹친다. ‘외부세력’이란 두말 할 것도 없이 미국과 일본을 가리킨다. 대만의 안전이 미국·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에 크게 의존하는 현실에서 ‘외세 개입 반대’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이는 대만의 국제적 연대를 약화시키려는 중국공산당의 논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쩡리원이 의도한 것이 대만의 자율성 회복이라 하더라도, 뻬이징은 이를 ‘양안 문제의 중국 내부화’로 해석하고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회담 이틀 뒤인 4월 12일 중국공산당 중앙 대만공작판공실은 ‘양안 교류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10개 정책조치’를 발표했다. 첫 번째는 ‘92공식’과 대만 독립 반대를 기초로 한 국공 양당의 상시 소통체계 구축이었다. 두 번째는 중국 전국청년연합회와 국민당 청년조직 간의 정례 교류로, 중국은 해마다 대만 청년단체 20개를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조치에는 푸졘성(福建省) 연안과 진먼(金門)·마쭈(馬祖) 사이의 물·전기·가스·교량 연결, 양안 항공노선의 정상화, 우루무치(烏魯木齊)·시안(西安)·하얼삔(哈爾濱)·쿤밍(昆明)·란쪼우(蘭州) 등의 대만 노선 재개, 진먼의 샤먼(廈門) 신공항 공동 이용 지원 등이 포함되었다. 대만 농수산물과 식품의 중국 수입을 확대하고, 대만 원양어선이 중국 항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대만의 중소·영세기업을 위한 소액상품 거래시장 개설, 대만 드라마·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의 중국 방송 확대, 상하이(上海)와 푸젠 주민의 대만 본섬 개인관광 재개도 들어갔다.

이러한 조치는 겉으로 보면 관광업계와 농어민, 중소기업, 청년층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실용적인 제안이다. 특히 양안 직항노선과 중국 관광객의 대만 방문이 정상화된다면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대만 관광업계에 일정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농수산물의 중국 수출 재개 역시 대만 남부와 지방의 생산자들에게는 현실적인 관심사다. 쩡리원은 귀국 직후 국민당 부주석을 중심으로 실무 작업반을 구성해 중국 측과 후속 조치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청년·농어업·영세기업 분야에서 국민당이 구체적인 통로를 마련해 주민들이 ‘양안 평화 발전의 배당’을 체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10개 조치의 구조를 자세히 보면 순수한 경제·민생정책으로만 평가하기 어렵다. 첫 번째 조치부터 대상은 대만의 합법적 정부가 아니라 공산당과 국민당이다. 농수산물 수입 확대에도 ‘92공식’과 대만 독립 반대라는 정치적 조건이 명시되어 있다. 중국이 대만의 중앙정부를 배제한 채 특정 정당 및 그 정당이 집권한 지방정부와 직접 협력하려는 구도를 만든 것이다. 경제적 이익을 중앙정부의 정책 변화와 연계하고, 혜택을 받는 지역과 집단이 라이칭떠(賴清德) 정부에 압력을 가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조치들은 전형적인 ‘정치와 경제의 결합’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대만 총통부와 행정원은 정부가 건강하고 질서 있는 양안교류를 지지하지만, 어떠한 교류에도 정치적 전제가 붙어서는 안 되며 특정 정당의 정치적 거래 수단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대만 정부의 대륙위원회는 중국이 대만의 민선정부를 우회해 양안관계를 ‘국공관계화’하고 ‘하나의 중국 틀’ 안에 가두려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내놓은 경제적 양보를 ‘선물 꾸러미로 포장한 당의 독약’이라고 부르며, 처음에는 이익을 제공한 뒤 의존도를 높이고 나중에 압박하는 이른바 ‘양투살(養套殺)’의 수법이라고 규정했다. 이게 아주 재미있는 얘기다. 처음에는 경제적 혜택을 제공해 상대를 끌어들이고(養), 교류와 의존관계의 틀 안에 묶은 다음(套), 필요할 때 그 의존성을 이용해 압박하거나 제재한다(殺)는 수법이다.

이는 관광객, 농수산물 수입, 항공노선, 유학생과 기업 활동 등을 정치적 보상과 제재의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상대 사회 내부의 여론과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뜻한다.

집권 민진당도 비슷한 논리를 폈다. 민진당 대변인 리쿤청(李坤城)은 중국이 대만 학생과 관광객, 농수산물의 출입을 정치적 필요에 따라 언제든 중단하거나 재개해 왔다며, 이번 조치 역시 안정적이고 제도화된 교류라기보다 시진핑의 정치적 판단에 종속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쩡리원이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연출에 협력한 대가로 이른바 ‘대만 이익’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민진당은 특히 청년과 진먼·마쭈(馬祖), 농어민과 지방정부를 우선적인 대상으로 삼은 점을 중국의 분화·흡수 전략으로 해석했다.

라이칭떠 총통도 4월 15일 민진당 중앙상무위원회에서 “평화는 정부가 추구하는 최고의 목표”라면서도, 주권을 양보해 대만을 하나의 중국 틀에 넣는 방식으로는 평화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로 포장한 통일은 민의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대만에 무궁한 후환을 남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쩡리원은 자신의 중국 방문이 대만을 강대국 경쟁의 말에서 벗어나게 하고, 대만이 능동적으로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쩡리원-시진핑 회담이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 양안관계에 대화의 공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공산당 최고지도자와 대만 제1야당 지도자가 직접 만나 전쟁 방지와 교류 재개를 논의한 사실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대만해협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으려면 어떤 형태로든 소통 통로가 필요하다. 국민당이 그러한 통로를 유지하는 것은 대만 전체의 안전을 위해서도 일정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필자는 정당 간 대화가 정부 간 협상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국민당은 야당으로서 대화할 수 있지만 대만 전체를 대표해 협정을 체결하거나 정책을 집행할 권한은 없다. 중국 역시 진정으로 양안 평화를 원한다면 특정 정당에만 경제적 혜택을 약속할 것이 아니라 대만의 민선정부와 공식적인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 ‘92공식’이나 대만 독립 반대를 모든 교류의 선결조건으로 요구하면서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민진당 정부도 중국이 제시한 모든 조치를 통전공작이라고 일괄 배척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관광·농어업·항공·청년교류 가운데 대만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안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사안은 선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만 정부가 정치적 조건을 거부하는 것과 주민들의 경제적 필요를 무시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조치를 무조건 거부할 경우 국민당은 민진당이 양안 평화와 민생 개선을 가로막는다는 정치적 공세를 펼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교류냐 단절이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다. 핵심은 누가, 어떤 권한과 절차에 따라, 어떤 정치적 조건 아래 교류를 추진하느냐에 있다. 이번 중국의 10개 조치에는 경제적 유인과 정치적 통제가 결합되어 있으며, 국민당의 평화 담론에는 전쟁을 피하려는 현실적 문제의식과 중국의 ‘하나의 중국’ 논리에 흡수될 위험이 함께 존재한다. 민진당의 경계에도 충분한 근거가 있지만, 경계가 모든 대화의 거부로 이어질 경우 양안관계를 관리할 공간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평화는 중국이 일방적으로 내려주는 선물도 아니고, 국민당이 뻬이징에서 받아오는 전리품도 아니다. 그렇다고 민진당 정부가 주권 수호라는 구호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 중단, 대만의 민주적 의사 존중, 정당 간 접촉의 투명성, 정부 간 제도적 대화가 함께 갖추어질 때 가능하다.

내가 늘 지적해 왔듯이 중국공산당이 주장하는 대만해협의 평화 유지와 평화통일 제의에 진정성이 있다면, 그것을 입증하는 방법은 결코 어렵지 않다. 우선 중국이 아무런 선결조건 없이 인민해방군의 병력과 미사일·항공기·함정 등 대만을 압도하는 군사력을 대만의 방위력과 상응하는 수준으로 실질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한쪽은 압도적인 무력으로 상대를 포위하고 위협하면서 다른 한쪽에는 평화통일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면, 그것은 협상이 아니라 굴복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통일 이후의 권력구조를 사전에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정치권력은 물론 인사권과 행정권, 외교권과 경제정책 결정권을 중국대륙과 대만이 대등하게 5대 5로 나누어 행사하는 연합정부의 수립에 합의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충분한 예비기간을 설정해 단계적으로 준비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다. 군사력의 상호 감축, 동등한 권력 배분,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민주적 동의가 보장된다면 중국의 평화통일 주장은 비로소 진정성을 논의할 수 있는 출발점에 서게 된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이 일당 지배체제와 압도적인 군사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대만에만 ‘하나의 중국’과 통일을 수용하라고 요구한다면, 이는 대등한 통합이 아니라 대만을 중화인민공화국의 통치체제 안으로 편입하려는 흡수통일에 지나지 않는다. 평화통일의 진정성은 말이나 경제적 선물이 아니라, 중국공산당이 자신의 군사적 우위와 권력 독점을 실제로 얼마나 내려놓을 의지가 있는가에 의해 판단되어야 한다. 이런 나의 방안은 말이 쉽지 중국 공산당은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소설 같은 이야기다.

금번 쩡리원-시진핑 회담과 그 뒤의 10개 조치는 양안 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동시에, 평화를 둘러싼 정치적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2026. 4. 16. 14:49.
일산 향동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