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공유/아시아사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 범죄, 묻지마 범죄, 獻忠사건

雲靜, 仰天 2026. 4. 11. 05:53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 범죄, 묻지마 범죄, 獻忠사건


한국사회에 '묻지마 범죄'가 나타난 지도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일본은 우리보다 더 빨리 출현했고 중국도 근년에 유사한 사건이 폭증하고 있는 걸 보면 사회발달 정도에 비례하지 않는가 싶다. 동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먼저 근대화를 이룬 경험을 바탕으로 패전 후 1970년대에 고도성장이 시작된 일본에선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 사건'류의 묻지마 범죄는 사회적 고립(히키코모리 등)과 함께 이미 1990년대에 출현했다. 중국에서도 2008년 북경 올림픽을 전후로 무차별 살상 사건을 뜻하는 '獻忠사건', '獻忠化' 범죄의 발생 수가 증폭했다.

일본, 한국, 중국에 거의 순차적인 시차를 두고 왜 이런 묻지마 범죄가 빈발할까? 그 이유로는 3국이 처한 각각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상황과 배경이 있을 것이다. 그 원인들을 조금 단순화시켜 “왜 현대 사회에서 이런 개인형 무차별 폭력이 나타나는가”를 심리학·사회학 이론 중심으로 설명하면,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 사건”, “묻지마 범죄”나 현대의 “헌충형 사건”은 모두 공통적으로 개인의 좌절이 사회 전체를 향해 폭발하는 현상이며, 아노미, 박탈감, 고립이 겹칠 때 발생 확률이 높아져서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그리고 사건이 과거처럼 집단화된 게 아니라 개인적인 사건으로 발생한다는 점도 하나의 특징이다. “개인화된 분노 폭발”은 과거와 달리 현대사회의 한 특징으로서 선진국에선 조직적 폭력은 줄어들고 개인 단독 폭력 사건이 많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즉, “집단이 아니라 개인이 사회를 향해 공격”하는 구조다.

해마다 중국에서 여러 건의 무분별한 악성 상해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은 작년 10월 30일 저녁, 37세 남성이 쌍칼을 들고 상하이 쑹장구 쑹후이중로에 있는 월마트 상점에 침입하여 슈퍼마켓 내 고객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여, 총 1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그 중 3명은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사망했다.(웨이보에서 발췌)

범죄발생 원인의 사회적 배경과 연동된 개인의 심리적 기제를 짚어보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가 아노미(anomie)현상이다. 즉 사회 규범이 약해지고 무엇이 옳은지 기준이 흐려진 상태가 주요 원인이다.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 믿음 붕괴, 규칙은 있지만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그 결과는 좌절하고 방향을 상실한 나머지 극단 행동을 벌인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자신을 남과 견주는 비교 그리고 그로부터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자신이 절대적으로 가난해서가 아니라 “남과 비교해서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상태”라는 것이다. SNS로 타인의 삶을 계속 자신과 비교한다. 부와 성공이 무한대로 과시되는 환경에서 낙담에서 좌절로, 좌절에서 비관이 되면서  “나는 왜 안 되나” 따위의 분노가 특정 대상이 아니라 사회 전체로 향하는 것이다.

여기엔 '좌절-공격 가설'도 이런 사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따르면, 개인이 상정한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서 좌절하고, 좌절하면 공격성이 증가한다. 그래서 원래 공격 대상이 아닌 약한 대상, 무작위 대상으로 전이돼서 전혀 모르는 사람인 어린이·행인을 공격하는 것이다. 사회적 고립, 인간관계 단절, 가족·공동체가 약화된 결과 개인의 감정 조절 장치가 사라지면서 극단적 생각을 제어할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묻지마 범죄들이 왜 요즘 와서 더 두드러질까? 이에 대한 답으로는 네 가지가 동시에 겹치고 있어 보인다. 첫째, 경제 불안, 청년 실업, 계층 이동의 어려움, 둘째, 비교 사회 (SNS), 끊임없는 타인 비교, 셋째, 고립 증가, 1인 가구, 단절, 넷째, 표현 통로 부족 (특히 일부 국가) 불만 표출 공간 부족한 결과 “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세상에 복수한다”는 왜곡된 사고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리고 묻지마 범죄엔 정신질환만으로 설명할 수도 없으며, 순수한 범죄 문제만도 아니다. 즉, 사회 구조와 개인 심리가 결합된 결과다. 따라서 이런 문제의 치유엔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내버려 두지 않고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래서 원인이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환경과 조건 및 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알고 전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2026. 4. 11. 05:53.
일산 향동에서
雲靜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