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갈비와 페르소나
시끌벅적한 회식 자리,
뜨거운 불판 위에 육즙이 흐르던 밤
좌중의 한 스님에게
나는 진심을 농담처럼 말했다.
“부처님도 돼지 고기를 드셨죠,
공양받은 상한 것이었지만요.”
“기왕에 드신 김에
마음에 걸림 없이 맛있게 드시지요.
대신 중생을 위해 좋은 일 많이 하시길.”
중은 슬그머니 웃었다.
몇 달 뒤, 그 중이
내 지인에게 나 얘길 듣고서
나를 알지 못한 채 날 만나보고 싶어 했단다.
그러나 내가 그날 밤의 그인 줄 알고는
만남이 취소됐다.
자기 치부를 본 사람과
다시 밥을 먹기란, 쉽지 않으니까.
돌이켜보면,
그날 밤 불판 위에 올려졌던 건
돼지갈비가 아니라,
들통난 페르소나 한 장이었는지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오, 부처님이시여!
2026. 4. 4. 07:12.
일산 향동에서
雲靜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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