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가식 아니면 관성

雲靜, 仰天 2023. 3. 24. 10:24

가식 아니면 관성



똥은 똥이고 씹은 씹일 뿐이다
그런데 비속어라고 언론에서 못쓰게 한다
대신 '대변'과 '성관계'나 '섹스'를 써란다
한자어와 외국어는 정상이라는 소리다.

'똥'은 더럽고 '대변'은 깨끗한가?
'똥'이라 부르면 쿨내가 진동하고
'대변'이라 부르면 똥에 향내가 나는가?

'씹'은 추하고 '성관계'와 '섹스'는 고상한가?
'씹'이라 부르면 쾌감이 생기지 않는가?
'섹스'라 부르면 오르가즘에 다다르는가?

생명체의 자연스런 생리현상을 뜻하는 것임에도
왜 순우리말은 상스러운 걸로 낮춰보고
한자어나 외래어는 고상한 것이라 생각할까?
미국에선 sex, poop를 그대로 쓰고 있다
이 단어들은 저속하지 않다는 것인가?
미국인들도 저질이라는 소린가?

집단무지에 이끌려 터부시 당하는 우리말들
세상을 탁하게 만드는 인간들의 가식
언어에까지 스며든 사대의식과 상하관계
원초성과 질박함은 덧칠할 게 아니라네.

2023. 1. 2. 05:12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