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의 죽음과 정치권의 빈곤한 역사의식 서상문(한국역사연구원 상임연구위원, 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신군부의 후배들에게 밀린 한 때를 제외하곤 평생을 부귀영달을 누려왔으면서도 정치를 ‘虛業’이라고 한 인간,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정치인 중의 한 사람,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그저께 23일 92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향년 92세라면 천수를 누렸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역시 영생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해줬을 뿐이다. 정치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고 했길래 김종필은 정치를 ‘虛業’이라고 했을까? 속고 속이는 권모술수가 판치는 정치판에 대한 염증을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이는 자신을 雲庭이라고 호를 붙인 것과 맞아떨어지는데, 약간 허무감이 엿보인 그의 성향이 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