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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이 건재하는 한 군의 긴장해소와 방심은 금물

雲靜, 仰天 2018. 8. 19. 10:23
북핵이 건재하는 한 군의 긴장해소와 방심은 금물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서로 합의한지 3개월이 지나고 있다. 그 뒤 북한이 한두 가지 선행 조치를 취한듯 해도 가장 본질적인 사안인 핵무기는 꿈적도 않고 있다. 김정은이나 트럼프가 상호 동시 이행을 약속하지 않는 한 단시일 내에, 그것도 일방적인 북핵 제거는 말처럼 쉽지 않다. 두 사람은 그걸 뻔히 알면서도 각기 자신들이 처한 국내 정치적 필요에 따라 합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둘러선 안 되지만, 현 상황을 보면 쌍방의 약속과 달리 접점 찾기가 쉽지 않아 로드맵이 만들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남북 간에 다시 제3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논의되는 동기 및 배경 가운데 하나다.

사실 북핵의 완전한 검증과 불가역적(CVID) 해결은 희망과 달리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만큼 용이한 게 아니다. 관련 당사국들 간에 합의하에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만들어지고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돈다고 하더라도 북핵제거와 검증에 소요될 최소한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이상 최종 종착점은 아직도 멀다.  그 동안 남북간에는 물론, 북미 간에도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대화는 지속해야 하고 최악의 경우라도 기왕에 합의된 북한비핵화의 약속과 대화의 판은 깨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대화의 판 자체가 깨어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북핵에 대해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 긴장해소와 방심은 금물이다. 우리 군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핵무기를 어떻게 방어하려고 하는 걸까? 지금까지 북한핵에 대해 우리 군이 군사작전상 운영해오고 있는 것은 세 가지 대응 방법이다.

첫째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명백한 징후가 있을 경우 이른바 킬체인(Kill Chain)으로 선제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둘째는 선제 타격이 실패하여 북한이 보복으로 핵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KAMD(Korea Air and Missile Defense)로 공중에서 요격해 파괴시키는 것이다. 셋째는 실제로 북한이 핵 공격을 해오면 가용한 모든 전력을 동원하여 대규모 응징보복(KMPR, Korea Mi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을 하는 것이다. 이를 군사 전문용어로 ‘3축체계’라고 부른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이 3축체계는 북한 핵무기 개발의 성공이 인지되기 전에 수립된 방어개념이다. 이 방어개념은 북한이 기존 핵에다 수소폭탄까지 개발해 수십 개의 핵폭탄을 보유하게 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군이나 국민이나 우리가 방심해선 안 되는 이유다.

만약에 북한이 전쟁 수단으로 이러한 핵무기를 우리국민에게 사용할 경우엔 기존 3축체계로는 감당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족탈불급(足脫不及)이다. 북한 핵무기가 무작위로 우리 국민들의 거주지에 떨어질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해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이것은 북한 핵무기가 머잖아 완전히 폐기될 것이라는 일반 국민이나 일부 정치권의 기대와 별개로 실제 완전히 폐기될 때까지는 우리 군이 반드시 유념하고 고수해야 할 개념이다. 어느 나라든 군대란 원래 국가방어를 위해 준비한 노력과 무기가 비록 낭비가 될지라도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여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것이 군의 일차적 사명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북핵 위협과 관련하여 육, 해, 공, 해병대는 물론, 각 단위 부대별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대응작전 측면에서 미리 작전계획을 마련해야 하고, 민간 차원에서는 민방위 훈련을 통하여 피해를 최소화 하고자 하는 다각도의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해상과 공중에서 별도의 작전을 수행하는 해군, 공군과는 달리 지상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육군과 해병대는 그 부대들이 직접 핵무기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유비무환적 차원에서 북한 핵무기들이 완전히 폐기될 때까지 방어작전은 물론, 모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방어에서 반격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강력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군이 일반인과 다른 조직이자 임무다.

일반인들 중에는 북핵이 하루 빨리 폐기되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안보와 관련해 심리적 긴장상태가 이완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군대만은 그럴 수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군대는 국민의 안전,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 한 가지 사명과 임무 때문에 정부는 해마다 수십조 원이라는 국민의 혈세를 투입한다.
 
통일문제와 군의 운용은 정부나 정치지도자가 5년 단임 정권의 지속여부 차원이 아니라 민족적 차원과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길게 봐야 한다. 정치 지도자나 정부가 군을 멀리 내다보지 않고 국가전략이라는 차원의 면밀한 계획성 없이 운용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이 평소처럼 훈련과 방어와 대응준비임무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대지가 타들어가는 듯한 한 여름의 불볕 더위는 한풀 꺾였지만, 아직도 한낮에는 햇살이 따갑다. 누구든 군이 흘리는 땀을 헛되게 만들어선 안 될 것이다. 그건 여름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유비무환을 망각하지 않는 한 언제 어디서든 변함없다.
 
위 글은 2018년 8월 22일자 용산시대 신문에 칼럼으로 실렸습니다.